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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조국에 돌아온 상병포로(傷病捕虜) 동지들에게
그것은 자유를 찾기 위해서의 여정이었다
가족과 애인과 그리고 또 하나 부실한 처를 버리고
포로수용소로 오려고 집을 버리고 나온 것이 아니라
포로수용소보다 더 어두운 곳이라 할지라도
자유가 살고 있는 영원한 길을 찾아
나와 나의 벗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현대의 천당을 찾아 나온 것이다
나는 원래가 약게 살 줄 모르는 사람이다
진실을 찾기 위하여 진실을 잊어버려야 하는
내일의 역설 모양으로
나는 자유를 찾아서 포로수용소에 온 것이고
자유를 찾기 위하여 유자철망(有刺鐵網)을 탈출하려는 어리석은 동물이 되고 말았다
<여보세요 내 가슴을 헤치고 보세요 여기 장 발장이 숨기고 있던 격인(格印)보다 더 크고 검은
호소가 있지요
길을 잊어버린 호소예요>
<자유가 항상 싸늘한 것이라면 나는 당신과 더 이야기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이것은 살아 있는 포로의 애원이 아니라
이미 대한민국의 하늘을 가슴으로 등으로 쓸고 나가는
저 조그만 비행기같이 연기도 여운도 없이 사라진 몇몇 포로들이 영령이
너무나 알기 쉬운 말로 아무도 듣지 못하게 당신의 빰에다 대고 비로소 시작하는 귓속 이야기지요>
<그것은 본 사람만이 아는 일이지요
누가 거제도 제61수용소에서 단기 4284년 3월 16일 오전 5시에 바로 철망 하나 둘 셋 네 겹을 격(隔)하고 불 일어나듯이 솟아나는 제62적색수용소로 돌을 던지고 돌을 받으며 뛰어들어갔는가>
나는 그들이 어떻게 용감하게 싸웠느냔 것에 대한 대변인이 아니다
또한 나의 죄악을 가리기 위하여 독자의 눈을 가리고 입을 봉하기 위한 연명을 위한 아유(阿諛)도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명이 지루하다고 꾸짖는 독자에 대하여는
한마디 드려야 할 정당한 이유의 말이 있다
<포로의 반공전선을 위하여는
이것보다 더 장황한 전제가 필요하였습니다
나는 그들의 용감성과 또 그들의 어마어마한 전과(戰果)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싸워온 독특한 위치와 세계사적 가치를 말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것을 자유라고 부릅니다
그리하여 나는 자유를 위하여 출발하고 포로수용소에서 끝을 맺은 나의 생명과 진실에 대하여
아무 뉘우침도 남기려 하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 자유를 연구하기 위하여 『나는 자유를 선택하였다』의 두꺼운 책장을 들춰볼 필요가 없다
꽃같이 사랑하는 무수한 동지들과 함께
꽃같은 밥을 먹었고
꽃같은 옷을 입었고
꽃같은 정성을 지니고
대한민국의 꽃을 이마 위에 동여매고 싸우고 싸우고 싸워왔다
그것이 너무나 순진한 일이었기에 잠을 깨어 일어나서
나는 예수 그리스트가 되지 않았나 하는 신성한 착감(錯感)조차 느껴보는 것이다
정말 내가 포로수용소를 탈출하여 나오려고
무수한 동물적 기도(企圖)를 한 것은
이것이 거짓말이라면 용서하여 주시오
포로수용소가 너무나 자유의 천당이었기 때문이다
노파심으로 만일을 염려하여 말해 두는 건데
이것은 촌호(村毫)의 풍자미(諷刺美)도 역설도 불쌍한 발악도 청년다운 광기도 섞여 있는 말이 아닐 것이다
「여러분!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것은 시가 아니겠습니까.
일전에 어떤 친구를 만났더니 날더러 다시 포로수용소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고
정색을 하고 물어봅니다
나는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포로수용소에서 나온 것은
포로로서 나온 것이 아니라
민간 억류인으로서 나라에 충성을 다하기 위하여 나온 것이라고
그랬더니 그 친구가 빨리 38선을 향하여 가서
이북에 억류되고 있는 대한민국과 UN군의 포로를 구하여내기 위하여
새로운 싸움을 하라고 합니다
나는 정말 미안하다고 하였습니다
이북에서 고생하고 돌아오는
상병포로들에게 말할 수 없는 미안한 감이 듭니다」
내가 6·25 후에 개천(价川) 야영훈련소에서 받은 말할 수 없는 학대를 생각한다
북원(北院) 훈련소를 탈출하여 순천(順川) 읍내까지도 가지 못하고
악귀의 눈동자보다도 더 어둡고 무서운 밤에 중서면(中西面) 내무성(內務省) 군대에게 체포된 일을 생각한다
그리하여 달아나오던 날 새벽에 파묻었던 총과 러시아 군복을 사흘을 걸려서 찾아내고 겨우 총살을 면하던 꿈같은 일을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평양을 넘어서 남으로 오다가 포로가 되었지만
내가 만일 포로가 아니 되고 그대로 거기서 죽어버렸어도
아마 나의 영혼은 부지런히 일어나서 고생하고 돌아오는
대한민국 상병포로와 UN 상병포로들에게 한마디 말을 하였을 것이다
<수고하였습니다>
<돌아오신 여러분! 아프신 몸에 얼마나 수고하셨습니까!
우리는 UN군에 포로가 되어 너무 좋아서 가시철망을 뛰어나오려고 애를 쓰다가 못 뛰어나오고
여러 동지들은 기막힌 쓰라림에 못 이겨 못 뛰어나오고>
<그러나 천당이 있다면 모두 다 거기서 만나고 있을 것입니다
억울하게 넘어진 반공포로들이
다 같은 대한민국의 이북 반공포로와 거제도 반공포로들이
무궁화의 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나는 이것을 진정한 자유의 노래라고 부르고 싶어라!
반항의 자유
진정한 반항의 자유조차 없는 그들에게
마지막 부르고 갈
새날을 향한 전승(戰勝)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라!
그것은 자유를 위한 영원한 여정이었다
나직이 부를 수도 소리 높이 부를 수도 있는 그대들만의 노래를 위하여
마지막에는 울음으로밖에 변할 수 없는
숭고한 희생이여!
나의 노래가 거치럽게 되는 것을 욕하지 마라!
지금 이 땅에는 온갖 형태의 희생이 있거니
나의 노래가 없어진들
누가 나라와 민족과 청춘과
그리고 그대들의 영령을 위하여 잊어버릴 것인가!
자유의 길을 잊어버릴 것인가!
(1953. 3. 5)
이 시는 조국에 돌아온 상병포로는 자유를 찾는 숭고한 희생의 길은 걸은 사람들이라는 내용이다.
‘조국에 돌아온 상병포로(傷病捕虜) 동지들’은 6‧25전쟁에서 중국과 북한에게 포로가 되었다가 휴전이 되면서 대한민국으로 돌아온 전쟁에서 다치고 병든 군인들을 이야기 한다.
그것은 자유를 찾기 위해서의 여정이었다
가족과 애인과 그리고 또 하나 부실한 처를 버리고
포로수용소로 오려고 집을 버리고 나온 것이 아니라
포로수용소보다 더 어두운 곳이라 할지라도
자유가 살고 있는 영원한 길을 찾아
나와 나의 벗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현대의 천당을 찾아 나온 것이다
‘그것은’은 ‘상병포로’가 되어 ‘조국에 돌아온’ 것을 말한다. ‘또 하나 부실한 처’는 시인의 개인사가 반영된 표현이다. 시인이 전쟁에서 돌아왔을 때에 시인이 죽은 줄 알고 다른 사람과 살림을 살고 있던 시의 처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천당’은 자유롭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을 말한다. 화자가 궁극적으로 살고자 하는 곳이다. 화자가 포로가 되어 포로수용소에 오게 된 것도 ‘현대의 천당’을 찾기 위한 과정 중에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나는 원래가 약게 살 줄 모르는 사람이다
진실을 찾기 위하여 진실을 잊어버려야 하는
내일의 역설 모양으로
나는 자유를 찾아서 포로수용소에 온 것이고
자유를 찾기 위하여 유자철망(有刺鐵網)을 탈출하려는 어리석은 동물이 되고 말았다
<여보세요 내 가슴을 헤치고 보세요 여기 장 발장이 숨기고 있던 격인(格印)보다 더 크고 검은
호소가 있지요
길을 잊어버린 호소예요>
‘내일의 역설’은 ‘진실을 찾기 위하여 진실을 잊어버려야 하는’ 일이 오늘 할 일은 아니고 미래에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자유를 찾기 위하여 유자철망(有刺鐵網)을 탈출하려는’ 이유는 ‘포로수용소가 너무나 자유의 천당이었기 때문이다’(6연6행). ‘어리석은 동물이 되고 말았다는 이유는 ’길을 잊어버린‘ 것이다. 길을 모르면서도 ’탈출하려는‘ 행동을 본능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장 발장이 숨기고 있던 격인(格印)보다 더 크고 검은 / 호소’는 감옥을 탈출하여 자유인이 되려는 소설의 주인공 ‘장 발장’의 마음에 찍힌 도장의 자국보다 더 큰 호소를 화자는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은 / 호소’는 도장의 인의 색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마음속에 있기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검은’으로 말한 것일 수도 있다. 화자는 ‘자유를 찾아서 포로수용소에’ 왔고 ‘자유를 찾기 위하여’ 수용소를 둘러싼 ‘유자철망(有刺鐵網)을’ 넘어 ‘탈출하려’ 했던 행동이 ‘길을 잊어버린 호소’이었다는 것이다.
<자유가 항상 싸늘한 것이라면 나는 당신과 더 이야기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이것은 살아 있는 포로의 애원이 아니라
이미 대한민국의 하늘을 가슴으로 등으로 쓸고 나가는
저 조그만 비행기같이 연기도 여운도 없이 사라진 몇몇 포로들이 영령이
너무나 알기 쉬운 말로 아무도 듣지 못하게 당신의 빰에다 대고 비로소 시작하는 귓속 이야기지요>
‘자유가 항상 싸늘한 것이라면’은 자유가 일시적으로는 싸늘한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싸늘한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운도 없이 사라진 몇몇 포로들이 영령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자유’에 대하여 ‘귓속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본 사람만이 아는 일이지요
누가 거제도 제61수용소에서 단기 4284년 3월 16일 오전 5시에 바로 철망 하나 둘 셋 네 겹을 격(隔)하고 불 일어나듯이 솟아나는 제62적색수용소로 돌을 던지고 돌을 받으며 뛰어들어갔는가>
‘그것은’은 자유가 싸늘한 것이 아닌 실증을 말하는 것이다. 실증은 ‘단기 4284년 3월 16일 오전 5시에’ ‘제62적색수용소로 돌을 던지고 돌을 받으며 뛰어들어’ 간 거제포로수용소폭동사건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다음 백과사전에서는 이날에 사건은 적혀 있지 않다. ‘최초의 충돌은 1952년 2월 18일에 있었다. -중간 생략- 3월 13일 한국군경비대와 포로들이 충돌하여 포로 12명이 죽고 26명이 부상당했다. 또한 5월 7일 수용소 소장인 F.T.도드 준장이 제76포로수용소에 납치·감금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간 생략- 6월 13일에도 제76수용소에서 충돌이 발생하여.....-이하 생략)
나는 그들이 어떻게 용감하게 싸웠느냔 것에 대한 대변인이 아니다
또한 나의 죄악을 가리기 위하여 독자의 눈을 가리고 입을 봉하기 위한 연명을 위한 아유(阿諛)도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명이 지루하다고 꾸짖는 독자에 대하여는
한마디 드려야 할 정당한 이유의 말이 있다
<포로의 반공전선을 위하여는
이것보다 더 장황한 전제가 필요하였습니다
나는 그들의 용감성과 또 그들의 어마어마한 전과(戰果)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싸워온 독특한 위치와 세계사적 가치를 말하는 것입니다>
화자는 거제포로수용소폭동사건에서 반공포로들이 ‘용감하게 싸웠느’냐를 말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연명을 위한 아’부를 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그들의 용감성과 또 그들의 어마어마한 전과(戰果)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고 화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싸워온 독특한 위치와 세계사적 가치’이다. ‘독특한 위치와 세계사적 가치’가 무엇을 말하는지 필자의 지식으로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시에서는 ‘포로’란 것을 ‘독특한 위치’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것을 ‘세계사적 가치’로 보는 것은 아닌가 한다.
<나는 이것을 자유라고 부릅니다
그리하여 나는 자유를 위하여 출발하고 포로수용소에서 끝을 맺은 나의 생명과 진실에 대하여
아무 뉘우침도 남기려 하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 자유를 연구하기 위하여 『나는 자유를 선택하였다』의 두꺼운 책장을 들춰볼 필요가 없다
꽃같이 사랑하는 무수한 동지들과 함께
꽃같은 밥을 먹었고
꽃같은 옷을 입었고
꽃같은 정성을 지니고
대한민국의 꽃을 이마 위에 동여매고 싸우고 싸우고 싸워왔다
‘이것’은 ‘독특한 위치와 세계사적 가치’를 지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 자유를 위하여 출발하고 포로수용소에서 끝을 맺은 나의 생명과 진실에 대하여 / 아무 뉘우침도 남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화자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이다. 화자는 자유 대하여 이미 알고 이를 찾고 이를 위한 행동을 하고 있기에 ‘자유를 연구하기 위하여 『나는 자유를 선택하였다』의 두꺼운 책장을 들춰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꽃’과 ‘대한민국의 꽃’은 ‘자유’를 비유한 보조관념이라 생각한다. ‘상병포로 동지들’의 상병(傷病)과 전사한 군인들, 거제포로수용소의 반공포로들의 죽음이 ‘꽃’처럼 아름다운 ‘자유’를 위한 것이고 아름다운 행위라는 말이다.
그것이 너무나 순진한 일이었기에 잠을 깨어 일어나서
나는 예수 그리스트가 되지 않았나 하는 신성한 착감(錯感)조차 느껴보는 것이다
정말 내가 포로수용소를 탈출하여 나오려고
무수한 동물적 기도(企圖)를 한 것은
이것이 거짓말이라면 용서하여 주시오
포로수용소가 너무나 자유의 천당이었기 때문이다
노파심으로 만일을 염려하여 말해 두는 건데
이것은 촌호(村毫)의 풍자미(諷刺美)도 역설도 불쌍한 발악도 청년다운 광기도 섞여 있는 말이 아닐 것이다
‘그것이’는 ‘대한민국의 꽃을 이마 위에 동여매고 싸우고 싸우고 싸워’온 것을 지시한다고 본다. ‘잠을 깨어 일어나서’는 화자가 잠(꿈)속에서도 ‘자유’를 위하여 ‘싸우고 싸우고 싸워’온 것을 함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화자가 ‘예수 그리스트가 되지 않았나 하는 신성한 착감(錯感)’은 ‘너무나 순진’하게 자유를 위하여 ‘싸우고 싸우고 싸’웠기에 자유를 위해 몸을 바치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기에 느끼는 감정으로 보인다. ‘포로수용소가 너무나 자유의 천당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진심이라고 한다. ‘포로수용소’란 포로를 가두어 놓는 시설이므로 자유가 억압된 곳인데 이곳이 ‘너무나 자유의 천당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과는 모순된다. 그래서 독자들이 화자의 진심을 받아들이지 못할까봐 염려하며 이 말이 결코 ‘촌호(村毫)의 풍자미(諷刺美)도 역설도 불쌍한 발악도 청년다운 광기도 섞여 있는 말’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촌호’는 마을에 사는 터럭같이 보잘 것 없은 사람으로 화자를 낮추어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화자는 ‘포로수용소’를 ‘너무나 자유의 천당이었’다고 말하는 것일까? ‘너무나 자유의 천당’은 자유가 지나치게 넘치는 것이다. 이렇게 자유가 넘치면 ‘나와 나의 벗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 현대의 천당’(1연 6~7행)이 될 수가 없다.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포로수용소를 탈출하여 나오려고’ 한 것이다. 이러한 행동을 ‘동물적 기도(企圖)’라고 한 것은 탈출하려 한 것이 ‘현대의 천당’에 가는 길을 알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러분!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것은 시가 아니겠습니까.
일전에 어떤 친구를 만났더니 날더러 다시 포로수용소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고
정색을 하고 물어봅니다
나는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포로수용소에서 나온 것은
포로로서 나온 것이 아니라
민간 억류인으로서 나라에 충성을 다하기 위하여 나온 것이라고
그랬더니 그 친구가 빨리 38선을 향하여 가서
이북에 억류되고 있는 대한민국과 UN군의 포로를 구하여내기 위하여
새로운 싸움을 하라고 합니다
나는 정말 미안하다고 하였습니다
이북에서 고생하고 돌아오는
상병포로들에게 말할 수 없는 미안한 감이 듭니다」
‘여러분!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것은 시가 아니겠습니까.’라 하여 산문처럼 보이는 이 글이 시라고 말하는 것이다. 왜 이러한 진술을 한 것일까? 알 수 없다. 행을 나누었기에 시로 보는 것인지, ‘대한민국의 꽃’과 같은 상징을 사용했기에 시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점은 김수영의 시에 대한 개념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이 있을 것이나 필자의 능력으로 알 수 없다. ‘내가 포로수용소에서 나온 것은 / 포로로서 나온 것이 아니라 / 민간 억류인으로서’ 나왔다고 하여 화자가 군인으로 포로가 된 것이 아니고 민간인 신분이었다는 것을 말한 것으로 시인 김수영이 쓴 소설 ‘의용군’에 잘 반영되어 있다. 화자가 친구에게 ‘나라에 충성을 다하기 위하여’ ‘포로수용서’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자 ‘친구가 빨리 38선을 향하여 가서 / 이북에 억류되고 있는 대한민국과 UN군의 포로를 구하여내기 위하여 / 새로운 싸움을 하라’고 하는데 이에 대하여 ‘정말 미안하다’고 한 이유는 화자는 ‘자유’를 위하여 싸운 것이기 때문이다. 화자가 생각하는 ‘충성’은 일반적인 의미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북에서 고생하고 돌아오는 / 상병포로들’보다는 온전한 상태이기에 이들에게 ‘말할 수 없는 미안한 감이’ 드는 것이다.
내가 6·25 후에 개천(价川) 야영훈련소에서 받은 말할 수 없는 학대를 생각한다
북원(北院) 훈련소를 탈출하여 순천(順川) 읍내까지도 가지 못하고
악귀의 눈동자보다도 더 어둡고 무서운 밤에 중서면(中西面) 내무성(內務省) 군대에게 체포된 일을 생각한다
그리하여 달아나오던 날 새벽에 파묻었던 총과 러시아 군복을 사흘을 걸려서 찾아내고 겨우 총살을 면하던 꿈같은 일을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평양을 넘어서 남으로 오다가 포로가 되었지만
내가 만일 포로가 아니 되고 그대로 거기서 죽어버렸어도
아마 나의 영혼은 부지런히 일어나서 고생하고 돌아오는
대한민국 상병포로와 UN 상병포로들에게 한마디 말을 하였을 것이다
<수고하였습니다>
‘내가 6·25 후에~포로가 되었지만’은 화자가 포로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죽었다고 해도 화자의 영혼은 ‘대한민국 상병포로와 UN 상병포로들에게’ ‘수고하였습니다’라고 말을 하였을 것이라 하여 이들의 자유를 향한 싸움에 고마움을 말하고 있다.
<돌아오신 여러분! 아프신 몸에 얼마나 수고하셨습니까!
우리는 UN군에 포로가 되어 너무 좋아서 가시철망을 뛰어나오려고 애를 쓰다가 못 뛰어나오고
여러 동지들은 기막힌 쓰라림에 못 이겨 못 뛰어나오고>
포로수용소에서 반공포로가 되어 자유를 찾아 나오려하다가 죽은 포로들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천당이 있다면 모두 다 거기서 만나고 있을 것입니다
억울하게 넘어진 반공포로들이
다 같은 대한민국의 이북 반공포로와 거제도 반공포로들이
무궁화의 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나는 이것을 진정한 자유의 노래라고 부르고 싶어라!
반항의 자유
진정한 반항의 자유조차 없는 그들에게
마지막 부르고 갈
새날을 향한 전승(戰勝)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라!
‘억울하게 넘어진 반공포로들’은 포로수용소에서 죽은 포로들을 말한다. ‘무궁화의 노래’는 ‘진정한 자유의 노래’이다. 그들은 수용소에 갇혀 ‘반항의 자유 / 진정한 반항의 자유조차 없’었다. 화자는 그들이 부를 ‘무궁화의 노래’는 ‘진정한 반항의 자유의 노래’로 ‘새날을 향한 전승(戰勝)의 노래’라고 말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유를 위한 영원한 여정이었다
나직이 부를 수도 소리 높이 부를 수도 있는 그대들만의 노래를 위하여
마지막에는 울음으로밖에 변할 수 없는
숭고한 희생이여!
‘그것은’은 포로수용소에서 자유를 위한 싸움을 하다가 죽은 반공포로와 ‘대한민국의 이북 반공포로와 거제도 반공포로들이’ 부른 ‘무궁화의 노래’, ‘새날을 향한 전승(戰勝)의 노래’를 지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겪은, 행한 행동은 ‘자유를 위한 영원한 여정이었’고 이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는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생각하면 ‘마지막에는 울음으로밖에 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의 노래가 거치럽게 되는 것을 욕하지 마라!
지금 이 땅에는 온갖 형태의 희생이 있거니
나의 노래가 없어진들
누가 나라와 민족과 청춘과
그리고 그대들의 영령을 위하여 잊어버릴 것인가!
자유의 길을 잊어버릴 것인가!
화자는 자신의 노래가 거칠게 ‘되는 것을 욕하지 마라!’고 한다. 노래가 거칠더라도 더 나아가 ‘나의 노래가 없어진들’ ‘그대들의 영령을 위하여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자유의 길’은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병포로들’의 자유를 위해서 싸운 ‘희생’은 결코 잊지 않는다는 말로 마무리를 하며 연을 구분하여 강조한 것이다.20200331화후0145전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