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 살면서 알게 된 사실. 이쪽에는 사찰이 생각보다 많습디다. 집을 나서면 곳곳이 등산로요 걷다보면 절집이 심심찮게 나타납니다. 왠지 모르게 갑갑하고 허전할 때 슬슬 걸어나가면 절이 있고 일주문 안으로 들어가면 감쪽같이 속세와 단절이 되는 그 분위기가 좋아서 산책 코스의 목적지가 사찰이 되곤합니다.
오늘은 걸어가다 보니 고개를 하나 넘었고 가다보니 성북동 길상사였습니다. 그 곳 이야기...
집 근처 흥천사(신흥사) 뒷길입니다. 낙엽이 카페트처럼 깔렸습니다. 인적이 드믄 호젓한 길이에요. 이 길로 해서 성북동 넘어 갑니다.
흥천사 뒤로 올라가 커다란 바위 위에서 바라본 북한산입니다. 어느새 가을...하더니 이젠 겨울 냄새가 납니다.
고개 넘어 성북동. 시인 조지훈이 살던 집 앞을 지납니다. (시인이 살던 집은 사라지고 새 건물이 들어섰다고 함)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이 써붙인 외침. 이쪽은 이런 분위기가 드믈지 않습니다.
고대 우리 민족의 심볼(?)로 알려진 삼족오 문양으로 기와를 장식했네요.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유가 느껴지는 성북동 주택가의 일상 풍경.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이런 분위기도 보기 힘들어지겠죠.
길가에 있는 성모 마리아 상. 오래 된 단독주택이 있는 동네라서 이런 것도 가능할 겁니다.
성북동 성당. 아담하고 호젓한 느낌이 들어 괜히 한번씩 들어가 앉았다 나오곤 하는 곳입니다.
으리으리한 저택이 즐비한 성북동에는 담장의 규모도 남다릅니다. 배경 삼아 셀프샷 한 장...
가을이 깊었음을 알리는 낙엽들. 조금 있으면 이 위로 눈이 쌓이겠죠...
어느새 도착한 길상사. 오랜만에 보니 반갑습니다. 신도들을 실어나르는 셔틀버스가 있군요.
살림예술가(?)로 알려진 이효재 님의 가게인 '효재'가 길상사 정문 맞은 편에 있습니다. 여자분들은 이곳에 관심이 많더군요.
'階前梧葉己秋聲'이라... 떨어진 나뭇잎이 경내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마음은 아직 '未覺池塘春草夢' 인데...
길상사의 본전인 극락전입니다. 아미타불을 모시는 절에서 대웅전 대신 극락전으로 이름한다고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전각 - 길상헌입니다. 개천을 끼고 지어진 멋있는 한국식 건물이죠.
점심 공양을 합니다. 각종 나물과 무생채에 밥을 담고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는 식입니다. 거기에 떡과 전 그리고 과일을 주는군요. 라면을 김치에 볶은 것도 받았습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공양을 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맛도 좋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사찰 내에 있는 도서관에 들어가 경전을 읽습니다. 일자무식이던 머슴을 대선사로 만들었다는 그 경전 <천수경>입니다. 밀교적인 색채가 강하다고 하네요. 예전에 배웠던 기억이 나기는 하는데 역시 잊은 게 태반. 모처럼 불교 분위기에 젖어봅니다.
도서관을 나와 노천 찻집을 지납니다. 날이 쌀쌀해서인지 차 마시는 분들이 없어 쓸쓸합니다.
이곳 길상사는 원래 고급요정 대원각이 있던 곳이라고 합니다. 주인인 김영한 여사가 법정 스님에게 무상으로 기증을 해서 사찰로 다시 태어났다고... 그 주인공의 공덕비에는 헌화행렬이 끊이지 않는 것같습니다.
공덕비 옆 돌확에 고인물, 거기에 쌓인 낙엽... 왠지 모르게 세월 무상이 짙게 느껴집니다.
가을도 어느새 깊어서 이제 막바지입니다. 이렇게 또 한 해의 끝이 보이는군요. 해놓은 것도 별로 없는데...
골짜기에 홀로 있는 부처님 반가사유상. 왠지 모르게 외롭고 쓸쓸해 보였습니다.
길상사 스님들의 처소라고 합니다. 현대적 느낌의 집입니다.
길상사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한 법정 스님 진영각. 스님의 진영과 유품들이 진열 보관되고 있어요. 스님을 흠모하는 참배객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진영각 내부. 스님의 진영을 담는데 참배하는 분도 같이 찍혔네요. 죄송...
스님의 유해가 모셔진 곳입니다. 진영각 마당.
길상사의 많은 전각 중에서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적묵당'입니다. 일자형 한옥 형태인데 툇마루 밖으로 창을 단 구조입니다.
날이 추워져서인지 샘물이 말랐네요. 동자승 피규어들이 귀엽습니다.
샘물 받는 확에 낙엽이 잠겨있습니다. 누가 동전을 시주했군요.
길상사의 심볼이라고 해도 좋을 관세음보살상. 조각가 최종태 작. 현대적으로 해석한 불상으로 유명합니다.
설법전 끝에 있는 8층 석탑. 영안모자 오너인 백성학 씨가 기증한 것이라고 합니다. 네 마리의 사자가 받치고 선 형태인데 상당히 크고 화려한 형태의 석탑입니다.
관세음보살 옆에 있는 마애불입니다. 약사여래로 보입니다. 소원을 비는 작은 돌탑이 많네요.
길상사 정랑(화장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그래서인지 깨끗합니다.
해우(소변)하다가 창가에 서린 그림이 예뻐서 한 컷.
길상사를 나와 성북동을 걷습니다. 오래 된 반다지를 중심으로 그윽한 디스플레이를 한 가게.
한국 최초의 여자 이발사 분이라고 합니다. 아직도 현역이라고 하니 존경스럽습니다.
그래피티가 멋 있는 건물 앞에서 기념 촬영.
뭔지 모를 장식이 인상적입니다. 이런 기이하고 묘한 이미지는 늘 눈길을 끕니다.
길상사, 성북동 산책을 마치고 옛날 나폴레옹 제과 자리에 있는 가게에 앉아 원두 커피 한 모금. 이로써 작은 산책이 끝났습니다.
절집에 가서 공양하고 경 읽고 경내를 거닐었습니다만 작은 깨달음도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마음 속 먼지 몇 개는 지우고 온 것 같네요. 속세의 인간이니까..하는 핑계로 오늘도 면피를 해봅니다. 나무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