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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uld는 단순히 will의 과거형이 아닙니다. 독립된 단어로서 오히려 will보다 다양한 기능을 자랑하죠. 이번 칼럼은 will의 과거형이 아닌 독립된 단어로서의 would의 이미지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would의 이미지는 어떤 가상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그 결과를 추측하는 것입니다. would 자체가 가정을 표현하진 않지만, 가상적 상황의 가정과 함께 쓰여서 “(그러면) ~할텐데”라고 추측을 하지요. 그래서 would는 우리가 배운 가정법의 핵심인물이기도 합니다. 단, 가정은 언급되지 않고 암묵적으로 깔려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 “가상적인 상황”이라는 것은 현재나 과거의 어떤 사실에 반대되는 상황일 수도 있고, 미래의 실현이 힘든 어떤 일일 수도 있습니다. 즉, would는 현재나 과거 사실의 반대, 혹은 미래의 실현이 힘든 일을 가정하고 그 결과를 추측하는 데 쓰이는 것이지요. 그 형태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가정은 가정절에 과거형 동사, 추측절에 would를 쓰고, 과거에 대한 가정은 가정절에 [had+과거분사], 추측절에 would have를 써 줍니다. 이것을 예문과 함께 정리해 볼까요?
1. 현재에 대한 가정과 추측 (현재 사실의 반대): 과거형 + would
If I were a bird, I would fly to you.
이 몸이 새라면 [가정] 그대에게 날아갈 텐데 [추측].
2. 미래에 대한 가정과 추측 (실현이 힘든 일): 과거형 + would
If I won a million pounds, I would buy an island (Yahoo).
내가 만일 100만 파운드를 딴다면 [가정] 섬을 살 겁니다 [추측].
3. 과거에 대한 가정과 추측 (과거 사실의 반대): [had+과거분사] + would have
If I had been there I would have been miserable. I'm glad I wasn't there.
거기 있었다면 [가정] 정말 괴로웠을 거에요 [추측]. 없었던 것이 다행이죠.
1번은 어디서 많이 본 문장이 아닌가요? 가정법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녀석이죠. 이 몸이 새가 아닌 현재의 딱한 사실에 대한 반대를 가정하고 이것이 이뤄진다면 “날아갈 텐데”라고 추측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AGU*는 이런 용법을 imaginary or untrue라고 하죠. 여기서 “날아갈 텐데”는 용어를 통일하기 위해 “추측”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강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항상 이미지 묘사에 쓰이는 한국어 용어들은 최대한 넓은 의미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번에서 100만 파운드를 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즉, 미래의 실현이 힘든 일입니다. 이것은 어떤 기존 사실의 반대가 아니라 이 일이 생길지 안 생길지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죠. 새가 되는 것은 실현이 불가능한 일이고 100만 파운드를 따는 것은 불가능하진 않지만 실현이 힘든 일입니다. 모두 단순한 가정이 아닌 가상적인 상황이 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3번은 과거의 사실은 내가 거기 없었던 것이고 그 반대되는, 가상적 상황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would는 기본적으로 1~3의 구문의 틀에서 사용되므로 이것을 would 구문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자, 이제 기본 틀이 마련 되었으니 생생한 언어 현장에서 뛰고 있는 would 구문의 다양한 형태들과 이미지들을 만나볼 순서입니다. Longman과 Oxford 사전은 would에 관해 거의 동일한 내용을 싣고 있는데 여기의 예문들을 중심으로 이들을 추적해 보기로 하죠. 어흠!
II. 현재/미래에 대한 가정과 추측: 과거형 + would
1. Everything would be very different if your father were still alive.
자네 부친이 살아계신다면 [가정] 모든 것이 다를 텐데 [추측].
2. They both would look better with shorter hair. But it's their choice (Yahoo).
둘 다 머리가 더 짧으면 [가정] 보기가 더 좋을 텐데 [추측]. 선택은 자유죠.
3. If you went to see him, he would be delighted.
만일 그를 찾아 간다면 [가정] 기뻐할 거에요 [추측].
4. I'd be amazed if I got the job. (‘d = would)
만일 그 job을 얻는다면 [가정] 난 놀라버릴 거야 [추측].
5. What would you do if you won a million pounds?
만일 백만 파운드를 딴다면 [가정] 무얼 할 것 같아요 [추측]?
6. It would be a shame if you missed the opportunity to meet them (Yahoo).
만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면 [가정] 참 애석할 거에요 [추측].
7. She’d be a fool to accept it.
만일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가정] 바보가 될 거야 [추측].
1번에서 현재의 사실은 부친이 타계하신 것이죠. 2번은 어느 영화의 등장인물에 대해 올라온 글인데 with shorter hair가 if they had shorter hair를 표시합니다. 그래서 이 구문은 머리가 긴 현재 사실의 반대를 말하게 됩니다. 헌데, 여기 would 대신 will을 써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은 머리를 짧게 깎고 있거나 깎으려 하는 상황에서 하는 말이 되지요. would는 머리가 긴 것을 그들의 선택에 의한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반대를 상상해 보는 것이라면, will은 머리를 깎을 것을 염두에 두고 머리가 짧아질 미래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가상적 상황이 아니라 단순한 가정이죠.
3번 이하는 미래에 대한 가정입니다. 3번의 would 구문은 그를 찾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어떤 상황이 있음을 시사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간다면 기뻐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여기 현재형 go와 will을 쓰면 이런 제약적인 의미가 사라집니다. 찾아가려고 계획하고 있거나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그런 상황에서 하는 말이 되죠. 4,5번도 실현이 어려운 일들이 되겠습니다. 여기서 “만일”이 이런 이미지를 잘 표현해 줍니다.
그런데 이와 좀 달리 6번의 기회를 놓치는 것과 7번의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들입니다. 실현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미지와 실현이 어려운 이미지, 이들은 실현에 대해 어떤 제약을 가하는 요인이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지요. 그래서 6,7번도 넓은 의미에서 가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would 구문이 사용된 것입니다. 여기서도 to accept = if she accepted 입니다.
III. 과거에 대한 가정과 추측: [had+과거분사] + would have
1. If I had seen the advertisement in time I would have applied for the job.
광고를 제 시간에 봤다면 [가정] 그 job을 신청했을 텐데 [추측].
2. They would never have met if she hadn’t gone to Emma’s party.
그녀가 파티에 가지 않았다면 [가정] 그들이 결코 만나지 못했을 걸세 [추측].
3. What would have happened if I hadn't been here?
내가 여기 없었다면 [가정]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추측]?
4. I would have phoned you, but there wasn't time.
(시간이 있었다면) [가정] 네게 전화했을 텐데 [추측] 시간이 없었어.
5. I would never have done what they did (Collins).
나였다면 (내가 그들 입장이었다면) [가정] 그들이 한 짓을 안 했을 걸세 [추측].
6. Tonight's the last dance of the year at school, kinda bummed that I can't go, but I probably wouldn't have even if I wasn't grounded (Yahoo). (wouldn’t have = wouldn’t have gone)
... 댄스에 못 가서 우울하지만 (bummed), grounded 되지 않았더라도 [가정] 가진 않았을 거야 [추측].
여기의 예문들은 6번을 빼고는 과거 어떤 사실의 반대되는 가상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그 결과를 추측하고 있습니다. 4번은 if there had been time 이라는 암묵적인 가정이 생략되어 있고 5번에서는 “I”가 가정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 If I had been in their shoes). Collins 사전은 이 표현에 대해 설명하기를: To criticize something that someone has done and to express your disapproval of it.
6번의 아이는 무슨 잘못을 했는지 grounded 되어서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벌) 댄스 파티에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짠 일인지 추측절은 wouldn’t have인데 가정절은 과거형 (wasn’t)이네욥! 이것은 grounded된 것이 현재의 사실이므로 가정은 현재 사실의 반대인데, 가지 않은 것은 과거의 일이므로 추측은 과거에 대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would 구문은 이렇게 다양한 삶의 상황에 맞게 신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요.
한국 영문법에서는 가정절의 시제를 따라 현재에 대한 가정을 “가정법 과거”, 과거에 대한 가정을 “가정법 과거완료”라고 하죠.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가정법이 사실의 반대를 말하는 것이라면 미래에 대한 가정은 가정법일까요 아닐까요? 이런 물음은 정확한 답도 없고 답을 몰라도 would 구문의 사용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언어학습의 핵심은 어떤 범주를 절대시하지 않고 이미지의 자연스런 흐름을 흡수하는 것입니다. 범주는 언어 자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들을 비교, 정리하기 편하게 붙여놓은 꼬리표일 뿐이니까요.
특히 영어상으로는 가정법에 대한 용어가 제 각각이죠. 한국 문법책들은 가정법을 subjunctive라고 하지만 AGU는 이것을 unreal conditional이라 합니다. 사실 subjunctive는 문법책의 가정법 보다 훨씬 광범위한 언어현상을 지칭하죠. 그래서 이 칼럼에서는 가정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어떠세요, 가정법이 잘 이해되셨나요?
* AGU: M. Hewings, Advanced Grammar in Use (p. 198)
첫댓글 제가 정말로 궁금해 했던 바로 그 would군요.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김훈님. 감사합니다!
1. '가정법 현재' '가정법 과거'라는 유진승님의 표현이 일반 문법책에서 다루는 표현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쓰신건가요? 일반 문법서에서는 가정법 현재란 동사 원형을 쓰는 경우, 가정법 과거 가 바로 유진승님의 '가정법' 현재지요.
2. I would never have done what they did 에서는 If I had been in their shoes 가 생략된 것이라고 본다면 실제로는 I was not in their shoes 니까 이것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가정법이 쓰인 것이지. 귀결절에 내용이 사실과 추측이 일치하는 것이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지 않을까요?
johano님. 명칭은 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의미를 중심삼고 명칭을 정했습니다. 명칭보다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어서요. 그리고 사실과 추측의 일치 여부는 이 문제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분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것이 맞습니다.
진승님 답변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진승님의 주장대로 의미를 중심삼고 명칭을 정할 경우 '가정법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설명이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가정법 미래와 현재는 구별하기 힘듭니다. If I had a wing, I would fly to you. 이것이 현재 사실의 반대이긴 하지만 (현재는 날개가 없으므로) 미래 일에 대한 가정이기도 하죠. 따라서 저는 가정법 현재와 미래는 같이 취급합니다.
If you were to visit him, he would be very happy. 이것도 가정법 현재/미래 라고 볼 수 있죠.
결국 유진승님의 말대로라면 가정법시제가 아닌 시간과 결부된 조건절의 설명이군요. 문법이라는 것이 일관성 있는 공통점을 찾자는 것인에 현재와 미래의 구별이 힘들다면 초심자들을 이해시키는 방법으로는 적절치 않을텐데요. 그렇다면 If I should..도 가정법 현재와 미래로 같이 취급하시겠네요?
불필요하고 부자연스런 구분은 오히려 학습자를 혼동시킨다고 봅니다. 언어 자체에 구분이 되어있지 않으니 이것을 억지로 구분하려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죠. 좀더 언어의 본 모습에 충실하자는 것이 저의 취지이고 오히려 불필요한 구분을 없애는 것이 학습상 간단하고 쉽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