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선생님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공방에 들어섰을 때 지 선생님과 최 선생님이 먼저 계셨습니다.
이어 황 선생님, 송 선생님, 마지막으로 김 선생님 차례로 오셨습니다.
전세움 씨가 한 분 한 분 들어오실 때마다 밝게 인사합니다.
#1. 소식 전합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지난주 토요일에 못 뵈었던 선생님들께 전세움 씨가 가방을 완성해 지인에게 선물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선생님들은 “사진이라도 찍어두지, 다정 쌤처럼 본인이 안 쓰고 선물했어~.”하며 대견함과 속상함을 표하셨습니다. 뜨개질에 들어가는 수고와 정성을 누구보다 잘 아시기 때문이겠지요.
김 선생님도 오셨습니다.
지난주에 함께해서 전세움 씨가 만들던 가방이 선물용인 걸 알고 계신 분입니다.
김 선생님: “좋아하셨어?”
전세움: “네.”
김 선생님: “인증샷을 남겨야지.”
함지 배우던 중, 지 선생님도 다시 언급하십니다.
지 선생님: “그래도 대단하네, 만들어서 선물도 하고.”
#2. 공방의 예절
전세움 씨가 옆 의자에 가방을 두었습니다. 핸드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최 선생님: “세움 씨 폰 하면~”
본격적인 수업 전, 선생님들은 전세움 씨에게 가방 놓는 위치부터 뜨개질에 집중하는 태도까지 공방 예절을 일러주셨습니다. 직원이 짐작하기로는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딴짓을 하며 어색함을 달래던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시작 전 습관적으로 폰을 보고 두드리며 심기일전한 것일 수도 있겠고요. 이유야 어찌 되었든 선생님들께서 공방의 예절을 짚어주시니 감사했습니다. 전세움 씨도 앞으로 유념할 겁니다.
#3. 함지 만들기 시작, 다섯 선생님과
핸드폰 가방을 만들었으니, 이제는 무엇을 할까요? 함지를 뜹니다. 송 선생님과 최 선생님이 의논하셨습니다. 아직 늘리기가 안 돼서 동그랗게 뜨지 않고, 네모나게 뜬다고 합니다. 짧은뜨기를 더 연습시키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멀뚱히 바라보던 전세움 씨에게 최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십니다.
“세움 씨 무슨 이야기냐면~”
“세움 씨 이거 가방 만들 때 떠봤지?” 하며 차근차근 알려주십니다. 코 세는 법을 배웁니다. 최 선생님이 하나둘 셋 다음은? 하며 같이 세어 나가니 전세움 씨가 “수학 공부네요.”라 웃으며 말합니다.
함지 뜨는 것 살펴봐달라는 다른 선생님의 말씀에 김 선생님은 “(전세움 씨)이제 안 틀리잖아.”라고 하셨습니다. 송 선생님과 최 선생님이 김 선생님에게 앞서 의논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최 선생님: “김 쌤, 세움 씨 좀 한번 봐주세요.”
최 선생님은 멀리 앉아 있어도 살펴보셨습니다. 틀린 것 같으면 직접 찾아가서 알려주시거나, 전세움 씨 양옆에 앉아 있는 두 선생님께 살펴봐 달라 부탁했습니다.
최 선생님은 짧은 설명 끝에 파이팅을 외치셨습니다.
최: “파이팅!”
전: “….”
최: “파이팅이라니까~.”
두 번째 설명 때는,
최: “파이팅!”
전: “네….”
세 번째 때는,
전: “파이팅이요!”
최: “그래요~.”
전세움 씨가 노력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최: “세움 씨 내가 출동하면 한 대야.”
전: “네~?”
지: “큰일 났네, 최 선생님 한다면 하는 분인데~.”
결국 잘못 떴는지 최 선생님께 어깨를 장난스럽게 툭 맞았습니다. 전세움 씨는 “아! 아파요~”라 말하기는 했지만요. 직원은 혹시 전세움 씨가 주눅 들었을까 싶어 고개를 들어 표정부터 살폈습니다. 조금 당혹스러운가? 억지웃음인가? 싶었습니다. 만약 정말 세게 때리셨거나 맞는다는 말씀을 한 번 더 하셨다면 직원이 나섰을 겁니다. 하지만 최 선생님은 정말로 그러실 분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긴장을 덜어두었습니다.
최 선생님: “틀린 것 같아.”
전세움: “그래서 다시 하고 있어요.”
김 선생님: “이제 자기가 틀린 것도 알아.”
김 선생님이 또 한 번 옹호해 주셨습니다.
황 선생님: “한 번 맞았더니 이제 잘허네.”
결국 최 선생님이 한 번 더 출동했습니다. 예고하던 매(?)는 없었습니다.
친절한 설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최 선생님: “세움 씨 봐봐~?”
최 선생님: “잘하고 있는데? 잘했어. 그런데~”
하며 잘한 부분은 살려주시고, 미숙한 부분은 재차 설명해 주셨습니다.
어느덧 4시 48분입니다.
전세움 씨가 직원을 보며 속삭이듯 말합니다. “쌤, 배고파요.”
이제 그만 가자는 뜻입니다.
“5시에 갈까요?”
“네?”, “2분 뒤에 가요.”
“그래요.”
자리를 정리하는데 황 선생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황 선생님: “숙제를 해 와야 하는데~”
전세움: “바빠서요.”
지 선생님: “뭐 이리 바쁘게 살아~?”
전세움: “춤추고 책 보고 공부해요.”
지 선생님: “바쁠 만했네.”
지 선생님: “오늘은 좀 일찍 가는 것 같아?”
직원: “에너지가 다 소진됐습니다.”
지 선생님: “글지 취미로 해야지. 일이 되면 안 돼.”
#4. 이름을 묻습니다
전세움 씨의 이름이 여기저기 언급되니, 황 선생님께서 이름을 물어보셨습니다.
황 선생님: “세은? 이름이 뭐야?”
김 선생님: “세움.”
직원의 이름도 물어보셨습니다.
직원: “이다정입니다.”
오늘 뜨개질하는 동안, 스승의 날을 맞아 예전 수강생들이 찾아왔습니다.
한 분은 실 사서 새 작품을 다시 배우기 시작하셨고,
한 분은 선생님들과 포옹을 나누고 금방 떠나셨습니다.
떠난 사람들도 언제든 오고, 돌아오면 안부 묻고 포옹하는 사이.
그런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공방이 참 정겹고 따듯합니다.
2026년 5월 15일 금요일, 이다정
"글지, 취미로 해야지. 일이 되면 안 돼."
지 선생님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전세움 씨와 다섯 선생님이 공방에서 만나 뜨개질 하는 일을 함께할 때 더욱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글지, 좋은 작품을 몇 개씩 만들고 코바느질 뜨는 기술이 얼마나 정교해졌는지 보다도
이렇게 여느 사람 뜨개질 배우는 공방에서 나도 뜨개질 할 수 있고,
만들고 싶었던 것, 만들면 좋을만한 것 이야기 나누어 의논하고,
간식 나눠먹고, 내 이야기도 하고, 남 이야기도 듣다가 오는
그런 취미하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 21더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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