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달마장현종론 제14권
4. 변연기품(辯緣起品)③
4.3. 12연기(緣起)에 따른 윤회전생[2]
3) 연기에 대한 네 가지 해석과 분위(分位)연기
① 연기에 대한 네 가지 해석
또한 온갖 연기는 네 가지로 차별하여 말할 수 있으니,
첫째는 찰나(刹那) 연기이며,
둘째는 원속(遠續) 연기이며,
셋째는 연박(蓮縛) 연기이며,
넷째는 분위(分位) 연기이다.
[이에 대해] 어떤 이는 다시
[찰나(刹那) 연기]
“여기서 찰나연기란 법의 공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원인과 결과가 함께 동시[俱時]에 세간에서 작용하는 것을 말하니,
계경에서
‘안(眼)과 색이 연이 되어 안식 등을 낳는다’”라고 설한 바와 같다.
또한 계경에서 설하기를
“‘안과 색이 연이 되어 치(癡)에 의해 생겨난 염탁(染濁)작의를 낳는다’고 하였는데, 여기(염탁작의)에 존재하는 ‘치’가 바로 무명이며, 어리석은 이[癡者]의 희구를 일컬어 ‘애’라고 하며, 애탐하는 이[愛者]에 의해 발동되어 나타난 것을 ‘업(즉 행)’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일 찰나에 연기의 뜻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유여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찰나연기란] 일 찰나 중에 12지가 모두 존재하여 함께 구기(俱起)하는 것을 말하니,
이를테면 [탐으로 말미암아 살생을 행할 때] 탐과 구기하는 것으로 업을 발동시키는 [일 찰나의] 마음 중의 어리석음[癡]은 ‘무명’이며,
[그렇게 하고자 하는] 의사[思]는 ‘행’이며,
온갖 경계대상에 대해 요별하는 것을 ‘식’이라 이름하며,
식과 구생하는 3온을 총칭하여 ‘명색’이라 하며,35)
유색(有色)의 온갖 근(根)을 설하여 ‘6처’라 하며,
‘식’과 상응하는 ‘촉’을 일컬어 ‘촉’이라 하며,
‘식’과 상응하는 ‘수’를 일컬어 ‘수’라고 하며,
탐은 바로 ‘애’이며,
이것과 상응하는 온갖 전(纏)을 ‘취’라고 이름하며,36)
[이것에 의해] 일어난 신ㆍ어의 두 업을 ‘유’라고 이름하며,
이와 같은 제법의 생기를 바로 ‘생’이라 이름하며,
원숙하여 변이하는 것[熟變]을 ‘노’라고 이름하며,
괴멸하는 것은 ‘사’라고 이름하는 것이다.”37)
이에 대해 널리 결택(決擇)해 보아야 할 것은 『순정리론』 제27권에서 [설한 바와] 같다.38)
[분위(分位) 연기]
원속(遠續) 연기란 이를테면 전제ㆍ후제에 걸친 순후수업(順後受業)과 부정수업(不定受業)의 번뇌가 있기 때문에 무시(無始) 이래로 윤전(輪轉)하는 것을 말하니,39)
[계경에서]
“유애(有愛) 등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 본제(本際)를 알 수 없다”고 설한 바와 같다.
또한 응송(應頌)으로 말하였다.
내가 옛날 그대들과 더불어
생사의 멀고 먼 길을 거쳤던 것은
4성제에 대해 능히 참답게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네.
[연박(連縛) 연기]
연박(連縛) 연기란 이를테면 동류와 이류의 인과가 무간으로 상속(相屬)하며 일어나는 것을 말하니, 계경에서
“무명을 원인으로 하여 탐염(貪染)[의 마음]이 생겨나고, 명을 원인으로 하였기 때문에 탐염이 없는 마음이 생겨난다”고 설한 것과 같다.
또한 계경에서 설하기를
“선으로부터 무간에 염오와 무기가 생겨나며, 혹은 다시 이와 반대로 생겨나기도 한다”고 하였다.
[분위(分位) 연기]
분위(分位) 연기란 이를테면 3생에 걸쳐 12지의 5온이 무간으로 상속(相續)하며 법의 공능을 드러내는 것을 말하니, 계경에서
“업을 생인(生因, 생유의 원인)으로 삼고, ‘애’를 기인(起因, 중유의 원인)으로 삼는다”고 설한 것과 같다.
이와 같은 따위의 [연기의] 종류는 [법의] 공능을 차별한 것이다.
② 분위(分位) 연기설
이러한 네 종류의 연기 유형 중에서 세존께서 설한 것은 무엇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부처님께서는 분위에 근거하여 설하였으니40)
두드러진 것에 따라 각 지의 명칭을 설정하였기 때문이다.
논하여 말하겠다.
부처님께서는 분위에 근거하여 온갖 연기를 설하셨다.
만약 각각의 지분 중에 모두 5온이 갖추어져 있다고 한다면, 어떠한 연유에서 다만 무명 등의 명칭으로 설정하게 된 것인가?
온갖 상태[位] 중에서 무명 등이 두드러지기 때문으로, 두드러진 것에 근거하여 무명 등의 명칭을 설정하였다.
이를테면 만약 어떤 상태 중에 무명이 가장 두드러진 것이면 이러한 상태의 5온을 전체적으로 ‘무명’이라 이름하였으며,
내지는 어떤 상태 중에 노사가 가장 두드러진 것이라면 이러한 상태의 5온을 전체적으로 ‘노사’라고 이름하였다.
그래서 [12지] 자체는 비록 [5온] 모두[總]를 본질로 삼을지라도 그 명칭이 달라진 것으로, 여기에는 어떠한 허물도 없다.
이렇듯 [연기란] 선행된 상태[前位]의 5온을 연으로 하여 뒤의 상태[後位]의 5온을 능히 모두 인기하여 낳는 것이니, 각기 상응하는 바에 따라 일체[의 지분]을 설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경주(經主,세친)는 거짓되게 앞의 뜻이 옳지 않다고 하였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경에서는 이와 다르게 설하고 있기 때문으로, 이를테면 계경에서는
‘무엇을 일러 무명이라고 하는가?
이를테면 전제에 대한 무지(無智)이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라고 설하였는데,41)
이러한 경설은 요의설(了義說)로서, 억지로 불요의라 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앞에서 설한 분위연기는 경의 뜻과 서로 모순된다”는 것이다.42)
그러나 이러한 [분위연기설]은 [경의 뜻과] 모순되지 않으니, [인용한 계경은] 나타낸 대로 해석하였기 때문이다.43)
이를테면 탐 등도 역시 ‘행’의 연이 되는 경우가 있을지라도 여기서는 다만 무명만을 나타내었을 뿐이니, 별도의 개별적인 원인[別因]에 대해 관찰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비록 12처는 다 ‘촉’의 연이 된다고 할지라도 별도의 개별적인 원인을 관찰하였기 때문에 다만 6처만을 나타내었을 뿐이며,
상(想) 등도 역시 ‘촉’을 연으로 삼지만 별도의 원인을 관찰하여 다만 ‘촉을 연하여 수가 있다’고 나타내었을 뿐이니,
이와 같은 따위의 유형은 그 종류가 실로 다양하다.
[이처럼 경에서는] 별도의 개별적인 원인을 관찰하여 다만 그 일부만을 나타내었고, 또한 역시 이에 근거하여 오로지 ‘나타낸 것’에 대해서만 해석하였던 것인데, 어찌하여 이러한 계경을 요의설로 집착하는 것인가?
이에 대해 널리 결택(決擇)해 보아야 할 것은 『순정리론』 제27권에서 [설한 바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