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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에 건축한 창덕궁 정문 돈화문에 7 개의 잡상이 있다.
조선조 궁궐이나 관아건축에서 지붕 끝 뒤마루에 설치한 흙이나 오지로 구은 기와로 만든 잡상은
하늘로 부터 오는 나쁜 기운을 막기위한 벽사의 의미로 설치한 것이다.
중국 명나라의 장편 신괴(神怪) 소설인 「 서유기 」에 등장하는 인물과 토신(土神)을 형상화한 것이다.
대당(大唐) 황제의 칙명으로 불전을 구하러 인도에 가는 현장삼장인 대당사부(大唐師傅)가 앞장선다.
손오공으로 알려진 손행자(孫行者) 저팔계(猪八戒) 사화상(沙和尙) 마화상(麻和尙) 삼살보살(三煞菩薩)
이구룡(二口龍) 천산갑(穿山甲) 이귀박(二鬼朴) 나토두(羅土頭) 등이 그들이다.
천신만고 끝에 불경을 구하여 당나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엮은 소설이 서유기(西遊記)이다.
대당사부는 실제 인물이었기 때문인지 사람의 얼굴 모습으로 삿갓을 쓰고 있는 형상이다.
손행자(孫行者)는 손오공(孫悟空)이라고도 한다. 돌원숭다.
삼장법사를 따라 천축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는 길에 삼장법사를 호위하며 길동무가 되었다.
서유기라는 소설 속에 주인공이 되는 조화(造化)의 영물이었다.
손행자는 원숭이의 얼굴 모습을 하고 있으며 삿갓을 쓰고 앞발을 버티고 앉아 있다.
저팔계(猪八戒)는 손오공과 같이 삼장법사를 따라 천축에 갔던 멧돼지이다.
저(猪)는 돼지이고 팔계(八戒)는 부처님이 가장 싫어하는 여덟 가지의 음식물을 뜻하기도 한다.
사화상(獅晝像)은 사화상(沙和尙)으로도 표기한다.
사오정 역시 손오공과 같이 삼장법사를 호위했던 괴물로 원래는 옥황상제를 모시고
궁전에서 수렴지기를 했다는 짐승이라고 한다.
이귀박(二鬼朴)은 우리나라의 용어에는 보이지 많은 단어로
불교의 용어를 빌려 풀이하면 ‘이귀(二鬼)’는 ‘이구(二求)’의 다른 음(音)으로 보
이구(二求)는 중생이 가지고 있는 두가지 욕구이다.
낙을 얻으려는 득구(得求)와 낙을 즐기려는 명구(命求)이 바로 그 이구이다.
이구룡(二口龍), 입이 둘이어서 이구룡이라고 했을까?
머리에는 두개의 귀가 나있고 입은 두개로 보인다.
마화상(馬畵像)은 말의 형상을 하고 있다.
서유기에는 필마온(弼馬溫)이라 하여 ‘말馬’자를 쓴 것과 혼세마왕(混世魔王)이라고 하여
‘마魔’자를 쓴 것이 있다. 지금까지 사용된 용어에는 음으로는 같으나 한자가 다르게
말화마화(馬畵) (魔和) 등으로 표기 되어 있다.
삼살보살(三殺菩薩). 살(殺)은 살(煞)과 같은 의미이다.
삼살(三煞)이란 세살(歲煞 ) 겁살(劫煞) 재살(災煞)등으로 살이 끼어서 불길한 방위라는 뜻으로 쓰이는 용어이다.
보살은 불교에서 위로는 부처님을 따르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님에 버금가는 성인(聖人)이다.
이 두 가지의 뜻으로 해석하면 삼살보살이란 모든 재앙을 막아 주는 잡상이라고 생각된다.
천산갑(穿山甲)은 인도 중국등지에 분포된 포유동물의 일종이다.
머리 뒤통수에 뿔이 돋혀 있고 등이 다른 잡상보다 울퉁불퉁 튀어 나왔다.
나토두(羅土頭)의 형상은 상와도에 그려져 있지 않다.
나토라는 짐승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나티’의 다른 표기라고 생각된다.
나티는 짐승같이 생긴 귀신으로 작은 용(龍)의 얼굴형상 또는 검붉은 곰의 형상이라고 한다.
이들은 혹은 앉거나 혹은 엎드리거나 혹은 뒤로 젖혀 앉아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잡귀를 막는 구실을 한다.
소설「 서유기 」에서 이들은 힘을 합하여 요괴의 방해를 비롯한 기상천외의 고난을 수없이 당하면서도
하늘을 날고 물 속에 잠기는 갖가지 비술을 써서 이를 극복하고 마침내 목적지에 이르고 그 보답으로 부처가 되었다.
이들 열 개의 형상을 지붕 위에 올려놓는 까닭은 바로 이에 있는 것이다.
이들이 지붕 위에 등장한 것은 요나라 때인 9 세기 말부터이며 명나라와 청나라에 이르러 널리 퍼졌다.
이들이 우리나라에 건너온 것은 고려시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는 이 잡상들을 궁궐뿐만 아니라 문루나 관아 능의 제사청 그리고 사찰 등에도 올려 놓는다.
경복궁 경회루에는 무려 11개씩 놓여 있다. 궁궐 연회장소인 경회루가 어찌 정전인 근정전보다 더 많다.
일설에 의하면 경회루 추녀마루에는 본래 정전인 근정전보다 적은 잡상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조선에 온 중국의 사신들이 자신들을 위해 연회를 베푸는 경회루가 왕의 정전인 근정전부다 잡상의 숫자가 적은 것에
불만을 품고 ‘황제의 사신을 가볍게 여긴다’며 항의를 하는 통에 숫자를 늘려 11개씩이나 올려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왕실문서인 ‘궁궐영건의 궤’에는 궁궐별로 설치된 잡상의 숫자가 나온다.
이에 따르면 창경궁에 168개 창덕궁에 148개 경희궁에 112개를 설치했다.
건불 별로는 숭례문 추녀마루마다 아래층에 8개 위층에 9개씩을 놓았고 창경궁 홍화문에 각각 5개씩
창덕궁 돈화문에 7개씩 창덕궁 인정전에 9개씩 경복궁 동십자각에 5개씩 그리고 경회루에 11개씩과
덕수궁 중화전에 10개씩을 놓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문서에 따르면 궁궐과 건물마다 잡상의 숫자가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 왜 다른지에 대한 특별한 자료는 없다.
그러나 건물의 격과 지위에 따라 숫자가 다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중국도 황제의 전각엔 11개씩
태자의 전각엔 9개씩 홀수로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 창덕궁도 궁궐의 정전인 인정전의 잡상이 9개로
다른 건물들의 잡상 수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창덕궁은 정문인 돈화문에 추녀마루마다 7개씩 놓여 있었고. 진선문과 인정문은 5개씩 그리고 정전인 인정전은
9개씩이어서 지위가 높은 건물이 잡상 수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경복궁은 정문인 광화문 7개씩 그리고 흥예문과
근정문 근정전 사정전도 역시 7개씩이었으며 경성전과 흠경각은 5개씩 수정전은 6개씩이었다.
현재까지 남은 잡상들을 시대 순으로 늘어놓으면 숭례문에 9개, 창경궁 홍화문에 5 개
창덕궁 돈화문에 7 개 수원 팔달문에 4 개 창덕궁 인정전에 9 개 경복궁 경회루에 11 개
경복궁 동십자각에 5 개 덕수궁 중화전에 10 개이다.
이들 가운데 경회루 잡상 중 원숭이(손오공)상은 높이가 40 ㎝ 에 이르며 나머지 상들은 28 ~ 32 ㎝ 쯤이다.
잡상은 모든 기와지붕위에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궁전건물과 궁궐과 관련이 있는 건물에 한정된다.
또한 궁전건물 중에서도 양성으로 되어 있는 내림마루와 귀마루에만 배치되고 기와로 마감된 지붕마루에는
설치하지 아니하였다. 잡상이 설치되어 있는 건물로는 궁궐의 정전 왕의 침전 궁궐의 정문 도성의 성문
궁궐안의 누정 왕릉 왕비릉의 정자각 종묘 성균관 동묘 등에 한정되며 민가 사원 서원 지방향교 등에는
잡상을 설치하지 아니하였다. 잡귀를 막아내는 잡상이지만 모습은 익살스럽다.
궁궐 한옥 기와지붕의 현수곡선은 유연한 아름다움으로 황홀하게 만든다.
궁궐내의 건물과 건물 거기 지붕과 지붕이 모여 이루는 선의 구성 또한 매우 아름답다.
그 하늘에서 허공을 응시하며 당당히 맞서고 있는 잡상은 현수곡선과 지붕의 선과 함께 먼발치에서 보는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시킨다. 그것은 기와지붕에 변화를 주고 추녀마루의 멋을 한껏 드높이는 하나의 액센트라 해도
좋을 것이라고 어느 한옥 전문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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