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4권
31. 불설토왕경(佛說兎王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에 토끼의 왕이 산 속에서 노닐고 있었는데 여러 무리들과 함께 있으면서 배고프면 과일과 열매를 먹고 목이 마르면 샘의 물을 먹으면서 자ㆍ비ㆍ희ㆍ호의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을 행하였다. 여러 권속들을 가르쳐서 그들로 하여금 어질고 화목하여 여러 가지 나쁜 짓을 하지 않아서 이 몸이 끝난 후에는 사람의 몸을 받아 도에 대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때 여러 권속들은 기쁘게 그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감히 그의 명령을 거스르지 않았다.
한 선인이 있었는데 숲 속에 머물면서 과일과 열매를 먹고 산에 흐르는 물을 마시면서 홀로 도를 닦으며 지냈다. 일찍이 방일하게 노는 일이 없었으며, 자ㆍ비ㆍ희ㆍ호의 네 가지 범행(梵行)을 실천하고 경을 독송하고 도를 생각하였는데, 음성이 확 트여서 그 소리가 온화하고 아름다워 듣고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때 토끼의 왕은 선인의 근처에 있으면서 선인이 경 읽는 소리를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며 싫증을 내지 않았다. 여러 권속들과 함께 과일과 열매를 가져다가 선인에게 공양하였다. 이와 같이 하여 날이 가고 달이 지났으며 해가 쌓였는데, 그 해 겨울에 추위가 닥치자 선인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토끼의 왕은 그 선인이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슴가죽 주머니와 여러 옷가지들을 챙기는 것을 보고 근심이 되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마음에 사모하는 마음과 한을 품고 그가 떠나가지 않기를 바라며 그를 보고 울었다.
그리고 선인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이 곳에서 매일 뵈면서 그것으로 즐거움을 삼았었습니다. 배고프고 목말라도 먹는 것도 잊은 채 부모에게 의지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제발 원하옵건대 뜻을 머무는 데 두시고 떠나지 마옵소서.’
선인이 대답했다.
‘나에게는 4대(大)가 있는데, 마땅히 이를 잘 보호해야 하느니라. 이제 겨울 추위가 닥쳐와 과일과 열매는 이미 다 떨어지고 산의 물은 얼어버려 토굴에도 머물 수가 없게 되었으니, 이제 여기를 떠나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걸식하여 먹을 것을 구하고 정사에 머물러야 하겠다. 겨울이 지난 후에 너에게 다시 올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토끼의 왕이 말했다.
‘우리 권속들이 과일을 구하러 멀고 가까운 곳을 뒤지겠습니다. 그리하여 이를 흡족하게 공급해 드릴 테니 뜻을 굽히시고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어 제도하여 주십시오.
만일 가버리신다면 그 사모하는 마음이 슬픔이 되어 혹시 스스로를 온전하게 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오늘 공양거리가 없으면 도인에게 제 몸을 공양하겠습니다.’
도인이 이를 보고 불쌍한 생각이 들고 그 지극한 마음에 동정이 생겨서 ‘이를 어찌하나?’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선인이 불을 피웠는데 그 앞에 생숯이 있었다.
토끼의 왕은 생각하였다.
‘도인께서 나의 말을 허락하셨구나. 그래서 아무 말씀도 안하시는 것이다.’
그러면서 갑자기 스스로 몸을 불 속으로 던져버렸고, 불꽃이 치성한 속으로 바로 떨어졌다. 도인이 그를 구하려고 하였으나 이미 죽어버렸다.
죽은 후에는 도솔천에 태어나서 보살신(菩薩身)이 되었는데, 공덕이 특별히 존귀하고 위신이 높고 높았느니라.
선인은 도와 덕을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을 보고 그를 불쌍히 여겼느니라.
또한 스스로를 엄히 책망하여 음식을 끊고 먹지 않으니 이윽고 정신을 옮겨 도솔천에 태어났느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때의 토끼 왕이 누구인가 알고 싶으냐? 그것은 나였느니라.
여러 권속은 지금의 비구들이며, 그 선인은 정광불(定光佛)이었느니라. 내가 보살이 되었을 적에 그와 같이 힘썼으며 게으르지 않고 정진하며 경법과 도를 위해서는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았으며 무앙수 겁 동안 공덕을 쌓았기 때문에 불도(佛道)를 얻었느니라.
너희들도 정근하며 방일하지 않고 게으르지 않으며,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6정(情)을 끊고 마음에집착이 없으면, 나는 새가 허공에서 노니는 것처럼 되리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