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상]금남호남정맥 4구간(30번국도-주화산)산행기..

[깜상(김영창)]

***금남호남정맥 4구간(30번국도-주화산)***

-.일자 : 2012년 3월 7일

-.루트 : 30번국도-마이산-강정골재-부귀산-오룡동고개-주화산

-.거리 : 20.5km(실거리:26km)

-.시간 : 9시간

봄비가 이틀에 걸쳐 촉촉히 내렸지만 아직은 능선부의 눈이 우려될 만큼의 냉기는 남아있는 어중간한 날씨 속에 30번 국도에 도착한다.
진안으로 넘어가는 가림고개로 커다란 나무에는 이곳이 사루개재란 또다른 표식이 붙어있는데 재란 느낌이 없을 정도의 두리뭉실해 마루금이 애매하니 조대장님은 일찍하니 마루금을 찾아 나서버렸고 예전에 헤맨 경험이 있는 나는 우뚝 솟은 마이봉을 보며 느긋하게 산행채비를 한다.

▲30번 국도

▲사루개재라 표기되어 있는데 이름도 참 많타.

대장님의 통제가 없으니 산행 행렬이 두 패로 나뉜다.
물론 난 쿠데타로 밭을 가로질러 임도를 따라 올라 한참이나 휘돌아 오는 대열에 합류하여 마이산을 정면에 두고서 나의 산을 찾아 간다.

▲마이산이 앞에 버티고 있다.

세월에 휩쓸려 부식해 떨어져나간 시멘트의 형태처럼 부실공사의 대표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마이산의 암릉은 그냥 올라가라고 해도 주저할 만큼 엉성하니 높이만큼은 범상치 않다.

▲숫마이봉

▲끈질긴 생명력..

마이산의 옆꾸리를 타고서 은수사에 내려선다.
정지된 시공속에 조용한 사찰은 자아성찰을 위해선 응당 이러해야 된다는 불교적인 인식을 재 각인시켜주어 땅에 닿은 충격도 최소화 하려는 몸짓인데 물한모금 마시고 돌아본 주변은 모두가 경공법을 펼친 듯 소리 없이 빠져나가 버려 썰렁하다.

▲은수사

▲숫마이봉..

내가 연마한 무술 중에 최고는 특공무술과 더불어 취권이다.
나의 내공이 퍼져나가 탐사의 기운을 제압한 듯 주막들은 모조리 문을 닫았으나 몰빵님이 미인막걸리의 비기를 배낭에서 쌍권총 꼽듯 꼽고 있어 잔존한 암수나 살수가 펼쳐지더라도 거뜬히 막을 수 있다.

▲탑사

말의 귀같이 봉긋하게 솟은 숫마봉과 암마이봉은 자연휴식제로 오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물길을 건너 봉두봉으로 접근한다.

▲탑사에서 봉두봉으로 올라간다.

▲암마이봉..

▲마이산은 폐쇄되었지만 과태로만 내면 된다는 안내문이 있다.

겨울의 눈은 사람을 괴롭히나 설경으로 치장하여 꼬겨드는 당근이 있고 해빙기는 볼 것도 없으면서 날 선 노처녀처럼 꼬라지만 남아 있어 질퍽한 길이 바지자락을 붙들고 늘어지는데 등로에 깔아 놓은 고무판이 미끄럼과 흙의 유실을 방지한다.

넓은 헬기장이 있는 봉두봉이다.
마이산을 찾는 일반산행의 주 등로인 광대봉에서 흐르는 능선상에 전망대와 금빛으로 빛나는 고금당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봉두봉

▲봉두봉의 헬기장

요즘 지자체 곳곳에 유행처럼 생기고 있는 무슨 무슨 웰빙로 보다 좋은 길을 따라 안부로 내려섰다가 의자가 있는 2쉼터에 올라선다.
조망이 무척이나 좋아 주연의 자릴 펼치려고 하니 객이 하나도 없어 흥이 안나 몰빵님은 꺼냈던 짐을 다시금 주섬주섬 주어 넣고 암릉아래에서 바람을 피해 곡주로 새벽출발의 허기를 달랜다.

▲제 2쉼터

마이산까지는 즐곳 숫마이산이 꼬겨 들더니 막상 이를 떨쳐내려고 하니 암마이봉이 위압적으로 버티며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

▲마이산의 자태

▲광대봉 능선으로 정맥상 요주의 구간이다.

익산-포항간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차소리가 들려와 곧 26번 국도인 강절골재로 내려설 것 같지만 거리상 아직은 아니다.
산불이 난 곳에 생태계의 혼전이 진행되고 있어 애매한 산꾼들만 혼쭐이 난다.
길은 점점 우측으로 꺾이어 강절골재의 국도와 방향을 나란이 하며 점차로 차소리를 떨쳐내고 어느 사이 고속도로를 산밑으로 넘긴다.

▲산불로 인해 잡목이 무성하다.

벌목지로 진안읍내를 내려다 보며 고속도로처럼 반듯하게 뻗은 강절골재에 내려선다.

▲진안읍내가 조망된다.

갓길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1차 접속장소인 이곳에 있어야 할 버스가 없어 도로로 단절된 건너편의 마루금을 빤이 보면서도 도로를 따라 완주방향으로 이동한다.
조금 편차고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시간허비와 체력손실을 가져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를 일깨워줬고 강절골재가든이 문을 닫아 어쩔 수 없이 이른 점심을 나눠 먹어 나중에 배고품에 허덕이게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강정골재

▲버스와 접촉하기 위해 완주방향으로 한참이나 내려선다.

그동안의 숱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원칙의 중요성은 강도가 약했음인지 또다시 배낭을 차에 두고서 오룡룡고개에서 만날 것을 약조한다.
10km란 거리는 무배낭이 가져다준 편리함에 버스에 선 투매하여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린 탓이다.
일부는 진안평생학습관의 샛길을 통해 마루금으로 접근하고 대장님을 따라 내려왔던 도로를 거슬러 올라 마루금에 올라탄다.

▲마루금과 재접속하여...

한껏 기온이 올라버린 나른한 오후....
양지바른 한적한 곳에 메어 있던 염소가 화들짝 놀라 줄에 목이 엉켜 들어 조바심이 있으나 구조해줄 방법이 없다.
약 기운에 노근해져 힘에 버겁게 마이산전망대에 올라섰지만 전망대에 오르기전에는 어디를 전망하기 위함인지 모를 숲속이다.

▲전망대

소롯길에 내려고 묘지에서 바라본 마이산은 연무에 뿌옇게 덧칠이 되어있어 그 특이한 형상만큼이나 주변 산그림이 이국적이다.

▲마이산의 특이한 형상 때문에 어디서든 조망이 된다.

마루금을 경계로 왼쪽은 산불로 헐거벗었고 우측은 숲이 살아있어 양면이 대조적인데 등로가 의외로 잘 정리되어있다.
진안군 부귀면과 이름이 똑 같은 부귀산의 후광일거란 예상은 메쾌한 분뇨처러장의 냄새를 떨쳐내고 기계음소리를 따라 나타난 공공근로 인력으로 인해 확신이 선다.

▲벌목지

▲등로를 정비중이다.

산불지역이 끝나며 숲길이 열려 아늑한데 오른쪽이 산양산삼재배지로 군 철조망처럼 견고한 철조망이 한동안 같이한다.
명산들은 대부분 국립공원으로 출입이 제한되고 들어앉은 절들로 인해 돈을 지불해야만 되는데 이젠 야산마저도 사유지를 내세워 출입들을 금지하고 있음에 찜찜한 기분을 털어낼 수가 없다.
어쨌든 토끼몰이를 하듯 빠져 나갈 수가 없으니 알바는 없겠다.

▲산양산삼재배지로 철조망이 견고하다.

경사가 급해 꾸불꾸불 휘어진 길을 따라 부귀산에 올라선다.
오름길에 덮여진 엔진 탓도 있겠지만 한결 따뜻해진 날씨에 땀이 염치없이 흘러내려 넘 부끄럽다.

▲부귀산

오늘의 최고봉답게 부귀산의 내림길은 급비탈을 이룬다.
양 갈래의 길이 희미해 재로서는 좀 의문이 가는 우무실재에 내려서고 다시금 봉우리를 올라 바라본 부귀산의 자태는 제법 위용이 있다.

▲부귀산 내림길의 경사가 무척이나 급하다.

낙엽이 수북하게 깔려 발걸음에 튀어오른 낙엽에는 가을의 정취가 묻어있고 알싸한 숲의 향내에 폐 속이 치환되는 것 같은 그만그만한 길이 지속되어 정신이 몽룡해져 간다.
정상에서 먹은 약 기운이 다 떨어졌으니 다시금 약을 투여해야 소생한다.
용태님은 정작 자신은 금주를 하고 있음에도 넘들이 메지 않는 배낭까지 들쳐메고 막걸리를 짊어지고 와 성수를 분배하듯이 골고루 나눠주는 배려에 산꾼들의 우정을 느낀다.

▲낙엽 수북이 깔린 등로가 계속된다.

좌측아래 마을에는 종점인 모래재로 향하는 도로가 보이고 사면이 간벌과 벌목으로 어지러운 길이 계속되어 가정고개로 추측되는 자그마한 재를 넘는다.

현 위치를 잡아가는 것만도 대견할 만치 자그만 봉우리들 속에 성터라 칭하긴 넘 빈약한 돌무더기봉을 올랐다 내려서니 4차선의 오룡동고개로 26번이란 도로번호가 강절골재로도 연결됨을 암시한다.
여기도 있어야 할 버스가 없다.
무배낭에 물과 간식들이 없다 보니 다들 지친 표정들이고 무엇보다 물보충 없이 주화산까지 오르기는 무리일 것 같은데 삼신님이 전화를 하여 아래에 대기중인 버스를 재로 끌어 올린다.
다행히 도로는 전신주공사로 한 개 차로를 차단하고 있어 쉬이 주차공간을 확보하여 식수와 간식들을 챙겨 나왔는데 결국은 한 사람이 체류하고 만다.
마지막까지 4.5km만을 남겨 놓았는데 안타까운 일이나 버스의 유혹은 술의 유혹보다 강함을 안다.

▲오룡동고개

전열이 흩어지다 보니 이젠 각개전투다.
앞서간 사람들을 뒤따라 임도가 인접한 장구목재에 이르는데 골짜기 깊숙이는 축산단지가 있음을 내포하고 논에서는 개구리울음소리가 오리사육단지처럼 요란하다.
개구리알에서 올챙이로 부화할까 말까 한 이시기에 그리고 개구리가 되었을지라도 해거름이나 밤이 아닌 대낮에 이렇게나 울어대는 것은 생태계 교란현상이 아니면 개구리집단시위의 현장 같다.
땡땡해진 종아리가 콕 찌르면 터져 버릴 것만 같은 긴 오르막이다.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특별한 표지가 없어 520봉인지 622봉인지는 몰라도 모처럼만에 체력의 한계점까지 끌어올려 산정에 올라서니 땀은 흘려내려도 개운하다.
역쒸나 조망이 좋아 저 멀리에 연무 속에 운장산의 실루엣이 드러나고 움푹 꺼진 모래재가 종점임을 말한다.
용태님이 또다시 정상주랍시고 막걸리를 건네는데 벼룩도 낮짝이 있다고 덥쑥 받아 먹기가 미안하지만 거절도 못한다.
모두를 기다려 함께 가기에는 뉘엇한 해로 인해 다시금 추위가 엄습해 어렵겠다.

▲봉우리에 올라 막걸리 한잔 마시고...

▲주화산이 조망되기는 하나....

조금은 앙탈을 부렸지만 산인님을 가운데 세우고 몰빵님의 응원가로 어기엉차 힘을 실어 지처가는 체력에 체칙질을 가한다.
어쨋든간에 이렇게 한사람 한사람들의 산꾼이 늘어간다는 것은 산악회나 개인적으로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이건 분명 함께한 회원님들께 힘을 실어드리기 위함이지 객기도 술기운도 아님을 말하고 싶다.
하여간..
몰빵아 노래한가락 불러봐라...하면 즉각 반응을 해준 몰빵님이 고맙다.
좌측의 전주공원묘역에 주차된 빨강버스가 보이고 봉우리하나를 우회하여 세봉임도에 내려선다.
우회했던 봉우리가 세봉이였는지는 모르지만 널따란 임도에 세봉임도라 쓰여져 있다.

▲세봉임도

곧바로 내려서면 공원묘지입구고 오름길만 극복하면 금남호남 종점인 주화산이다.
여기까지와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올라선 주화산은 말 그대로 금남호남과, 호남, 그리고 금남정맥의 3개 정맥 분기점으로 환승역과 같은 곳이라 많은 산객들의 흔적들과 함께 시설물 등으로 분주함이 느껴지는 곳인데 주줄산이니 조약봉이니 하며 명칭에 관한 논란들이 많더니 모조리 철거하고 없다.
비록 4구간으로 짧은 여정을 마무리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의 새로운 느낌 속에 즐거웠던 정맥길이였다.

▲주화산(3정맥 분기봉)

후미를 기다리다 어중간한 상태가 되어 버려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지리산산꾼님과 호남정맥길로 냅따 뛰어들어 진안공원묘지에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오르니 오룡동고개에서 딱 2시간이 흘렸다.

▲전주공원

[뱃살공주(최인숙)]

대단하셔요...깜상님..
일목요연하게 글과 사진으로 잘 정리해 주셔서
다시한번 맥을 되짚어봤네요...
이어지는 호남정맥도 기대해도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