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6일, 목요일, Pantanal, Pousada Rio Claro (오늘의 경비 US $2: 식료품 7, 환율 US $1 = 3 real) 오늘 Pantanal 관광을 떠났다. 여행사에 돈을 다 냈으니 앞으로 며칠 동안은 따로 돈이 안 든다. Pantanal은 세계에서 제일 큰 내륙 습지대다. Pantanal보다 더 큰 습지들이 있지만 해변 습지들이고 내륙 습지로는 Pantanal이 제일 크단다. 총 넓이가 15만 평방 km이고 브라질, 파라과이, 볼리비아 세 나라에 나누어져 있다. 한국 면적보다도 더 큰 것이다. 우기에는 Pantanal 전체가 최고 3m 정도 깊이의 물에 덮이고 우기가 지나면 그 물이 Rio Paraguay 강을 통해서 대서양으로 흘러 내려간다. Pantanal 관광은 습지에 사는 여러 종류의 동물을 (주로 새 종류) 구경하는 관광이다. 어제 밤에 룸메이트가 한 명 들어왔다. 오스트리아 Innsbruck에서 온 43세의 Georg이다. Pantanal에 1박 2일로 관광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인데 Pantanal 관광은 재미는 있었지만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계속 비를 많이 맞고 다녔다 한다. 벗어 놓은 등산화를 보니 진흙투성이였다. Innsbruck에 있는 호텔에서 일하는데 6주 휴가를 받아서 브라질에 왔다고 한다. Pantanal 관광과 여행 전반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심각한 얘기로 옮겨갔다. 유럽은 이제는 망해가고 있는 세상이란다. 사람들은 장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침울한 삶을 살고 있단다. 제일 큰 원인은 경제적으로 살기가 힘들어 지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란다. 그래서 미소를 잃고 살다가 남미 같은 곳에 와서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 자기네들도 미소를 되찾게 된다고 한다. 유럽은 이제는 우리가 부러워하는 그런 곳은 아닌가보다. 아침 7시 반쯤 내가 계약한 Fanatour 여행사의 가이드 Alex가 나를 데리러 나타났다. 나와 같이 가기로 했던 네덜란드 부부는 하루 연기한다고 해서 오늘은 나 혼자뿐이다. Alex는 20대 말의 미혼 청년인데 인상이 좋다. Cuiaba와 Pantanal 중간에 있는 Pocone라는 도시 출신인데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서 Pantanal 농장에서 일하다가 농장이 민박 숙소로 바뀌면서 숙소 일을 하게 되고 손님들로부터 영어를 배우고 관광 가이드가 되었다 한다. 학교에서 배운 영어가 아니라 문법에 자신이 없다고 하지만 들어보니 제법 고급영어를 쓴다. 상대하는 여행객들이 대부분 고급영어를 쓰는 사람들이라서 고급영어를 배우게 된 것 같다. 장래 희망은 관광업으로 성공하는 것인데 도시에서 여행사를 경영하는 것보다는 시골에서 민박 숙소를 경영하고 싶다고 한다. 도시보다 시골 생활이 좋기 때문이라 한다. Alex를 태우고 온 차로 (기사가 따로 있다) 두어 시간 달려서 숙소인 Pousada Rio Claro에 도착하였다. 이곳 Pantanal에는 근래에 관광 바람이 불어서 농장주들이 농장을 민박 숙소로 바꾸고 있다. Rio Claro는 영어로 Clear River란 뜻이니 Pousada Rio Claro는 Hotel Clear River란 정도의 뜻이 된다. 근처에 맑은 물의 강이 있는 모양이다. Pantanal 도로를 달리며 황새와 악어를 많이 봤다. 황새는 멀리 있어서 사진을 찍기가 힘들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서 찍으려고 하면 금방 날아가 버린다. 삼각대를 쓰면 멀리서도 잘 찍을 수 있을 텐데 가지고 온 삼각대가 너무 소형이라 제대로 안 된다. 숙소 근처에 와서는 지난 이틀 동안 내린 비로 도로에 물이 너무 많아져서 차로는 더 이상 갈 수가 없고 숙소 트랙터를 타고 마지막 2km를 갔다. 숙소는 시설이 제법 좋았다. 에어컨이 있는 방도 깨끗했고 큰 식당과 수영장이 있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좀 쉬다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두 시간 동안 모터보트로 숙소 근처를 흐르는 Rio Claro 강의 북쪽으로 다녀왔다. 날씨가 추어서 그런지 새들이 전부 숲 속으로 들어가 버려서 별로 구경할 수가 없었다. 악어는 딱 한 마리를 보았다. 동물 구경은 별로 못했지만 Rio Claro 강의 경치는 참 좋았다. 인공의 흔적 전혀 없는 태고의 자연 그대로의 경치였다. 다행히 비가 멎어서 비에 젖지 않고 구경을 할 수 있었다. 강 구경에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저녁 식사를 했다. Beef vegetable soup이 먹을 만 했다. 제법 큰 숙소인데 손님은 나 외에 노인 부부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손님이 없어서야 장사가 안 되겠다. 아마 지금은 관광 성수기가 아닌 모양이다. 내일은 네덜란드 부부가 온다고 하니 활기가 좀 날지 모르겠다. 그것보다 내일 날씨가 좋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직원들 훈련이 잘 안된 것 같다. 오래 전에 끓인 커피를 손님에게 내오는 것, 화장실에 전구가 나간 것, 저녁 식사 때 나온 수프가 따끈하지 않은 것 등으로 보아서 그렇게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직원들은 굉장히 친절하다. 흑인 피가 섞인 사람들 같은데 농장 일을 하다가 숙소 일로 바꾼 것 같다. 이 숙소에는 전기, 전화, 인공위성 TV, 뜨거운 물 샤워 등 없는 것이 없다. 인터넷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없다. 내 가이드 Alex는 돈을 모아서 친구와 동업으로 Cuiaba에서 조그만 인터넷 카페를 낼 생각이란다. 인터넷 사용료를 싸게 하고 컴퓨터 4대 정도를 놓을 생각이란다. 10대는 되어야지, 4대는 너무 적다. 아직도 컴퓨터 값이 많이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대부분 인터넷 카페는 한 10여 년은 묵은 듯한 낡은 컴퓨터를 쓴다. 차로 숙소로 가는 동안 Alex와 운전기사에게 내 시계가 인기였다. 시계의 여러 가지 기능 중에서 고도를 재는 기능이 제일 인기였다. Cuiaba를 떠날 때는 고도가 173m이었다가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25m이었다. 도중에 대 여섯 번 고도를 물어보고 신기해했다. 이곳 농장들은 주로 소를 기르는데 옛날에는 규모가 매우 컸는데 지금은 계속된 유산으로 쪼개져서 규모가 많이 작아졌다고 한다. Pantanal에는 아마 이런 농장이 수없이 많을 텐데 농장의 평균 규모는 가족 6명에 땅 10,000 에이커 (약 천2백만 평), 소 1만 마리란다. 소 한 마리 가격이 $300 정도라니 소 1만 마리의 가치는 $3백만 정도가 된다. 그러니 농장주들은 부유층이다. 이곳은 너무 습해서 농사는 안 되고 딱 한 가지 소를 기르는 것뿐이란다. 브라질은 아직도 산업구조가 농업, 목축업, 수산업, 광업의 1차 산업이다. 그것이 나쁠 것은 없다. 대표적인 수출품은 설탕, 커피, 콩, 육류, 목재라 한다. 석유도 자급자족할 만큼 난다고 하니 정치만 잘하면 먹고사는 데는 문제가 없는 나라다. 현 브라질 대통령 Lula는 선출 된지 딱 1년 됐는데 처음에는 인기가 좋았다가 지금은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Lula는 초등학교 교육이 전부인 노동자 출신인데 네 번째 대통령 선거에 도전해서 이번에 처음으로 선출되었다고 한다. 그 동안 대학 출신 대통령들이 정치를 망쳤는데 대학 안 나온 대통령을 뽑으면 좀 날까 해서 뽑은 모양인데 그것도 잘 안 되는가 보다. 여행지도 Pantanal 가는 길가에서 본 악어 한 마리 숙소 근처에서는 근래에 온 비로 도로에 물이 너무 많아져서 트랙터를 타고 들어가야 했다 아름다운 숙소 Pousada Rio Claro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한 Rio Claro 강 외로워 보이는 Rio Claro 강 뱃사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