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산(烏棲山) - 2005년 12월 17일(토)
원래 이렇게 새벽부터 잠자는 가족들 잠설치게 하고 등산하는 것을 나는 꺼려한다
허나 까치와 까마귀가 옛날에 많이 서식했다는 오서산에 대한 이야기를 산꾼들로부터 많이 들었고, 또한 우리 좋은 사람들 한공4기 동기분들이 동행을 원하므로 어렵게 산행을 결심하여 오서산을 향한다
거금 2만원 내고...
05:00시 기상
이렇게 빨리 일어나기는 오랜만인 것 같다 도시락을 준비하지않은 등산 짐을 꾸려
(출근하는 아내의 고생을 덜기 위해... 그래도 아내는 일어나서 배웅을 해준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아내라는 자리의 직분인가?...)
집을 나서는데 왜이리 추운지 택시를 잡아타고 고잔역 고래등 도착한 시각이 06:20
서너분만이 와계셨고 나로서는 한공산악회 첫산행인지라 거의가 낯선 분들... 사람들이 속속 도착하고 임원진들의 준비가 끝나 버스가 출발한 시각이 07:00
날씨가 워낙 춥고 업무하는 토요일인지라 23명이 출발하는데 역대 가장 적은 인원이란다
매송I.C를 통해 서해안고속도를 달리며 화성휴게소에서 1번 쉬고 서해대교를 건너니 충청도라 그런지 온통 눈밭이 펼쳐지고 광천I.C를 빠져나와 광천읍내 초입에 "서해안 제일봉 오서산(烏棲山)"
이라는 커다란 팻말이 서있고 읍내 냇가에는 옛나룻배와 어선이 1,2척 보이고 아마도 항구는 아니지만 바다가 멀지 않은듯, 예전에 생선, 젓갈을 싣은 배가 통행을 했음직...
눈에 덮인 광천읍내를 지나 얼마안가서 담산리
그중에서도 상담마을 역시 눈에 가득덮인 이마을 오서산 주차장에 도착한 차는 오직 우리 버스1대 뿐
☞ 대한여행사 "독도는우리땅" 버스도착 시각 08:30 <1시간 30분소요>
다른 유명산 입구 주차장에 비해 이 얼마나 소박하고, 한가하고, 여유롭단 말인가?
상점도 오직하나 시골스런(영어로 컨트리틱한) 구멍가게 하나 뿐 상담마을의 골목길을 따라 눈에 덮인 오서산 속으로 오르는데 이곳이 "충남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 상담마을"
이미 먼저간 발자욱이 하나둘
20분쯤 걸렸나 정암사에서 이미 쌓여있는 눈길을 가기위해 아이젠들을 차고 눈길을 한참 오르니
전망바위가 나타나 광천읍내와 산과 들의 멋진 설경이 우리 눈앞에
전망바위를 뒤로하고 산행을 재촉하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여 오르면 오를수록 눈이 더오고
이미 쌓여있는 눈위에 지금 내리는 눈이 쌓이고, 그래도 이때만 해도 걱정은 없었고
눈발을 맞아가며 신나고 즐거운 산행이었다
정상 능선을 다다르니 기이한 현상이 눈이 쌓여있는 형태가 바람에 따라 어느 곳은 하나도 안쌓여있고, 어느 곳은 평지의 서너배나 쌓여있고 지팡이로 재어보니 1M가 훨씬 넘는다 또 한참오르는데 갑자기 선두인 산악대장(신씨성을 가지신분)님이 멈춘다
조금 쉬시다 가시려니 하고 나도 정신없이 오르던 터라 멍하니 쉬고만 있었는데 뒤따라 오는 우리 일행들은 같이 쉬는데
타일행인 사람들은 왜안오르나 싶어서 우리를 앞선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 등산로가 안보여서 그러시는 구나∼"
나도 그제서야 알아차리고 산악대장님을 쳐다보니 장비를 정비하시는게 아닌가 즉, 눈길을 헤쳐나가기 위하여 말이다
이때부터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이길을 어떻게 오르며, 또 오르면 뭐하나 어찌 또 내려간단 말인가
하여튼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따라 가는데
산악대장님이 첫 번째로 길을 내주시며 오르고 나는 그뒤 네다섯번째로 오르는데
나는 모자를 20년전 쓰던 옛날 빵모자를 썼는데 눈보라와 바람에 얼굴이 너무 추워 빵모자를 내려 귀와 볼을 덮어 안경낀 눈만 나오게 했는데
입김이 안경에 끼어 성에가 되고, 그에 따라 시야가 안보이고 또한 장갑은 검정 일반 가죽장갑을 끼었는데 눈에 젖어 손이 너무너무 시려웠다
이때 모자는 만주벌판 독립군모자나 군밤장수모자, 장갑은 스키장갑 등을 구입하기로 다짐해본다
어쨌든 오서정가까이 다다르니 나무는 없고 갈대밭이 펼쳐지고 세찬 눈보라는 더욱 거세지고 그래도 길이 보이니 좀 다행인 점도...
오서정 팔각정자에서 도착하는 대로 각자각자가 서로서로가 되고 음식이 오고가며 맛있는 간식을 먹는데
조그만 팔각정자에 눈보라를 피해 들어온 등산객의 수가 엄청 많고 오를때는 몇 명 안되더니 정상에선 각기 다른 등산로를 통하여 오른 등산객들의 숫자가 많았다 그래도 간식이 조금 들어가니 기운이 난다
이곳 오서정은 아직 정상이 아니고 또 정상이라 해도 우리가 가야할 코스대로 더올라 오서산 정상에 닿고
오서정이나 오서산 정상 에서는 서해바다도 보이고 전망이 너무 아름답다는 말을 산꾼들로 부터 전해들었는데 눈보라 때문에 전망은커녕 100M앞도 안보이니 원...
내려가는 길은 우리 일행들 뿐 이때부턴 더욱더 걱정이 된다 등산로가 뵈질않고 나무에 달린 각종 산악회 리본들을 보고 대충대충 길을 찾아 첫 번째로 내려가시는 우리 산악대장님
마음이 좀 놓이는 건
그래도 이제는 내려가는 길이고, 또한 해발 791M의 비교적 낮은 산 아닌가
반은 걸어서, 반은 넘어지며 미끄러져서, 비단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행이 거의 다 이런 식으로 내려 내려오던 도중 또 선두가 갑자기 멈춘다
후미에서 앞사람과의 간격이 너무멀어져 하산로를 잃어버렸단다 눈이 오는 만큼 앞사람과 사이가 떨어지면 발자욱이 없어져버리는 것이다
차다못해 얼음장같은 귤조각을 누군가주셔서 먹고 한참을 서서 기다리는데 이제 길을 찾았다하여 다시 출발
계속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내려오다 보니 임도가 나오고, 밤나무 단지가 나오고, 마을이 나오고
이 마을이 "충남 보령군 청소면 성연리 성동마을"
이마을은 광천 상담마을 보다 훨씬 더 소박하여 주차장은 없고 그냥 공터에 우리의 버스 대한여행사 "독도는우리땅"이 딱 1대 눈을 맞으며 우리를 기다리고 도착시각이 13:30쯤
점심들을 먹는데 나는 버스안 자리에서 차디찬 김밥 1줄과 빵 몇조각, 귤 1개로 점심을 해결하고
안산을 향해 출발하는데 출발시각이 14:30쯤
우리를 태운버스는 눈길에 성연저수지를 돌아 장항선 진죽역앞에서 청소초등학교를 지나 다시 광천읍내를 외곽으로 지나 아침에 내려왔던 그 광천I.C를 통해 서해안고속도를 달리는데 눈발에 차들이 밀려 큰일이다 싶더니 어느덧 버스가 경기도에 다다르니 역시나 또 눈은 오지않고 그래서 다행히 안산 고잔역앞 고래등 앞에 도착한 시각이 16:30쯤 ☞ 2시간소요
다른 때는 차안에서 1차 뒷풀이 행사가 이루어졌다는데 오늘은 어려운 산행과 적은 인원으로 인하여 모든 일행이 잠만 쿨쿨쿨
나역시 일행과 다르지 않은지라 잠맘 쿨쿨쿨
원래는 서해대교 행담도휴게소에서 쉬면서 바다구경과 먹거리를 접하려하였으나 모두가 쿨쿨쿨이므로 통과하여 화성휴게소에서 1번쉬고 안산으로(혹시 화성휴게소에서 안쉬었는지도 모르겠으나 쉬었던 것으로 희미한 기억이...)
오후 4시반인데도 엄청 추운 날씨라서 잠에서 깨어나 버스에서 내리니 온몸에 한기가 쫘∼악
한공산악회 회장님이 고래등 인근 초지동 "강남동태찜"에서 뒷풀이를 쏘시겠다고
동일명칭의 송호고등학교 앞에 있는 유명한 강남동태찜이 아니고, 사장님은 우리 회원이신데 공인중개업을 하시다가 전업하신 분이시라고 아무튼 우리는 동태찜, 동태찌게, 아구탕, 아구찜을 나누어 먹었는데
메뉴마다 각기 독특한 맛이 일품이었고, 유명하지 않아도 이렇게 맛있구나? 정말 맛있었다
지금 또 주책없이 침을 삼키네요
곁들인 소주는 5잔이하로 절제에 성공하여 모처럼 취하지 않은 맑은 정신으로 현관에 도착하니 와이프는 바가지 긁으러 나왔다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반겨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