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초혼招魂”김소월 작시, 심진섭 작곡 - 창작기創作記}
글 : 작곡가 심진섭
“초혼” - 김소월 작시, 심진섭 작곡
- 소프라노 김인혜, 피아노 권한숙
단국대학교 1학년 때 국어시간에 김소월의 시 “초혼”을 배웠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시였으나 교수님의 설명과 함께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사랑하는 이가 죽어 지붕 위에 올라가 망자亡者가 생전에 입었던 옷을
하늘을 향해 흔들며 그 혼을 부르는 초혼.
초혼의 시상詩想은 그 하늘의 텅 빈 넓은 공간으로부터 나에게 악상樂想으로 다가왔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노을 지는 붉은 저녁, 멀리 떨어진 산위에서 저세상으로 떠나버린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르지만 그 소리는 그저 허공에 흩어지고,
서럽고 처절하게 그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지만 하늘과 땅 사이의 감당하지 못할 너무도 넓은 공간 속에 흩어질 뿐이다.
부르고 또 부르다가 선채로 돌이 되어도 좋다는 그 처절한 절규가 내 가슴을 후벼 파며 눈물과 함께 그 선율이 쏟아져 나왔다.
언제나 가지고 다니던 오선지 노트를 꺼내어 빠르게 선율을 적어 내려갔고 오래지 않아 마지막 음을 적었다.
워낙 시 자체가 음악적이라 흐름에 막힘이 없었고 선율도 그렇게 한 번에 흘러 오선지에 적혀졌다.
선율을 쓰기는 했으나 발표할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니 반주를 붙이지는 않고 있다가
1학년 마치고 군에 입대하였는데, 논산훈련소 때 문학을 전공하는 동기가 있어
그 악보를 보여주며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불러주었더니
크게 감동하여 흥분하는 것을 보고 선율작곡이 괜찮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나는데,
그 동기는 문학을 전공한다는 이유로 우리가 속해있던 소대의 현역병들의 편지를 대필해 주고 있었는데
그가 나를 추천하여 그 "훈련소 노래(군가)"의 작곡을 의뢰받아 그 친구가 가사를 쓰고 내가 작곡하여 작곡해주고 특별 표창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 곡은 제대하고 복학하여 3학년 1학기 작곡과제곡으로 제출했고,
2학기 때 교내작곡발표회에서 연주를 했는데, 김중석 교수님께서 곡이 좋다고 말씀하셨던 기억도 있다.
대외적인 발표는 유학에서 돌아와서 연세대100주년기념관에서 대학동기 테너 강항구의 노래로 발표했고,
여러 해 후에 김인혜 교수가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따로 녹음을 부탁하여
권한숙 피아니스트와 함께 국제녹음실에서 녹음하여 가지고 있다가
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한국100인창작음악연합회에서 출반한
{100인회 대표가곡집 2004} CD에 수록되어 세상에 다시 나왔다.
작악회에서 실내관현악(1관) 반주로 영산아트홀에서 소프라노 김수정의 노래로 연주한 적도 있다.
정말 오랜만에 깊이 넣어두었던 작곡노트를 꺼내어 보니 선율을 고친 부분이 꽤 많이 보인다.
반주는, 전주부분이 처절한 절규가 공허한 넓디넓은 허공에 흩어지며
터져나가는 가슴을 표현하려다보니 매우 길게 되어
마치 오페라 서곡처럼 거창(교내발표 버전)했는데,
곡의 규모에 비해 전주가 너무 장대하여 나중에 짧게 줄여 현재의 상태가 되었다.
김소월의 초혼을 가사로 한 가곡이 많이 있는데,
누구의 실수인지는 모르겠으나 작곡가의 이름이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꽤 있다.
내가 작곡한 '초혼'은 여기에 올리는 한 곡 뿐이다.
. 영상 제작 : 심진섭 .
https://youtu.be/YLxFiuP9_YE?si=w4cFeMADH7cCSoZ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