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강릉방향의 영동고속도로를 따라가다보면 진부IC 푯말이 나온다. 길지 않은 내 인생에 있어서 진부는 크게 차지 하지 않는 곳 중에 하나다. 그동안 많은 인연속에서 내고향같은 그런곳도 많이 있건만 굳이 잘 아는 그런곳을 소개하기 보다 한 두 번의 인연으로 설명할 그 무엇도 사실 별로 없는 곳이다. 봄이 오면서 딱 일년전에 들렀던 진부장이 생각나서 소개한다. 뭐 특별한 기억이 있었던 것은 없었지만 사람의 정을 생각할때는 그 진부장을 생각한다. 어릴때부터 알고 지내던 분이 나이들어서 이곳 진부로 귀향해서 살고 있다. 그냥 먼 곳이라 가끔 농사지어 감자를 보내주시기도 했다. 오대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볼일이 있어 들런 김에 전화를 드려 직접 찾아 뵙고 인사도 드렸다. 돌아오는 길에 들런 곳이 진부 5일장이다.
지금 5일장이 다 그렇겠지만, 대형마트, 백화점 들이 이제 작은 소도시에도 들어서서 동네 구멍가게를 비롯해서 재래시장, 5일장 등이 사라져 가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5일장은 신기하기도 하다. 그 옛날의 인심을 그대로 갖고 있을지, <메밀꽃필무렵>의 그 강원도 5일장 처럼 사람냄새가 나는지도 궁금하기도 했다. 일부러 진부 5일장을 찾아가는 것은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오대산국립공원 방향으로 방문할 일이 있으면 진부5일장을 방문하는 것도 꽤 즐거운 여정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달력 날짜의 끝자리가 3, 8자가 들어가는 날이 장이 서는 날이다. 진부IC를 빠져나오면 양갈래 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는 월정사, 오대산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진부터미널이 있고, 진부장이 서는 진부면 읍내다.
시외버스터미널 뒤쪽거리부터 장터다. 입구에 큰 트럭에 도너츠를 구워서 직접 팔고 있다. 시꺼먼 기름때가 곳곳에 묻어있는 지저분한 트럭이지만 우리는 그런것을 보기보다 먹음직스러운 도너츠를 먹고 싶었다. 또 생떼를 부려서라도 한 개를 덤으로 받을려고 했다.
평소에 농사일에 관심많았던 친구는 농기구 늘어놓은 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괭이며, 삽이며, 호미를 보면서 꿈에만 머물러있는 농사짓기를 생각하는것인지, 올해는 꼭 무, 배추라도 어떻게 해봐야겠다고 다짐하는지 표정이 심상치 않다.
메밀묵파는 아저씨, 여기서도 메밀묵을 사면서 또 생떼를 부려본다. 오뎅집 아주머니의 구수한 미소도 편안하다. 온갖 종류의 약재를 팔기도 했고, 채소며 과일도 팔고 있다. 아이들의 신발과 옷부터 어른들 나들이 옷까지 다양하게 파는 옷집도 있었다.
재래시장이 죽어가고 있다. 엊그제 뉴스에는 동네 구멍가게도 대기업이 진출해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또 어느 지역에는 대형마트를 운영할 때 고용인의 70%를 지역민을 써야 하고 지역농산물 코너를 개설해야 하는 조례를 만들었고, 주변지역에서 따라배우기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방법이긴 하겠지만 크게 기대가 없는 것은 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공간에서 돈의 흐름만 있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서 기업에 큰 기대가 생기지를 않는것이다. 물론 시장중심의 흐름속에서 살아가는 그런 기업이 잘못이라고 말하고싶지도 않다.
발가벗고 물가에서 물놀이하다가 엄마가 읍내 장에 간다고 하면 그대로 따라나섰다가 옷가지라도 얻어입고 오던 어릴때의 장터를 생각해보면 사람사는 냄새가 있다. 지금은 시대가 발전하고 수입이 늘어 잘 사는 시대가 되고 모두가 도시처럼 되는 것을 좋은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횡포를 비딱한 눈으로 볼것이 아니라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때 그시절의 재래시장에 흘러다녔던 사람의 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야 할까?
물론 인간미 넘쳤던 과거의 재래시장을 추억할망정 그때가 지저분하고 뭘 모르는 사람들의 장사라고 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면서는 왜 사람들은 그런 인간미를 잃게 되었을까? 부부사이, 부모자식사이에서도 그런 기대치가 높아지거나 서로 외면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가장 사랑하며 살아야 할 가족이 가장 미워하는 사람중이 하나라는 아이러니한 사실도 현실이다.
잠깐 이야기가 옆으로 나갔지만, 마지막으로 정리해보면 산업사회, 성장사회, 경제발전 등으로 인해 우리는 분명 발전했지만 잃은것이 너무도 많은것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있지 않나 싶다. 스스로 가슴이 답답하고, 매마른 인간성으로 대화가 되지 않을때 조용히 시골의 5일장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것이다. 나부터 그렇게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 될 때 주변사람들이 진부의 5일장처럼 훈훈해지지 않을까 싶다. |
출처: 에코동 원문보기 글쓴이: 에코동
첫댓글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진부장 구경 잘했습니다. 평창은 몇번 가봤으면서 진부장은 정작 가보지 못했네요. 장구경 하는것은 너무 즐겁고 때론 에너지까지 솟아요.
참, 정겨운 풍경이네요^^ 저두 막 가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