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에 산다 제2편, 그 집 추어탕을 먹으면...
2013년 3월 6일 출장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역마살을 타고나서 그런지 사무실에 온종일 앉아 있는 건 내 체질이 아닌 것 같다. 좀이 쑤시고, 눈이 따갑다. 나이가 들면 바깥출입이 귀찮아져야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사무실에 앉아있기가 싫다. 밖으로 나가면 공기 좋지, 시원한 경치 볼 수 있어 눈도 시원해지지... 다양한 맛집을 들러 식도락을 누리는 것도 출장지에서 얻는 즐거움 중 하나다.
그러기에 고속도로 이동 중 식사를 해야 할 양이라면 휴게소 식당보단 IC부근 맛집을 주로 찾는다. 그다지 시간이 급하지 않은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다. 경부선 황간IC 부근 올뱅이집, 호남선 북대전IC 부근 솔밥묵집... 친구 정지이가 운영하던 청국장집 <옛뜰>도 구미IC 부근 이름난 맛집 반열에 속했다. 스?들과 3~4번 이상 방문했었는데 최근 식당문을 닫다 좀 아쉽다.
이번 출장에선 문막IC 부근의 맛집 장터추어탕을 다녀왔다. 오전에 대전에서 간단한 취재 하나를 마치고 원주로 가던 도중 점심시간에 들렀다. 추어탕 하면 남원추어탕, 원주추어탕, 설악추어탕 등 이름난 곳이 많다. 이런 집들은 대개 지명도가 있기 때문에 체인점도 많다. 남원에 가보면 과장하게 표현해서 시내 식당 중 절반이 추어탕집이다. 게다가 둘 중 하나는 원조집 간판 ㅋㅋ ...
장터 추어탕은 내가 맛본 추어탕 중 전국 <베스트 3> 안에 꼽힌다. 인근 원주추어탕에 비하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맛은 그다지 뒤지지 않는 것 같다. 이 집 추어탕은 우선 양이 푸짐하다는 인상이다. 가마솥 같이 생긴 큰 냄비에 팔팔 끓는 추어탕은 색깔도 곱다. 사진 찍어보면 알겠지만, 추어탕은 실제와 달리 우중중한데 이 집 추어탕 사진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마 붉은 고추장으로 양념을 해서 국물이 불그스름한 색을 띄기 때문인 것 같다. 당근, 표고, 미나리, 대파, 부추 등 듬뿍 넣은 부재료도 시각적으로 맛깔스러움을 더해준다. 게다가 깍두기와 김치도 얼마나 맛깔스러운지...
추어탕은 원래 가을에 먹어야 제격이라지만, 양식이 보편화된 요즘 굳이 계절을 가릴 필요는 없다. 논도랑에서 직접 잡아 올린 미꾸라지가 있을 리 만무하니 요즘에는 그저 자연산은 어디에도 없다고 보면 속이 편하다. 추어탕은 미끌미끌한 미꾸라지로 끊이는 것이라 그다지 호감 가는 메뉴는 아니다. 그런데도 추어탕 집 가자고 해보면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게 정력에 좋다는 속설 때문인가... 낭설인지 정설인지 예로부터 추어탕은 대표적인 보양식 중 하나. 동양의학 문헌에도 추어탕은 배를 덥히고 원기를 돋우는 강장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장터 추어탕은 이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추어탕을 먹으면 쳐진 것도 벌떡 선다는 추어탕의 효능을 식당 앞 자투리 공간의 남근목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해 아직까지 외설시비도, 표시광고 위반시비도 없다! 연중 사계절 문전성시를 이루는 건 이 집 주인장의 풍자와 해학도 한몫을 해온 것 같다.
“이봐! 너도 미꾸리 좀 먹어봐!”
(장터추어탕 :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문막리 222-3번지, 033-735-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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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길위의 나날 원문보기 글쓴이: 김영환
첫댓글 사진속의 추어탕도 맛깔 스럽고 영한씨 글 솜씨가 더 감칠맛 납니다 반가워요 영환씨 직업이 부럽기도 하구요 안동에서 빨리 헤어져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ㅎㅎ
추어탕이 걸쭉한게 맛나게 보인다.근데 밑에놈들 빳빳하게 서서 어찌 할꼬.ㅎㅎ
어쩐지 칭구가 튼튼하다 했더니 이유가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