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인연의 끈을 잡고
홍성희
낮게 웅크려도
나를 따라 다니던 밤 하늘
마당가 풀잎 끝에
이슬로 맺힌 유년의 근심들
문신처럼 누워있다
가슴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눈빛
눈 뜨면 보이지 않고
눈 감으면 보인다
늦게 잡은 인연의 끈 놓지고 싶지 않아
새벽이 와도 깊은 잠에 누웠다
울려고 갔다가 울지 못하고
돌아나온 기도실
앞서 온 슬픔에 내 설픔 밀려났다
들썩이는 그녀 어깨에
내 눈물까지 얹어두고 왔다
하느님도 가끔은
외로워서 눈물 흘리시겠지
여름 낙엽
낮은 숨소리에 기대 앉아
한 낮 태양에 목이 탄다
아직 떠나올 때가 아닌데
푸르름 남은 알몸으로 내려앉아
두고 온 피붙이 생각에 주위를 맴돌며
한번씩 비극에 몸 적신다
물은 물이라 아래로 흐르고
바람은 바람이라 날아 가는데
길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몸뚱이들이
차도 가장 자리에
뭉친 쓰레기처럼 누워있다
오라는 곳도
돌아 가야할 곳도 잃어버린
하루가 고달픈 노숙자처럼
느릿느릿 죽어가는 하늘을 깨트리고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바람 한점 없어도 가슴 시리고
뜨거운 태양 아래
어느덧 갈잎이되어
길거리에 녹아들고있다
인생 길
머물자 해도 가야하고
멈추자 해도 떠나야하는
홀로 걷는 길
가는 곳도 가는 길도 모른체 들어 선
눈보라 치는 인생 길
수많은 갈림길에서
선택의 시간을 맞는다
삶은 바다 자신은 배
마음과 생각은 운전대
살갗 헤짚으며 풍랑과 파도 넘는 길
한번 씩 비극에 몸 적시고
몸 속 깊이 통과시킨 운명
안목이란 값진 영광 백열등 켠다
노을진 석양
어둠을 향해 가는데
작은 빛 하나 틈새로 스며든다
그 빛줄기 내 남은 삶 비춘다
오늘도
두터운 돋보기 길을 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