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일(6월 2일. 도돈리-신리) 이산가족 상봉
맑음. 30℃
오늘은 서울 안방마님들이 3인방을 만나러 내려온다는 날이라서 그런지 아침부터 마음이 약간 설렌다. 오늘 따라 아침 햇살이 더욱 환 한것 같다. 머루네 K선배 집에서 차려주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도돈리까지 차량 서비스를 받는다.
어제 '세상은 요지경' 음악을 크게 틀고 방송을 하던 '마지리 이장님'이 궁금하여 만나 봤다.
상상했던 얼굴 고대로다. 주먹코에 약주께나 좋아할 사람좋게 생긴 이장님은 찾아 준 우릴 보고 기분이 좋은지 모닝커피를 대접해 준다.
다음에 우리 후배들이 이 길을 지나거든 그때도 신나는 음악이나 틀어주오. 도돈리 출발, 08:10.
아침 공기는 언제나 맑고 상쾌해서 좋다.
아침 햇살 찬란한 평창강을 끼고 평창으로 향한다.
경치는 좋은데 지나는 차량은 많고 갓길은 좁아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그래도 목적지 가까이 점점 북상하고 있다는데 위로가 되고 힘이 솟는다.
주진리에서 음료수 하나씩 먹고 평창읍과 방림면의 경계인 뱃재(해발 470m)를 오른다. 오전인데도 무더워서 갈증이 심하게 난다. 우산으로 뙤약볕을 가리고 걷는다.
후배 Y로부처 전화가 온다. Y는 앞서 화백들과 함께 송계계곡을 찾아왔던 Y와 성은 같지만 다른 사람인데 역시나 우리나라 웬만한 길은 다 아는 인간 네비게이션으로 불린다. 그러고 보니 Y 성씨 가진 사람들은 길눈이 밝은 모양이다.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위치를 설명하니 역시 금방 알아듣는다. 안 그래도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방향에서 오고 있다는 것이다.
뱃재를 넘어서 방림삼거리 방향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도중 멀리서 우리 시야에 작은 점이 하나 나타나는가 했더니 금방 우리 앞에 멈춰 선다. 고마운 후배 Y 부부가 3인방 마님들을 대동하고 차에서 내린다. 길에서 때 아닌 눈물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다. 평소 감정 표현에 서툰 우리지만 이때 만큼은 남의 시선 쯤은 안중에도 없다. 아니, 한적한 시골길이라 오가는 차량도, 사람도 없으니, 시선이란 우리밖에 없다.
달려와 반갑게 와락 내 품에 안기는 어부인.
이게 얼마만인가? 집 떠난지 25일 만이니, 결혼 후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본 적은 처음이다.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가 한참 만에 입을 연 아내…….
-"수염 좀 깎고 다니지 그래 예. 세상에! 거미처럼 말라가꼬……. ㅠㅠ"
햇볕에 까맣게 그을리고 여윈 얼굴이 안스러운 모양이다.
시골 출신이 서울로 시집가면 잘 살 줄 았았다가 남편 잘못만나 셋째 며느리인데도 25년간이나 시집살이 한 아내에게 늘 미안하고 빚을 진 기분이다.
교회장로 부인인 C 마님은 속으론 무지 좋으면서도 표정관리 하느라 애 쓴다.
-"감기 걸려서 얼마나 힘드셨어요?"
C는 그동안 집에서 걱정할까봐 감기 걸린 사실을 숨겼었는데도 전화 목소리만 듣고서 감기 걸린 걸 알았다는 것이다. 내색은 안 했지만 이미 다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래서 말 안 해도 이심전심 통하는 게 부부 아니던가.
C는 황해도 연백 출신인데 6.25때 강화도 교동으로 피란을 나오다가 부모를 모두 잃고 삼남매가 고아로 자라 자수성가 했다.
그나저나 우리의 K화백, 아주 그냥 화끈하다. 바로 끌어안더니 입술을 비벼댄다. 갑작스런 행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K화백 마님. 고슴도치 수염에 찔린 듯 눈을 질끈 감는다. 그래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K도 평양에서 부모형제 대가족이 부산까지 피란 내려가 그곳에서 자랐는데, 부인은 애주가 남편이 늘 밤 12시가 넘어 귀가해도 불평 한마디 하는 적이없고, 100세가 넘은 시할머니를 비릇해 시부모 봉양에 시동생 넷을 결혼시켜 효부상까지 탄 부인이다.
이런 와중에도 이 극적인 상봉 장면을 놓칠세라 Y는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바쁘다.
이산가족 상봉의 기쁨은 잠시 뒤로 미루고 우린 그들이 미리 정해 놓은 식당으로 안내되었다. 발걸음도 가볍게.♬
그리고 민물고기 매운탕으로 함께 점심 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에는 그토록 먹고 싶었던 시원한 수박도 먹고, 꿀맛 같은 낮잠도 한숨 푹~잤다.
점심 먹고 마님들은 차로 뒤따라 오기로 하고 우린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길에서 혼자 국토종주를 하고있는 한 청년(37세)을 만났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혼자서 힘겹게 걷는데 한쪽 다리를 약간씩 절룩거린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통일전망대를 향해 17일째 걷고 있는데 도중에 발목을 삐었다고 한다.
무슨 계기로 이 청년은 혼자서 먼 길을 걷고 있을까. 아직 자세한 내막은 물어보지 못했지만, 지금 이 청년은 자기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는지 모른다. 걸으면서 지나온 인생을 돌이켜 보고,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설계해 보고, 아마 이 긴 여행을 마치고 나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갈 답을 얻을 것이고 또 헤쳐 갈 용기도 생길 것이다.
Y도 우리와 함께 걸으며 대화면을 지나 오늘 목표인 신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오늘의 도보를 끝낸다. 오늘도 휴게소에서 하루의 빼놓을 수 없는 일과 중의 하나, 메로나를 먹었음은 물론이다.
서울 가족들은 Y의 부인이 운전하는 차량 편으로 먼저 머루네집 숙소로 가서 기다리고, 3인방은 오늘도 전화 연락을 받고 신리까지 나와 준 K선배 차편으로 머루네 집에 도착했다.
오늘 저녁은 서울 마님들이 푸짐하게 준비해 온 맛난 불고기와 쌈으로 만찬이 벌어진다. 그리고 밤 늦게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게 얘기꽃을 피운다. 잠은 방이 두개밖에 없어서 남자 따로 여자 따로 잤다. 쥔장은 괜스레 미안해한다.
▶오늘 걸은 거리 : 29.8km(9시간)
▶코스 : 도돈리-(31)-평창-주진리-하안2리-대화-신리(평창군)
<식사>
아침 : 백반(머루네)
점심 : 민물매운탕(방림)
저녁 : 불고기백반(머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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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백)야아~ 역시 싸모님들이 곁에 계시니 행복한 웃음 넘 보기 좋네요. 캡화백! 시몽과 설모가 질투하겠어요. 찐하다 찐
해. 06.06.02 23:02
(조설모딸)캡화백님, 사모님께 진짜 멋지게 인사하시는군요. ^^ (안 쫓겨 나시겠어요.~~) 3분모두 진짜 반가우시죠? 얼굴
에 웃음이 만발. (아버지 왈, 이렇게 엄마 보니 좋다좋다 연발하셨슴.) 06.06.03 02:48
(캡화백맏딸)헉~ 아버지~ 너무 찐~하시잖아요~ ^^ (그런다고 과연 어머니께서 봐주실런지? ^^;) 어쨌든 사랑이 넘쳐나는
이야기에 저도 가슴이 벅찹니다~!! (한편으로.. 부럽습니다.. 빨리 결혼을 해야할텐데.. ^^;) 06.06.03 21:22
(wanju42)사모님을 만난 얼굴 표정들 너~~~무 반갑고 즐거운 환한 표정입니다. 피로도 싸악 가셔 보입니다. 발걸음도 가볍
고. 김덕영 선생님의 머루네집 정답습니다. 06.06.04 10:02
(캡화백둘째딸)눈물의 상봉을 예상했는데... ^^ 어머님도 만나셨으니 남은 마지막 코스는 더욱 힘차게 완주하세요~!!!
06.06.04
(동백)대단하신 노노3인방님~ 사모님들과의 만남이 너무나도 아릅답습니다. 건강한 마무리의 여정길 되시기를 기원합니
다. 06.06.04 16:36
(whitekimkj)환한. 즐거운 .찐한(?) 표정에 ㅎㅎ 지나갑니다. 06.06.04 17:38
(광태형수)죄송합니다..너무 늦게 들어왔죠? 그러나 항상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조금 늦으시더라도...건강 먼저 챙기시
구요~~마지막 코스까지...아자,아자 ,화이팅!!! 06.06.05 00:52
(짬송)모다 반가운 얼굴들, 그리고 환한 미소와 짠한 마음, 그동안의 모든 고통과 심고를 우수에 대동강 물 풀리듯 훌훌 벗
어내 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가볍게 행군하시기를!! 아자아자 화이팅!! 06.06.05 10:14
첫댓글 여기에 댓글을 잘 못 달았다간
생 무식 쟁이에 잡놈으로 까지 몰릴 것 같아
입을 봉하기로 했습니다.
평소에 점수 따 놓으신 분
마일리지 좀 쓰시죠.
무신 말씀? 기죽지 마시라요. 누가 뭐라 그런답디까?
그러면 무식한 자가 한 말씀 올리갔씀네다.
"화초에 물들은 주셨나?"
저희도 그점이 좀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뭐 나중에 집에가서 천천히 주면 되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