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식구와 함께] 아들이 결혼을 한 후 첫 명절을 맞이하였다. 가정을 이루어 사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아들과 며느리가 두어시간을 달려 집에 도착하였다. 신혼 살림하는 곳과 직장이 멀리 떨어져 지내는 주말부부로 산다. 조상께자식이 가정을 꾸리고 어른이되었음을 고하는 시간을 가지려한다.추석차례를 지내고 자동차 세 대에 나누어 타고 고향으로 향했다.고속도로는 귀향 차량으로 가다 서다를반복하며 움직인다. 자동차 안내내비는 두 시간 소요를 알린다.언제시원하게 달릴 수 있을지 조급한 마음뿐이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넘나들어 달린 끝에 어느덧 마을 입구에 도착하였다. 지난 주에 벌초를 한 산소는 잘 정리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마을 입구 선산에 윗대 조상의 묘소수십기가 자리하고 있다.한 곳에 모여 있어 여느 집보다 벌초하기에는시간이 절약된다.아버지 산소는 윗대 묘지를 지나 산 중허리에자리하고 있다.산소 초입을 지나면 경사가 점점 가팔라져 힘겹게 오른다.주변 산세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산등성이에서 바라보는 마주한산골짜기는학창시절소먹이러 다니던 곳이다. 어린 시절아침 저녁으로 소를 몰아 산으로 간다.신방골, 땅골,성짓골 등 골짜기마다 요일별로동네 앞 뒷 산을 오르내렸다. 그때는 땔감과퇴비 마련에 민둥산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 시간 이상 멀리 산속으로 걸어 가 땔감을 해 왔다. 세월이 흘러 민둥산은빽빽하게 다양한 나무로 숲을 이루었다. 동생이 몇 년 전에 귀촌하여 고향 근처 마을에 터전을 잡았다.시간날때마다자주 산소를 돌보고 있어 주변 정리가 잘 되었다. 새 식구와 함께 묘소를 찾아 술잔을 올리고 전 식구들이 모여 절을 한다.생전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린다.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여러 가지가 내내 부족 했던 시간이었다.시골에서 가진 지난날을 돌아본다.정서적으로는 풍족하고 아름다운 생활이었으나유쾌함보다는아픈 기억들이 스친다. 이제 내가 아버지살아 생전의 나이를 넘어 삶을 영위하고 있다.의술이 발달하여 평균 수명이 길어졌다. 과학 기술의 진전으로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산다. 직장을 퇴직하고 여유를 즐기고 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누리고 싶은 것도 줄을 서 있다.생활방식이나전통 등에서 의견이 다르다. 서운한 마음이 있기는 하지만 나중의 일까지 요구할 수는 없지 않나. 명절을 자식들과 보내면서 세대간생각의 차이를 엿본다.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듯 ‘나이가 들면 고향을 찾는다’고 나 자신 또한 시골 생활을 갈망한다.도시에서긴긴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삶의 활력소를 고향 땅에서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고향 마을에는 내 놓은 집이 없었다.아내가 긴 시간 살펴본 끝에 고향 가는 길 먼 발치 창녕에 새 터전을 마련하였다. 집 안팎을 정리하고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 나가고 있다. 삶은 유한하다. 우리 세대가 이어 온 전통의 범절은 차츰 사라져간다. 시월 시사는 없앳다. 그나마 집안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줄어 들었다.추석 전 벌초가 유일한 행사일 뿐이다.이 마저도 멀리 있는 사람은 오지를 않는다.곧 이어 있는 명절까지 두 번 모이는 것이 부담인 모양이다. 명절에는 선택적으로 모인다. 식구들끼리 행사를 진행하느라 함께 얼굴 보기가 어렵다. 어쩌면 시간이 갈수록 모임은 더 뜸해질것으로 보인다. 이전 어른들의 걱정이 이제 내가 그 당사자가 된 것은 기우일까?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친척들이 모여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점점 줄어든다. 오로지 만나는 계기는 결혼식이나 장례식이 될 듯하다. 가족의 정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야 서로의 두터운정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여우가 죽을 때는 머리를 고향으로 향한다’는 말이 가슴 언저리를 누른다. 우리가 뿌리를 모른 채 살아갈 수는 없지 않나.조상없는후손은 없다. 간략히 하고 편의 위주로 지내는 것이 현 세대의 추세인 듯 하다. 지금의 우리 세대가 중심을 잡고 전통의 계승과 집안의 풍습을 안내하는 것이 다음 세대에게 해야하는 다짐으로 챙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