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6>
“고혈압에서 중풍까지” 천마(天麻)
“정상혈압 범위 수치는 수축기혈압 120mmHg미만 이완기혈압 80mmHg미만이며, 수축기혈압 120~139mmHg 확장기혈압 80~89mmHg는 고혈압 전 단계, 1기 고혈압은 140mmHg에서 159mmHg 확장기혈압이 90mmHg에서 99mmHg인 경우를 말한다.”
이는 2003년 미국국립보건원 등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으로, 오늘날 혈압에 대한 일반의 ‘상식’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병원에서는 정상혈압 범위를 넘으면 심근경색, 신부전, 뇌졸중 같은 큰 병이 올 수 있으므로 고혈압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겁을 주기도 한다. 이로써 최고혈압이 130~150 근방의 씩씩한 사람들마저 이 텍스트에 부합하느라 가정에 혈압계를 들여놓고 애써 눈금을 살피기에 이르렀다. 「고혈압은 병이 아니다」를 쓴 마쓰모토 미쓰마사는 ‘2000년까지의 고혈압의 기준치는 수축기 180mmHg이었다. 이것이 점점 낮춰져 2008년에는 130mmHg가 되었는데, 고혈압 수치를 10mmHg만 내려도 1000만 명의 새로운 환자가 생기는 일이니 고혈압 기준치의 조작이야말로 제약회사에 금덩이를 안겨주는 도깨비방망이인 셈’이라고 말한다.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을 쓴 곤도마코토는 “우리 몸은 나이를 먹을수록 혈압을 높이려고 한다. 뇌나 손발 구석구석까지 혈액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다.”라고 하면서 핀란드의 한 연구 결과에서는 최고혈압이 180 이상 나온 80세 이상 노인들의 생존율이 가장 높고 140 이하인 사람들의 생존율이 뚝 떨어졌다고 전한다.
현대의학은 고혈압 환자라 말하는 10명 중 약 9.5명에서는 고혈압의 발생 원인을 알 수가 없다고 말하며 이를 본태성고혈압이라 명명하였다. 원인을 모른다면서 치료약으로 제시하는 혈압강하제들은 혈액 내 수분을 소변으로 배출하여 수분의 양을 줄임으로써 혈압을 낮추는 <이뇨제>를 비롯하여 혈관을 구성하는 근육에 아드레날린수용체를 차단해 혈관을 이완시켜서 혈압을 낮추는 <알파차단제>, 주로 심장에 작용하여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하여 펌프력을 감소시키는 <베타차단제>, 혈관의 수축과 이완에 관여하는 칼슘을 차단하여 혈압을 낮추는 <칼슘통로차단제>를 쓴다. <안지오텐신전환효소차단제>는 신장에서 나트륨의 재흡수를 억제하여 압력을 낮춘다. 하나같이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몸의 작동원리를 강제하거나 역행하여 인위적으로 혈압만 낮춤으로써 도리어 빈혈, 부정맥,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 신부전, 호흡기장애, 말초혈관장애, 고혈당, 우울증 등을 일으킬 뿐 아니라 인체의 자연치유 능력까지 심각하게 손상을 입히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게 한다.
혈액이 건전하면 만병이 사라진다. 고혈압의 예방이나 재발방지는 반드시 ‘혈액의 개선’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른 것처럼 단 한 사람의 맥박도 동일한 신체적 배경에서 나오지 않는다. 체격은 물론 장부의 크기, 심박동의 속도와 힘, 맥관의 폭과 탄력, 기질과 성정, 음과 양, 허와 실, 체질적 특이성 같은 95퍼센트의 본태성에 환경, 섭식, 생활, 운동 같은 5퍼센트의 후천성을 따라 혈액의 과소·청탁이 관여하는 천인천색의 풍경 속에서 온다. 그러므로 사람마다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각기 다른 값의 정상 고혈압 또는 정상 저혈압이 존재한다. 동의학에서 취하는 맥진법은 장난감 수준의 혈압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깊고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치료 또한 면역력을 파괴하는 합성화학물질이나 신경조작술에 의하지 않고 천연물이 가지고 있는 성미와 성분과 약리적 상호작용을 개개인의 특질에 맞춰가는 지휘가 가능하다. 구어혈(驅瘀血), 생혈, 정혈, 자음, 영심안신(寧心安神), 보신, 순환, 이뇨, 강기, 평간, 거담 등 심혈관에 연관된 제 문제들을 긴밀히 결합하여 ‘맞춤형 원인치료’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협심증, 심근경색 같은 허혈성심장질환을 예방·치료하기 위해서는 사물탕을 앞세워 목단피·도인·홍화 같은 파어혈제에 고지혈의 용해작용이 좋은 단삼이나 산사자를 보태고, 중풍(뇌졸중)이 염려되는 두부혈액순환을 위해서 천마나 희첨(진득찰), 감국을 더한다. 여기에 산조인·용골·모려·연교 등에서 한두 가지 가미하여 심장을 안정시키고, 열체질에 상기증이 심하면 치자나 황금·황련·상백피·우슬을, 필요에 따라 목통·복령·택사 등으로 이뇨작용을 돕기도 하며,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천화분이나 천문동·맥문동·지모 등을 추가한다. 모두 혈액과 순환에 관여하므로 분야별 한두 가지씩 비슷한 분량으로 달이면 된다.
생약 『천마』는 난초과에 속하는 활물기생 다년초이며 덩이줄기를 ‘천마(天麻)’라 하여 약재로 쓴다. 성미는 달고 조금 맵고 조(燥)하며 간경(肝經)으로 들어간다. 「정풍초(定風草)」라고도 부르는데, 중풍에 이 약을 복용하면 평정진정(平靜鎭靜)하여 내풍을 멎게 한다는 의미이다. 천마는 세포사멸억제를 통해 뇌 허혈에 의한 신경손상을 완화하는 작용을 나타냄으로써 학습능력과 기억력 개선, 항치매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또 심박동수를 감소시켜 혈압을 낮추는 작용과 혈관의 저항성을 감소시켜 혈액순환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항암, 항산화, 천식, 혈소판응집억제 작용 등의 약리작용도 밝혀져 있으며 심근의 저산소에 의해 발생되는 활성산소 및 심근 세포의 과산화 반응, 혈관 염증의 진행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천마를 건조하여 단방으로 달여 마시거나, 생것을 다른 과일류와 함께 갈아서 먹는 방법이 흔하고, 발효나 분말로도 이용한다.[終]
천마 덩이줄기(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