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늘 존재한다. 이 세상에는.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진다.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사라진다. 빛과 그림자는 지극히 상반되면서도 상존한다.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다른 쪽도 따라서 자취를 감춰 버린다. 결국 이들은 함께 존재해야만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참으로 묘한 관계다. 운명이다.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 프랑스)는 빛을 동경하고 사랑했다. 그래서 빛을 그렸다. 그림자도. 때문에 모네를 빛과 그림자의 마술사라 한다. 우리들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삶이든지 두 본질을 받아들여야 한다. 빛의 강도에 따라서 사물의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서울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자주 들르는 곳이 있다. 변산반도의 모항비치다. 쏟아지는 노을을 보기 위해서. 지금은 건축물들이 많이 들어서서 좀 삭막하지만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비치 둔덕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소라의 노랫소리를 듣는 듯했다. 노을마저 사라지면 그때서야 일어났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은 상대적이다. 오염물을 많이 배출할수록 환경은 시름시름 앓는다. 결국 인간을 공격한다. 요즘 산이나 바다에 가보면 오염물투성이다. 이렇게 병들은 환경은 결국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들을 공격한다. 이상기온, 홍수 등으로. 이는 온 지구의 문제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환경을 해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빛과 그림자가 어디 이뿐이던가. 특히 우리나라 정치의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봐보라. 극단적 이분법이다. 타협이란 아예 없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이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득표 차이는 불과 24만 표 차이였다. 이는 곧 두 후보는 물론 정당 간에도 대립보다는 타협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엄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엄한 국민의 뜻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가 2023년 9월 14일인 오늘까지 1년 4개월 4일째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거대 야당 대표와 한 번도 만나지를 않았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뜻과는 너무나 상반된 건 아닐까. 그야말로 정치의 실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재명 대표는 현재 단식 농성 중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안 모 의원은 단식 농성장 인근에서 수산물 시식회를 연다고까지 했다는 것이다. 정치의 희화화다. 오죽했으면 같은 당 윤모 의원이 "정치라는 게 서로 이해하고 타협해야 하는데 너무 적대적으로 싸우는 현장에 있으니까 너무나도 송구스럽다."고까지 했을까. 윤 의원은 "우리 정치권에 대화가 없다. 정말 큰 문제"라면서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만난 적이 없다"고까지 언급했다. 이 세상에 고유한 빛깔은 애당초 없다. 모든 사물은 미묘한 빛의 변화에 의해 서로 다른 빛깔이 되기 때문이다. 노을빛을 받으면 풀잎도 붉어진다. 빛의 강도에 따라 삼라만상의 색깔들이 달리 보인다는 것은 조금만 신경을 써도 알 수 있다. 모네는 “찰나의 미학”에 몰입했다. 물체로부터 빛이 튕겨 나오는 순간 그 빛깔은 영원히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똑같은 사람도 만날 때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다. 세상만사가 그렇다. 이렇게 세상은 변해가는 것이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삶을 쥐고 있는 절대강자에게 무조건 복종하다가도 상대방이 약해지면 그만큼 이상의 복종도가 허물어져 버린다. 강자들은 이를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나중에 허무하지 말고. 빛과 그림자. 상황에 따라서는 빛이 그림자가 되고 그림자가 빛이 된다는 사실을 늘 생각하면서 삶을 영위해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