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입법계품(入法界品)_28)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을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저 거사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저 보살의 해탈하는 갈무리에 들어가고,
저 보살의 생각을 따라주는 힘을 얻었고,
저 부처님들의 나타나시는 차례를 기억하고,
저 부처님들이 계속하는 차례를 생각하고,
저 부처님의 명호의 차례를 지니고,
저 부처님들의 말하시는 법을 관찰하고,
저 부처님들의 갖추신 장엄을 알고,
저 부처님들의 정등각을 이룸을 보고,
저 부처님들의 부사의한 업을 분명하게 알고서,
점점 다니다가 그 산에 이르러 간 데마다 이 대보살을 찾고 있었다.
문득 바라보니, 서쪽 골짜기에 시냇물이 굽이져서 흐르고 수목은 우거져 있으며, 부드러운 향풀이 오른쪽으로 쓸려서 땅에 깔렸는데, 관자재보살이 금강석 위에서 가부하고 앉았고, 한량없는 보살들도 보석 위에 앉아서 공경하여 둘러 모셨으며, 관자재보살이 대자대비한 법을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게 하고 계시었다.
선재동자가 보고는 기뻐 뛰놀면서 합장하고 눈도 깜짝이지 않고 쳐다보면서 생각하기를,
'선지식은 곧 여래며,
선지식은 모든 법 구름이며,
선지식은 모든 공덕의 광이라,
선지식은 만나기 어렵고,
선지식은 십력(十力)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다함이 없는 지혜의 횃불이며,
선지식은 복덕의 싹이며,
선지식은 온갖 지혜의 문이며,
선지식은 지혜 바다의 길잡이며,
선지식은 온갖 지혜에 이르는 길을 도와주는 기구로다' 하고,
곧 대보살이 계신 데로 나아갔다.
그 때 관자재보살은 멀리서 선재동자를 보고 말하였다.
“잘 왔도다. 그대는 대승의 마음을 내어 중생들을 널리 거두어 주고,
정직한 마음으로 불법을 구하고,
자비심이 깊어서 모든 중생을 구호하며,
보현의 묘한 행이 계속하여 앞에 나타나고,
큰 서원과 깊은 마음이 원만하고 청정하며,
부처의 법을 부지런히 구하여 모두 받아 지니고,
선근을 쌓아 만족함을 모르며,
선지식을 순종하여 가르침을 어기지 않고,
문수사리의 공덕과 지혜의 바다로부터 났으므로 마음이 성숙하여 부처의 세력을 얻고,
광대한 삼매의 광명을 얻었으며,
오로지 깊고 묘한 법을 구하고,
항상 부처님을 뵈옵고 크게 환희하며,
지혜가 청정하기 허공과 같아서, 스스로도 분명히 알고 다른 이에게 말하기도 하며,
여래의 지혜의 광명에 편안히 머물러 있도다.”
이 때 선재동자는 관자재보살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보살이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해탈문을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으로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교화하여 끊이지 아니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에 머물렀으므로, 모든 여래의 처소에 항상 있으며, 모든 중생의 앞에 항상 나타나서,
보시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고,
사랑하는 말로써 하기도 하고,
이롭게 하는 행으로써 하기도 하고,
같이 일함으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며,
육신을 나투어 중생을 거둬 주기도 하고,
가지가지 부사의한 빛과 깨끗한 광명을 나타내어 중생을 거둬 주기도 하며,
음성으로써 하기도 하고,
위의로써 하기도 하며,
법을 말하기도 하고,
신통변화를 나타내기도 하며,
그의 마음을 깨닫게 하여 성숙케 하기도 하고,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여 함께 있으면서 성숙케 하기도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을 수행하여 모든 중생을 구호하려 하노니,
모든 중생이 험난한 길에서 공포를 여의며,
번뇌의 공포를 여의며,
미혹한 공포를 여의며,
속박될 공포를 여의며,
살해될 공포를 여의며,
빈궁한 공포를 여의며,
생활하지 못할 공포를 여의며,
나쁜 이름을 얻을 공포를 여의며,
죽을 공포를 여의며,
여러 사람 앞에서 공포를 여의며,
나쁜 길에 태어날 공포를 여의며,
캄캄한 속에서 공포를 여의며,
옮아 다닐 공포를 여의며,
사랑하는 이와 이별할 공포를 여의며,
원수를 만나는 공포를 여의며,
몸을 핍박하는 공포를 여의며,
마음을 핍박하는 공포를 여의며,
근심 걱정의 공포를 여의어지이다 하노라.
또 원하기를, 여러 중생이 나를 생각하거나 나의 이름을 일컫거나 나의 몸을 보거나 하면, 다 모든 공포를 면하여지이다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런 방편으로써 중생들의 공포를 여의게 하고, 다시 가르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고 영원히 물러가지 않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을 얻었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보현의 모든 원을 깨끗이 하였고, 보현의 모든 행에 머물러 있으면서,
모든 착한 법을 항상 행하고,
모든 삼매에 항상 들어가고,
모든 그지없는 겁에 항상 머물고,
모든 삼세 법을 항상 알고,
모든 그지없는 세계에 항상 가고,
모든 중생의 나쁜 짓을 항상 쉬게 하고,
모든 중생의 착한 일을 항상 늘게 하고,
모든 중생의 죽살이의 흐름을 항상 끊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그 때 동방에 한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은 정취(正趣)이고, 공중으로부터 사바세계에 와서 철위산[輪圍山] 꼭대기에서 발로 땅을 누르니, 사바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모든 것이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다.
정취보살이 몸에서 광명을 놓아 해와 달과 모든 별과 번개의 빛을 가리니, 하늘·용들의 팔부와 제석·범천·사천왕의 광명들은 먹덩이와 같아지고, 그 광명이 모든 지옥·축생·아귀·염라왕의 세계를 두루 비추어 모든 나쁜 길의 고통을 소멸하여 번뇌가 일어나지 않고 근심 걱정을 여의게 하였다.
또 모든 부처님 국토에서 모든 꽃·향·영락·의복·당기·번기를 내리며, 이러한 여러 가지 장엄거리로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중생의 좋아함을 따라 모든 궁전에서 몸을 나타내어 보는 이들을 모두 기쁘게 하였다.
그런 뒤에 관자재보살이 있는 데로 오니, 관자재보살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정취보살이 여기 오는 것을 보느냐?”
선재는 말하였다.
“보나이다.”
관자재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