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새 반토막난 D램 가격, 하반기에도 더 떨어진다
D램 가격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전망이다. 연초 D램 시장 전망은 상반기 하락세를 겪은 후 하반기 회복한다는 ‘상저하고’론이 대세였지만, 1분기가 끝나기도 전에 더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진다. 심지어 ‘상저하저'로 1년 내내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28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DRAMeXchange)에 따르면 DDR4 8Gb(기가비트) D램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4.5달러 선으로, 지난해 9월 개당 8달러 수준에서 반년여만에 ‘반토막’이 났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라인에서 한 직원이 생산에 필요한 설계 회로도 기판의 이상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가격 하락이 지속되며 ‘상저하고’론도 흔들리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이번 발표에서 "3분기 PC·서버용 D램 가격이 10%가량 하락한다"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이 하반기에도 D램 가격이 하락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 D램 재고 도리어 늘어… 전망치 수차례 악화
D램익스체인지는 2분기 가격 하락 예상폭 또한 기존 최대 15%에서 20%로 수정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연초 올해 1분기 D램 가격이 19.5% 떨어지고 2분기에도 12.9% 내려간 뒤, 하반기 상승세로 돌아선다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실제 D램 거래가가 2월까지만 30% 가까이 하락하자 연이어 전망치를 수정하고 있다.
가격 전망이 갈수록 부정적으로 변하는 배경엔 계속된 D램 공급과잉이 있다. 업계는 현재 반도체 가격 하락 배경으로 데이터센터·서버 등 대형 고객사의 높은 재고 수준을 꼽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가격이 급격히 상승으로 미리 재고를 쌓아놓은 고객사들이, 가격 추이가 반전되자 재고 물량을 사용하며 구매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재고 수준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기 커녕 늘어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올초 PC 및 서버 D램 고객사 재고 분량을 6주일치로 추정했다. 그러나 1분기가 끝나가는 현재 재고 수준은 7주일치로 도리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어두운 가격 전망이 이어지며 시장 규모 또한 축소세를 피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올해 D램 시장 규모가 770억달러(약 87조5700억원)로 지난해보다 22% 줄어든다고 28일 예상했다. IHS마킷은 "마이크론의 최근 감산 공식 발표는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놀랍지 않다"며 "수요 감소에 따라 D램 제조사 대부분이 공급량·재고 관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 삼성전자·하이닉스 실적 전망 날로 하향… 하락세 지속되나
증권사들은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큰 삼성전자 (44,600원▼ 250 -0.56%)·SK하이닉스 (74,000원▲ 1,700 2.35%)실적 전망을 연일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8일 기준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매출 전망치는 각각 7조4641억원, 53조8181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2.2%, 11.1% 떨어진 수치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7587억원, 매출은 6조57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9.7%, 24.6%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자율공시를 통해 "디스플레이·메모리 사업 환경 약세로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 것"이라며 "메모리 사업의 주요 제품 가격 하락폭이 전망보다 일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분기 잠정실적 공시를 10여일 앞두고 실적이 좋지 않음을 스스로 밝힌 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업계 1위 삼성전자의 ‘고백’에 부정적 시장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같은 날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실적 기대치 하회 이슈가 일시적이기보다는 지속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메모리 다운사이클에서 제품 가격 하락이 수요 증가를 촉진시키며 저점을 앞당겨 왔지만 이번 사이클에서는 그 작용원리가 동작하지 않고 있다"며 "가격에 비탄력적인 서버 수요 비중이 늘어났고, 지난해 하반기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가격이 치솟음에 따라 현재 가격도 수요를 자극하기에는 턱없이 높다"고 했다.
[조선비즈] 2019년 3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