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celona

[박일선]

2014년 4월 9일, 수요일, Barcelona, St. Christopher's Inn

(오늘의 경비 US $547: 숙박료 20, 점심 11, 저녁 5.80, 커피 2.20, 식품 2.60, 입장료 7.50, 선글라스 5, 삼성 탭 329, 환율 US $1 = 0.7 euro)

오늘은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좋지 않은 사건이 터져버린 날이다. 배낭을 도둑맞은 것이다.

배낭 잃어버린 얘기는 나중에 하고 오늘 구경 다닌 것부터 얘기를 하면 오늘은 Lonely Planet에 나온 Barcelona 구시가지 walking tour를 했다. 오전 10시쯤 시작해서 오후 3시쯤에 끝났다. Walking tour는 숙소가 있는 Placa de Catalunya에서 시작되어서 도보전용 길인 La Rambla 길로 내려가다가 Palau Guel에서 Rambla 길을 떠나서 Catedral 쪽으로 갔다. 지금은 관광 성수기도 아니라는데 웬 관광객들이 그렇게 많은지 길이 혼잡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Barcelona에 오니 지명이 스페인의 다른 곳과는 좀 달랐다. Plaza 대신 Placa, Palacio 대신 Palau, Mercado 대신 Mercat, eglesis 대신 esglesia, 이런 차이다. Barcelona가 있는 Catalonia 지역은 스페인어와 조금 다른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스페인어의 방언이라고도 하고 다른 언어라고도 하는 것 같다. Catalonia 사람들은 남쪽의 Islam 사람들의 피가 섞인 스페인 사람들에 비해서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듯 하고 자기네들이 낸 세금이 스페인 사람들 복지에 너무 많이 쓰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스페인 전체 인구 약 5천만 중에 Catalonia 인구는 약 8백만이다. 유럽에는 독립을 원하고 있는 지역들이 많은데 Catalonia가 Scotland와 더불어 대표적인 지역이다.

Catedral 다음에는 Roman Walls, Esglesia de Santa Maria del Mar 교회, Museu Picasso 미술관, Mercat de Santa Caterina, Palau de la Musica Catalana를 보고 다시 Catedral로 돌아왔다가 출발점인 Placa de Catalunya으로 돌아왔다.

Placa de Catalunya에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숙소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Barcelona 시내 관광버스가 막 도착하는 것이 보였다. 관광버스를 배경으로 내 사진 한 장이 찍고 싶어졌다. 내 사진을 찍기 위해서 배낭을 벗어서 배낭 안에 있는 삼각대를 꺼냈다. 배낭을 다시 지었어야 했는데 지지 않고 바로 옆에 있는 의자에 놓은 것이 큰 실수였다. 약 10m 앞으로 걸어 나가서 삼각대에 카메라를 얹어놓고 배낭을 놓은 의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내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나서 배낭을 놓은 의자를 보니 배낭이 없고 의자만 있다. 가슴이 섬직해지면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배낭이 없어진 것을 직감한 것이다. 내가 삼각대에 카메라를 얹어놓고 맞추는 10여초 동안 배낭에서 눈을 떼었는데 그때 없어진 것이다. 근처에 누군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가 집어간 것이 틀림없다.

기분이 확 나빠졌다. 여행 전문가를 자처하는 내가 배낭을 도둑맞다니. 벌써 세 번째다. 과테말라, 뉴질랜드, 그리고 이제 스페인이다. 당연히 Barcelona 같은 대도시에 오면 특별히 조심을 하고 특히 Barcelona에서 제일 복잡한 곳인 Placa de Catalunya에서는 더 특별히 조심했어야 하는데 전혀 마음에 경종이 울리지 않았다. 유럽 대도시 가면 도둑 조심하라는 소리를 그렇게 많이 들었는데 도둑을 맞다니 도대체 말이 안 된다.

도난 신고라도 하려고 근처 경찰서 파출소 같은 곳에 갔으나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기다리기도 싫고 신고를 해봐야 아무런 도움이 안 되고 나만 귀찮아 질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어떻게 복구를 하나. 우선 배낭 안에 넣어두었던 삼성 탭 생각이 났다. 그것 없이는 여행하기기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뉴질랜드에서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꼭 복구를 해야 한다.

바로 근처에 쇼핑몰이 보여서 들어가 보니 쇼핑몰이 아니고 한국의 전자랜드 같은 대형 전자제품 상점이었다. 당장 모델 “3” 삼성 탭을 샀다. 내가 잃어버린 고급 삼성 탭 모델인 갤럭시 노트와 Stylus Pen이 없는 것 빼고는 거의 같아 보였다. 외장 micro SD 카드와 전화 SIM 카드도 넣을 수 있다. 사이즈도 같은 8 인치인데 무게는 갤럭시 노트보다 훨씬 가볍다. 잃어버린 것은 390g이었는데 새 것은 300g 정도나 그 미만인 것 같다. 1년 사이에 그만큼 가벼워 진 것이다.

숙소에 돌아와서 어렵지 않게 갤럭시 원상복귀를 할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한번 해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매일 데이터 백업을 하기 때문에 데이터 손실은 전혀 없었다. 앱들도 (애플리케이션들도) 대부분 자동 복구되었다. 뉴질랜드 때에는 앱들을 일일이 수동 복구해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이번엔 아주 쉽게 자동 복구 되었다. 자동 복구가 안 된 소수의 앱들은 왜 안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금방 수동 복구했다. 가벼워진 것도 좋고 특히 그동안 말썽을 부리던 배터리 소진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된 것이 너무 좋았다.

삼성 탭 외에 잃어버린 것을 기억해보니 배낭 외에 smartwool 브랜드의 긴소매 셔츠, 목수건, 자전거 헬멧 안에 쓰는 모자, 한국 여권, 그리고 환화 5만 원 정도다. 한국 여권은 원래 미국 여권과 함께 전대 안에 넣고 다녔는데 전대가 너무 두툼해져서 불편해서 배낭으로 옮겨서 잃어버린 것인데 그렇게 한 것이 후회가 된다. 여행하는 것은 미국여권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니 한국여권은 7월에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국 영사관이나 10월에 한국에서 다시 내면 된다. 그리고 보니 삼성 탭 외에 이곳에서 꼭 다시 사야할 것은 배낭뿐이다.

그래서 내일 배낭만 사면 복구가 끝난다. 이렇게 쉽게 복구가 되리라고는 기대를 못했는데 이제 복구하는 데도 전문가가 된 기분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매일 하는 백업 덕분에 여행기와 여행 사진 손실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번에 그동안 매일 열심히 한 백업 덕을 톡톡히 봤다. (2023년 후기. 그날 배낭을 잃어버린 시점은 그날 백업을 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그날 찍은 사진들은 잃어버렸을 텐데 여행 사진 손실이 전혀 없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잃어버린 사진들 중 일부는 아마 나중에 다시 찍었을 것이다.)

오늘 사건 때문에 Barcelona를 떠나는 것을 하루 늦출 생각을 하고 있다. Barcelona 구경을 하루는 더 해야 하고 Andorra 당일 관광도 해야 하는데 프랑스로 떠나기 전에 하루쯤 머리를 식히면서 쉬고 싶다.

여행지도

배낭을 잃어버린 Placa de Catalunya 광장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관광객들과 함께 도둑들도 많은 곳이다

보행자 전용 거리 La Rambla 길

Barcelona에 있는 동안 한때 한국에도 나왔다가 철수한 대형 수퍼마켓 Carrefour를 많이 이용했다

Barcelona에서 제일 유명한 Mercat de la Bouqueria 야채와 과일 시장, 오른쪽 끝에 자전거를 탄 여자가 삼각대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보고 웃고 있다

Barcelona 제일의 볼거리 La Sagrada Familia를 만든 Antoni Gaudi의 초기 작품인 Palau Guell

Placa de Sant Jaume 광장에 있는 Palau de la Generalitat 건물

건물 사이로 보이는 Catedral 종탑

Catedral의 아름다운 종탑들

Catedral 앞 광장 풍경

Catedral 안 풍경

Barcelona 시내 거리 풍경

로마제국 시대의 유적 Roman Walls

Gothic 건축양식의 Esglesia de Santa Maria del Mar 교회

곱빼기 초밥 점심을 들었다

피카소 미술관 건물 근처에서 지도를 보고 있는 관광객 커플

기념품 상점

피카소 미술관 (Museu Picasso) 입구에서 삼각대를 놓고 내 사진을 찍는데 한 여자가 모르고 내 앞으로 지나가서 실패했다

이번에는 성공했다

피카소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몰래 피카소 작품 하나 사진을 찍었는데 작품 이름을 읽어 놓았는데 생각이 안 난다

Palau de la Music Catalina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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