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죽었다?”
니체는 19세기 현대철학의 시조이다. 그에게는 정신병적인 요인이 있었으며, 매독(梅毒)이 있어서 이것 때문에 고생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세상을 일찍 하직한 것은 사실이다. 원래 기독교 가정의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였지만, 그의 사상만큼은 신을 죽인 자가 된 것은 사실이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반기독교적으로 돌아섰다고는 알려져 있지만, 그가 어떤 이유에서 신앙의 유산을 버리게 된 것인지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그가 정신병원 생활을 한 이유로 그의 많은 저작은 정신 나간 소리로 취급되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사후, 현대에 이르러 많은 그의 저작들이 연구되기 시작했고, 그 가치는 새롭게 평가되어 현대철학의 시조로까지 불린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외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니체의 주장은 기독교의 신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은 사실이다. 니체는, “애초에 신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인간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창조한 것이기 때문에 똑똑해진 인간이 이제는 더 이상 신을 인정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은 신을 죽였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공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근거는 수천 년 서구 유럽의 사상적인 기반이 되어 오던 형이상학 실재를 부정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물리적인 것의 배후, 또는 물리적인 것 다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배후 또는 다음’으로 알려진 단어는 ‘메타’(meta)이고, ‘피지카’(physica)는 물리학을 의미하는 단어로서, 이 둘의 합쳐진 단어가 형이상학이다. 그래서 형이상학이라는 말을 순수하게 풀이한다면, ‘물리학 다음’이 된다.
‘물질의 배후’, 즉 ‘형이상학’이 무엇인가? 플라톤 사상에 의하면, 물질로 된 모든 세계는 존재하기 이전에 이미 ‘이데아’(Idea)에 선재(先在)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데아의 세계’는 정신적인 세계이며, 기독교적으로는 영적인 세계라고 할 수 있다면, ‘현존하는 이 세계’는 이데아의 복사물(複寫物)로서 물리적인 질료의 세계이다. 따라서 이데아의 세계만이 참된 것이고 이 세상은 가변적이요, 모사(模寫)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플라톤철학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만이 참이고, 세계의 물리적인 구조물은 하등한 것으로 여긴다. 기독교의 한 때 잘못되었던 사상이 바로 ‘이원론’(二元論)인데, 이 이원론은 기독교 초기 플라톤의 사상이 기독교 교리와 친화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세상 것은 하찮은 것이요, 저 천국만이 참되다”라는 사고를 갖게 만들었던 것이다. 플라톤 철학이 기독교 안으로 들어오면서 서로는 닮은꼴이 된 것이다. 따라서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말할 때, 기독교의 신뿐만이 아니라, 서구의 형이상학 체계까지도 동시에 부정한 것이 된다. 기독교사상과 형이상학 체계 모두를 관념론이라 부르는데, 이 관념론 체계 모두를 망치로 때려 부쉈다고 해서 니체를 “망치를 든 철학자”로 부르기도 한다.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선언은 질료의 세계만이 참된 것이라는 주장에까지 나아간다. 이데아라든가 신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일 뿐, 애초에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인간은 신을 의지하면서 살지 말고 ‘초인’(超人, 독일어로는 Ubemensch)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독교 신자들의 위선과 가식에 갇혀있는 이 세계와 형이상학자들의 허황된 논리에 대한 비판을 가하면서 이 모든 가치들을 떠나 육체를 중시하라고 말한다. 기독교와 형이상학자들에게서 온 삶에 대한 권태에서 떠나 인간의 본질을 찾고, 더 나아가 형이하학적(形而下學)인 대지에 삶의 기반을 두고 그것들과 싸우라고 말한다. 끊임없이 맞서 싸우면서 심연 속으로 빠져들고 고독에 사로잡혀 고뇌와 싸우더라도 그런 과정 속에서 삶의 존재를 긍정할 수 있는 인간상이 바로 초인의 인간상이라고 주장한다.
니체에 의하면 현실의 세계를 초월한 피안의 무한자, 절대자, 신과 같은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절대자 앞에 너무나 오랫동안 억눌려 왔던 허구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내어 참다운 문제로 삼으려는 것이 니체의 관심사였다. 절대자를 그 초세계(이데아 혹은 영적인 세계)성에서 세계내재(현실세계)성으로 돌이키고 무한자의 모든 속성을 유한자에게 귀속시킨다. 여기에서 초인간적(신적인)인 것은 인간 속으로 옮겨져서 ‘초인’이 되고, 저 세상의 영원성은 시간 속으로 옮겨져서 ‘영겁회귀’(영원히 순환되는 시간)가 된다. 이리하여 니체는 인간을 초인으로, 시간을 영원으로 높인다. 그러나 이렇게 높여진 영원은 어디까지나 시간 속에, 신은 인간 속에 머문다. 오직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신과 저 세상을 죽인 인간인 Ubemensch가 지녀야 할 태도라고 니체는 생각한다.
니체의 생각을 짧게 표현한다면, “신과 이데아의 영역을 이 세상 속으로 끌고 와서 인간이 신처럼 사는 것인데, 그것이 초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니체의 생각은 허무주의, 불교의 순환사관, 무신론과 맞닿아 있다. 신을 죽인 니체의 삶은 그리 곱지는 않았다. 신을 죽였다고 공언한 그는 신을 죽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정신병자가 되어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아마도 신은 “너, 정신없는 소리를 하고 있구나”고 준엄한 형벌을 가했을지도 모른다. 신을 대신해 초인의 삶을 권장했던 니체는 초인처럼 힘에의 의지로 살기는커녕, 자신의 정신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신없는 소리를 해댄 철학자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니체는 삭센지방 뢰켄의 목사 아들로 태어나, 본(Bonn)대학과 라이프찌히 대학에서 문헌학을 연구하고, 그의 스승 릿첼의 추천으로 25세의 약관으로서 바젤대학 교수로 취임하였다. 1889년 이탈리아 트리노에서 착란증을 일으킨 이후 정신의 정상상태를 회복하지 못한 채 1900년 8월 25일 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