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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일차 : 2011.11.11 (금요일)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날...
산찾사.장비님 부부 드뎌 키나발루 정상 로우봉에 서다.
(키나발루 개념도)
산장의 밤은 아늑했다.
4인1실의 특실 침대방이라 해도 고산으로 인해 약간 쌀쌀함이 느껴저
아예 두터운 옷을 입은채 잠들어 그런지 추위를 느낄 수 없었고 동침을 한 동료들 모두
코골이 협연 연주와는 무관한 산우들이라 더더욱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다만 ....
약간의 고소증세에 시달린 초록잎새만 잠을 설친것 같다.
02:00 : 라반라따 산장 기상
02:30 : 라반라따 산장 출발
우린...
새벽 2시에 알람을 맞췄는데
알람이 울리기전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절로 잠이 깬다.
부지런한 산꾼들이 벌써 산행을 준비중인가 보다.
이곳 산장 식당에선
정상 등정을 위한 등반객들을 위해 2시부터 간식을 준덴다.
산행을 준비후 내려가 보니 간식수준이 아닌 제대로 된 식사수준의
부폐식단이 제공 되고 있었는데 병일이 부부는 접시에 하나 그득 음식을 담아 잘도 먹고 있다.
숙소로 들어가
초록잎새를 흔들어 식사를 할 수 있겠냐 물어보니
만사가 귀찮은듯 좀 더 누워 있는게 먹는것 보다 좋으니 제발 그냥 냅두란다.
초록잎새가 걱정이다.
하룻밤 자고 나면 고산에 적응 될 줄 알았는데 더 심해진것 같다.
한국에서 가저온 단팥죽이라도 먹여 보려는데 아무것도 입에 넣을수 없단다.
할수 없이 두통약 한알만 멕이고 나만 단팥죽 한그릇으로 아침 간식을 대신했다.
우리의 가이드와 약속한 출발시각 02:30이 다 되어
판쵸우의와 물병만 담은 베낭 하나만 준비하여 내가 메고 나머지 짐들은
그냥 숙소에 둔채 방키를 잠그고 나와 산장의 출입구에 나가니 퀸트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밤새도록 내린비가 아직도 내리고 있다.
선뜻 나서기가 망설여 지는데 다행히 빗줄기가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그러나 이슬비 수준의 비는 우의를 입기도 그렇고 벗기도 그렇고 애매모호 하다.
그래도 우쩔거나~?
여기까지 왔는데 감수하고 올라는 봐야징~!
이마에 불을 밝히고
어둠을 헤치며 키나발루 정상을 향한 오름길을 오른다.
최대한 천천히 천천히....
비는 완죤히 그쳣다.
참으로 다행이다.
그보다 더 다행인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초록잎새가 잘 따라 붙는다.
비가 그치고
하늘에 잔뜩 껴 있던 구름이 벗어지자
햐~!
둥그런 보름달이 떳다.
이정도의 보름달 이면 굳이 헤드렌턴을 밝히지 않아도 될 정도다.
다만..
습기를 잔뜩 머금은 암반으로 된 등로라
안전상 계속 날이 훤해질때까지 이맛불을 밝히고 걸었다.
고도가 3600 가까이 되는데
생각보다 날씨가 포근하여 이마에 땀방울이 흐른다.
이쯤의 날씨엔 당근 난 나시 차림이 편하다.
그래서 모두들 두꺼운 옷을 탈의시켜 내 베낭에 넣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시켰다.
고소예방엔 충분한 수분섭취가 최고다.
고산 등반시에 땀으로 몸의 수분이 배출될 경우 우리몸의
혈액수분도 감소됨으로 끈적 끈적한 혈액의 점도는 순환에 문제가 생김으로
혈액을 통한 영양과 산소공급에 문제가 되어 급속도로 고소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
힘들땐 물 먹는것도 괴찮은데 다행히 초록잎새가 수분섭취에 적극적이고 얼굴표정이 훨~ 좋아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런~!
그득 담아온 500 미리리터의 물병 두개가 바닥났다.
남은 한병으로 정상까지 올라야 하는데 클났다.
날이 추울거란 지레 짐작으로 이정도면 충분할거라 생각한게 실수였다.
03:50~03:55 : 사앗 사앗산장 도착 명단 체크
계속되는 암릉의 오름길....
그러다 마침네 우린 사앗사앗 산장에 이른다.
이곳 사앗사앗 산장엔 관리인이 나와 붉을 밝히고
목에 건 인식표와 명단을 일일이 확인 체크후 올려 보낸다.
그래야 나중에 키나발루 등정을 증명하는 완주 증명서가 발급된다고...
05;50 ; 키나발루 정상 로우봉 도착
드디어...
로우봉 정상에 올랐다.
이곳에 오면서 가장 걱정했던 병일이 옆지기 쌍둥이 엄마가 의외로 젤 쌩쌩하다.
고산은 참으로 알 수가 없는곳이다.
제아무리 왕체력을 자랑하는 사람도 실제로 이런 고산에선
멕을 못추고 빌빌대는데 반하여 저질체력으로 걱정스럽던 사람이 고산에선
펄펄 날 듯 생기있는걸 자주 접하는데 오늘 초록잎새와 쌍둥이 엄마가 그런 경우다.
병일이도 내심 마눌을 데려 오며 그걸 제일 많이 걱정했는데
아무 걱정없이 믿었던 초록잎새로 인해 내가 오히려 그 근심 걱정을 떠 맡은꼴이 됐다.
그래서...
병일에게 그랬다.
"벵이라~!"
"내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갈땐 우리 마눌 뻰치놓고 니 마눌을 델코 가야 쓰것따~"
로우봉 정상에 서니
비로소 추위가 엄습한다.
나시차림의 윗통에 두터옷 겉옷은 물론
우모복에 모자까지 챙겨쓰고 일출을 기다린다.
넘~ 일찍 올랐나.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다.
(로우봉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초록잎새)
(일출전 우선 정상 증명 기념사진)
(벵이리 부부도 정상 증명 사진)
동녁에 짙은 구름띠가 형성됐다.
당연 일출은 구름을 뚫고 나오던가 구름위로 솟아야 될 판이다.
동쪽 하늘엔 태양이 잉태의 산고로 인해 온 하늘이 붉게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06:05 : 키나발루 로우봉 정상 일출 시작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하나 ?
오를땐 덥더니 이젠 찬바람까지 받으면 앉아 있으려니 손까지 시렵다.
그러다 어느순간.
그렇게 기다리던 태양이 불쑥 솟아 올랐다.
이국의 고산에서 맞은 일출...
느낌이 새삼 남 다르다.
태양이 떠오르자
어슴푸레 짐작만 되던 주위의 암봉들이 알몸을 드러낸다.
눈부신 나신들...
아름답다.
키나발루산을 검색하면 항상 뜨던 사진들의 실체가 바로 확인된다.
우선 제일 먼저 특이하게 생긴 뾰죽솟은 남봉이 눈에 들어오고 이어서
남봉의 능선을 따라 시선을 위로 올려보면 단번에 한눈에 알수 있는 당나귀봉이 선을 보인다.
06:15 : 키나발루 로우봉 하산
아름다운 선경에 넉을 보고 바라보는데....
병일이가 재촉한다.
이제 좀 내려 가자구.
지랄~!
시간도 남아 도는데 왜이리 보채는가 햇더니...
ㅋㅋㅋㅋ
벵이리의 뱃속에 들어앉은 그지새끼들이 지랄발광을 하고 있었다.
라반라따 산장에서 주는 주식같은 간식으로 배터지게 먹고 올라선 넘이
언제 먹었냐는 듯 배고파 디지겠단다.
그러고 보니 나두 출출하다.
오히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초록잎새만 무덤덤....
이럴줄 알았으면 베낭에 먹을거라도 넣어 오는건데
새벽녁에 뭘 먹겠냐 싶어 그냥 올라온게 큰 실수였다.
딘장~!
이젠 하나남은 물병마저 바닥이 났다.
그래....
이만함 만족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법이다.
산장을 나설땐 내리는 빗줄기를 보면서 제발 비만 맞지 않고
올라서게 해달고 빌고 빌었는데 뭘 더 바라며 또 뭔 욕심으로 이 정상에 머무르려 하는가 ?.
그래도 한편...
미련을 쉽게 떨치지 못한 산찾사는
아쉬운 마음 한덩어리를 통채로 로우봉 정상에 올려놓고
대신 웬지모를 허탈한 마음 반 가벼운 마음 반으로 내림길을 향한다.
(성 요한봉을 바라보며 내려서는 하산길)
성급한 벵이리는 벌써 요한봉 아래를 스처 지난다.
ㅋㅋㅋ
어지간히 배가 고픈 모양이다.
올라설때 베낭을 갈무리하다 빠저버린 수통을 찾아보며 내려서는데...
딘장~!
요쯤이면 있을것 같은데 없다.
그 수통은 쬠 비싼건디....
요한봉을 진행방향 우측에 두고
등로는 좌측으로 꺽이며 남봉쪽으로 향한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키나발루의 정상부는 길을 잃지 마라고
아주 굵직한 동아줄을 길게 늘여놓아 그걸 따라 걸어 내리면 악천후에도 헤멜 염려는 없어 보인다.
뒤늦게 올라서는 사람과
내려서는 사람들이 서로 교차한다.
내림길의 사람에 비해 오름길의 사람들은
고산등반의 힘겨움을 얼굴 표정으로 그대로 들어낸다.
ㅋㅋㅋㅋ
한밤중 우리들의 표정도 저랬으리라.
아주 가까워 보이는
남봉이 쉽게 다가가지 않는다.
다가서면 그만큼 물러나고 다가서면 또 그만큼 물러나고...
그래도 좋다.
선경이 따로 없는 이길이여 영원하라
남봉과의 갈림길...
남봉도 보기엔 쉽게 오를것 처럼 보인다.
그곳을 향하고 싶은맘 굴뚝같은데 그곳은 금단의 땅이다.
거길 오르려면 사전에 등반 허가를 받아야 한단다.
당나귀봉....
두귀를 쫑긋 세운 모습이 영락없는 당나귀다.
그러나 그것도 보는 방향에 따라 잠시일뿐 그모습은 내려서는 동안
계속하여 당나귀봉은 카멜레온처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각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당나귀봉의 전경)
(남봉을 배경으로 우리 부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 당나귀봉을 배경으로)
아래의 사진...
한참 내려가던 벵이리가 등로 이탈중이다.
????
난 안다
재가 왜 저랫는지.
저놈 여기다 걸판지게 영역표시를 남겼다는데 증거는 없다.
아무리 용을 쓰고 영역표시를 남겨봐야 여긴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정상부위 전체를 차지하고 있어 부처님 손바닥에 오줌을 갈긴 손오공꼴 밖에 되지 않는다.
내려서는 내내
운무에 깔린 선경들을 내려보며 걷는 걸음은
한걸음 한걸음이 정말로 안타까울 정도로 아깝단 생각이 절로드는 풍광이다.
우리 지금...
천상의 하늘길을 걷고 있는게 분명하다.
07:15 : 사앗사앗 산장 체크포인트 도착
배고프니 빨리 내려가자던 병일이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진리를 배반하며 배고픔을 잊고 선경에 마음 뺏았겼다.
사진 찍는것도 별로 내켜하지 않는 녀석이 지 마눌하고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증명사진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아무리 해찰을 떨어도
걷는 걸음은 어느새 사앗사앗 산장의 체크 포인트에 이른다.
체크포인트에선 관리인이 지켜앉아 목에 걸고 있는 ID 카드를 일일이 확인하며 올라설때 처럼 하산 명단체크를 한다.
(사앗사앗 체크포인트)
사앗사앗 산장을 지나고도
화강암반으로 된 내림길은 한참이나 이어진다.
물론 아름다운 풍광도 여전하다.
이른시각 나선 등반이라 피곤할법도 한데 전혀 그런 낌새가 없다.
이슬비를 맞으며 시작된 한밤중 산행엔
전혀 느끼지도 보지도 못했던 선경들을 아침 아기 햇쌀에
고스란히 볼 수 있다는게 참으로 행운이고 그래서 더 없이 행복하다.
우린 정말이지 복받은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08:00 : 라반라타 산장 도착
09: 05 : 조식후 라반라타 산장 출발
오늘의 하일라이트
정상등반을 무사히 끝냈다.
무엇보다 컨디션 난조를 보인 초록잎새가 아무탈 없이 완주를 한게 기쁘다.
산장에서 간단히 세면후
푸짐한 산장의 부페로 아침식사로 배고픔을 달랜후
겨울옷을 벗고 다시 여름옷으로 갈라 입은 우린 키나발루 하산의 일정에 든다.
어제 왔던길 그대로 내려가는길.
산장을 나서며 정상을 바라보니 이게 웬일이니 ?
그렇게 화창하여 구름한점 없던 정상엔 어느새 몰려 들었는지
온통 운무에 가려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저걸보니 키나발루의 미색에 빠저 미련을 떨며 더 오래 머물러 봤자 별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내려가는길....
끝까지 계단길이다.
어제 올라오던길 맞나 ?
올라설땐 그렇게 심한 계단길인줄 모르고 올라선것 같은데....
힘빠진 다리로 내려서는 계단길은 고통이다.
그래서 어제 내려서는 산꾼들이 기진맥진해 보였던것 같다.
이젠 거의 다 내려왔을 쯤....
한눈에 봐도 한국인들 같아 보여 말을 붙여보니
무쟈게 반가워들 하신다.
11명의 나이 지긋한 부부팀들인데 양반의 고장 안동에서 오셨단다.
어제 오늘까지 한국사람을 만난건 처음이다.
그분들과 이별후 얼마후엔
이번에 아주 대단위 팀들이 올라선다.
전라도의 걸쭉한 말씨들이다.
물어보니 21명이나 오셨단다.
키나발루가 한국에서 인기있는 해외 트래킹 지역임을 실감한다.
어제 들어서며 봤던 칼슨폭포를 지난다.
그럼 ?
다 내려 온거지 뭐~
드뎌...
팀폰 게이트에 도착.
여기선 들어설때와 마찬가지로
명부에 적힌 본인들의 이름을 찾아 직접 싸인을 하는것으로 키나발루 등정을 마감한다.
11:45 : 팀폰 게이트 도착.
12:00 ~ 13:00 : 국립공원 본부 아래에 위치한 식당에서 중식
팀폰 게이트를 나서며
가이드 포함 1박2일의 생사고락을 함께한
우리팀의 등반완료 기념사진을 남긴후 우릴 픽업하러온
봉고차를 타고 국립공원 관리본부로 향한다.
키나발루 등반의 모든 일정을 끝냈다.
국립공원 사무소 바로 아래에 위치한 부폐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안은 조경도 훌륭하고 깔끔할뿐 아니라 차려진 식단 또한 우리의 입맛에 딱이다.
식사를 하는동안 이곳 국립공원 관리본부에 소속된 우리의 산악가이드 퀸트가 공원본부에서 발급된
키나발루 등정 인증서를 찾아와 우리에게 건네주고 작별을 고한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은 당연하나
그넘의 정 때문에 서운함이 왈칵 든다.
우리의 가이드 퀸트는 차분하고 세심하여 믿음이 가는 친구였다.
"1박2일간 고생했다 퀸트"
우리의 마음이 전해 졌는지
돌아서는 퀸트가 우릴 한번 더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사라진다.
식사후 코타키나발루로 향한다.
그런데....
떠나자 마자 쏟아지기 시작하는 소낙비...
억수같이 쏟아진다.
참말루...
우리가 비를 피해 다니는건지 비가 우릴 비해 가는지 ?
햐간에 빗님은 절묘하게 간발의 차이를 두고 일정내내 우릴 비켜간다.
그렇게 쏟아지던 소낙비도
우리가 도착 할 쯤엔 말끔히 개인 하늘을 보인다.
4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