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진화론의 단서…
부화 온도 따라 성별 정해져요
갈라파고스 땅거북
거북이는 엉금엉금 느리게 기어다니지만 덩치가 큰 바다거북은 물속에서 아주 빠르게 헤엄쳐요. 발에 물갈퀴와 날카로운 발톱이 달려 나무에 잘 오르는 녀석도 있지요. 일생을 땅에서 사는 땅거북은 거북이 중에서 가장 느리게 기어요.
갈라파고스 땅거북은 핀치새와 함께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세우는 중요한 근거가 된 동물이에요. 다윈은 1835년 남미대륙에서 1000㎞ 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사는 곳과 먹이에 따라 생김새가 다른 땅거북과 핀치새들을 관찰해 진화론을 착안하였지요.
갈라파고스 땅거북은 몸길이가 최대 1.9m에 몸무게가 400㎏까지 나가는 녀석도 있었어요. 다윈은 갈라파고스 땅거북을 보고 "선원 6~8명이 붙어야 들어 올릴 수 있는 엄청나게 큰 거북이"라고 말했지요. 수명은 100살을 훌쩍 넘기는데 200살 가까이 사는 녀석도 있습니다. 등딱지가 딱딱해 거북이를 잡아먹는 동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지요.
갈라파고스 땅거북의 등딱지는 딱지 표면의 케라틴 단백질층이 오래되면 하나씩 떨어져 나이테가 만들어져요. 땅거북은 하루에 풀이나 나뭇잎, 과일과 선인장 등을 자기 몸무게 절반 정도 먹어 치웁니다. 이렇게 먹성이 좋지만 물과 먹이 없이도 여러 달을 살 수 있어요.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는 진흙탕이나 물웅덩이에 머물며 체온을 유지하고 몸에 달라붙는 모기나 진드기를 떼어내요. 공생 관계인 핀치새가 땅거북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핀치새가 땅거북 앞에서 콩콩 돌아다니면 땅거북이 목과 다리를 길게 빼고 입을 벌려요. 그럼 핀치새가 땅거북에게 붙은 모기나 진드기를 잡아먹지요.
땅거북은 몸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한 시간에 300m밖에 가지 못합니다. 청각이 좋지 않은지 사람이 뒤에서 다가가도 반응이 없다가 느닷없이 머리와 다리, 꼬리를 등딱지 안으로 집어넣고 바짝 엎드리기도 하지요.
번식할 때는 해안 근처 모래가 많은 곳에 뒷발로 30㎝ 정도 구덩이를 파 둥지를 만들고 한 번에 알을 많게는 16개까지 낳아요. 당구공 크기의 단단한 알을 낳은 뒤 진흙과 소변을 섞어 둥지를 잘 덮고 묵중한 몸으로 꾹꾹 눌러 다집니다.
그렇게 어미가 떠나고 4~8개월이 지나면 알에서 새끼 거북이들이 태어납니다. 둥지에 물이 넘치거나 너무 건조하면 알이 다 죽기도 하지요. 땅거북의 성별은 부화 온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따뜻할 때 낳은 알은 빨리 부화해 암컷이 많고, 서늘할 때 낳은 알은 부화가 느려 수컷이 많이 태어나지요. 새끼 거북이가 흙을 헤치고 땅 위로 나오는 데만 몇 주가 걸려요. 그렇게 40살이 되어야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땅거북의 가장 큰 천적은 인간입니다.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자 뱃사람들이 비상 식품 겸 기호 식품으로 거북이를 잡아먹기 시작했어요. 붙잡기 쉬운 땅거북은 그렇게 마구잡이로 사냥당했어요. 16세기 사람이 없던 갈라파고스에는 땅거북이 25만마리나 있었지만, 1970년대에는 약 3000마리까지 줄어들었습니다. 19세기 초부터 이주민이 들어와 농지 개발 등으로 서식지를 파괴해 땅거북이 살기 더 힘들어졌지요. 다행히 최근에는 진화론 연구가 시작된 갈라파고스의 생태계를 보전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