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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전세가격은 건물 감가상각비로 60~70%, 토지전세는 50% 이하
부동산 정책과 한국의 전세제도
1. 전세제도는 한국에만 있다
§ 전세는 조선시대의 관습
우리는 이미 주택시장에서 관습화 된 전세(Jeonse 또는 Cheonsei)제도를 잘 알고 있다. 전세는 타인의 토지와 주택을 임차하면서 임대료 납부 대신 전액을 전세금으로 납부(예치)하고, 만기에 전세금을 다시 반환 받는 제도를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세제도는 세계에서 한국만이 가진 독특하고 유일한 임대제도에 속한다. 이 외에 토지 임대는 도지(睹地)가 있다.
한국 전세의 기원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찾기 힘들지만 관련 자료를 볼 때 조선시대에 이미 우리 사회에 관습적으로 시행하여 오던 제도이다. 이는 조선총독부가 1910년에 작성하였다는 <관습조사보고서(慣習調査報告書)>에서 공식적인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전세란 조선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가옥 임대차의 방법으로서 임차할 때 차주(借主)로부터 일정한 금액(가옥 대가의 반액 내지 7, 8分인 경우를 통례로 한다)을 가옥 소유자에게 기탁하여 별도로 차임(借賃)을 지불하지 않고 가옥반환 시 그 금액의 반환을 받는 것이다.”{조선총독부, 관습조사보고서, 1910년, 고상용(1979), 지규현(2007) 재인용}
대한주택공사 산하 주택도시연구원의 지규현 연구원에 의하면 월세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 주택에 대해서는 월세가 사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총독부의 관습조사보고서는 그 이전에 점포 외에 월세를 이용한 임대차를 행하는 일이 거의 없었으며, 전세가 일반적으로 행하여져 왔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일제의 초기까지 전세는 주택에만 사용되었고, 월세(月貰)는 점포(店鋪) 같은 영업용 가옥의 임차방법으로 행하여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적으로 전세는 경향(京鄕) 혹은 서울에서 건물 임대차의 한 방법으로서 행하여져 왔으나 한국전쟁을 계기로 거의 전국의 군소도시에서 성행하게 된 것이다(지규현, 2007). 그리고 농지 임대는 도지 형식이 많았다.
§ 초기 민법이 인정한 일반 관습
이와 같이 전세는 우리 사회에서 오랜 관습으로 시행하여 오던 것을 1958년 초기 민법 제정 때부터 전세권으로 입법화하여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 전세는 민법상 등기를 하여야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고, 이 법과는 별도로 관행적으로 인정되고 행하여져 내려오고 있다. 2005년 통계청 인구주택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택 가구 수는 15,887만 가구에 자가 주택은 총 8,828가구이며, 임대가구 총계는 6,569가구, 전세 가구는 3,557가구로 22.4%를 차지한다. 임대시장 전체로 보면 전세가구가 54.1%로 과반수를 넘고 있다. 서울은 이보다 더 많아서 전세 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33.2%이며, 임대가구 중에서도 전세 가구는 61.8%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부동산을 임대하면서 임대료 대신 임대료 전액의 자본가격을 일시불로 거래(예치)하고, 만기에 그 전세금을 다시 환급 받는 제도를 외국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외국은 임대보증금 제도(일부는 보증금이나 사글세, 차액은 월세)는 있어도 임대료 없이 전액을 보증하는 전세제도는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을 전세로 임대하는 경우 회계처리는 일반적으로 보증금(security 또는 guarantee) 대신에 ‘Jeonse’ 또는 ‘Cheonsei’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전세는 임대이면서도 겉으로 실제 지급하는 비용이 없고, 지급액이 장부상 자산으로만 존재한다. 그래서 회계처리가 독특하며(결산 수정에서 전세 원금에 이자율을 곱하여 임대비용 처리), 자국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제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2. 토지소유제를 대체할 현실적 대안
§ 사용자 중심의 전세제도
한국의 전세시장은 가격이 사용권을 담보한 자본가격이고, 가격은 주택 및 토지의 미래 사용가치를 수취할 권리를 가지지만, 외국의 토지임대에서 흔히 있는 자본 거래차익이 발생하지 않아서 투기가 없다. 외국의 토지임대는 정부가격 곧 저가임대이나 한국 전세는 시장가격이기 때문이다. 균형상태를 가정하면 이러한 전세주택은 전세가격 이자와 시장 임대료가 일치(접근)한다. 전세는 비교적 단기 사용만 계약하고 담보하기 때문에 미래가치가 현재에 미쳐 발생하는 시장 불균형 현상도 거의 없다. 그래서 한국의 전세시장은 가격이 시장 자율가격이면서도 그 가격이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전형적인 시장 임대제라고 할 수 있다. 전세시장도 간혹 ‘전세대란’이란 말과 같이 가격불안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소유제가 가진 가격 불안정 현상이 전세시장에 미친 결과이지 전세시장 자체는 채권시장과 같이 가격 급등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서 안정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전세제도는 주거 주택이 내집이 아니며, 거주 기간이 짧고, 주거의 안정적 보장이 어렵다. 특히 내집이 아닌데서 오는 사용의 자유가 제약되는 등 단점들이 많다. 주택의 안정적 공급과 가격 문제의 해결은 순수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면서 그 운영 방식은 기존의 시장 전세제도를 기초로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형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토지임대부의 주택을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하면서도 그 시행방식은 한국의 전세제도와 미국, 일본 등에서 보편적 시장형태인 일반적 시장 임대제의 방식을 도입하여 함께 풀어야 한다고 본다. 그 중에 가장 합리적인 제도가 우리나라의 시장 전세제도라고 할 수 있다.
§ 온전한 전세시장은 규제가 필요 없다
그런데 현행 민법에서 토지는 전세를 금지하는 규정과 주택의 전세 기한은 10년을 넘지 못하게 한 것 등이 이 제도의 시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리고 토지의 시장임대는 헌법이 농지의 소작제도를 금지하는 규정과도 상충될 가능성이 있어서 이해와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현행 임대차보호법에도 전세는 무주택 서민보호를 위하여 가격 제한과 규제가 있어서 시장기능을 살리기는 데에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민법에서 토지의 전세 금지와 헌법에서 농지의 소작제 금지는 취지가 어디까지나 토지의 소유권이 사용권을 지배하여 사용자(또는 농민)를 압박하는 폐단을 예방하고자 취한 조치다. 지금까지 임대시장은 소유자가 시장을 주도하여 사용자에게 고가의 임료를 요구하거나 사용권을 임의로 박탈하는 등 시장이 소유자 중심의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말하는 전세시장은 토지의 소유와 사용이 증권으로 완전 분리되어서 소유자가 시장을 주도할 수가 없다. 혹시 있을 수 있는 시장 왜곡에도 토지거래소가 소유자와 사용자 중간에서 시장 중립성을 보장한다.
필자가 말하는 전세시장은 오히려 토지 실물 사용자가 토지의 증권 소유자보다 우위에 있는 사용자 중심시장이 될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전세제도는 토지의 소유자가 없으며, 만약 한시적으로 있을 수는 있어도 기업의 소유와 경영분리처럼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런 시장 조건에서는 현행 민법이 토지 전세를 금하거나 헌법이 소작제를 금지한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민법의 전세 기한 10년 제한과 임대차보호법의 전세가격 인상 상한선 등도 필자가 말하는 사용자 중심의 전세제도에서는 의미가 거의 없다. 이런 금지와 제한은 오히려 자유로운 전세의 시장기능을 저해한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말하는 전세는 소유자가 존재하지 않는(있어도 추상적 소유로 사실상 무의미) 제도이며, 사용자가 가격을 시장원리로 결정하는 자유시장 시스템이라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3. 한국 전세와 외국 월세의 비교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한국의 거주 형태는 임대가구가 전체 거주가구의 54.1%로 과반수를 넘고 있다. 그 중 서울은 이보다 더 많아서 전세 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33.2%이며, 임대가구 중에서도 전세 가구는 61.8%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게 부동산시장 특히 주택시장은 한국이 전세제도가 가장 많고, 외국의 선진국들은 대개 월세 형태로 임대한다.
그런데 외국에서 주택의 월세는 이를 전세가격으로 환원하면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주택의 임대에 부과되는 임대료는 소유자가 부담할 보유세와 소득세의 높은 보유비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를 이자율로 환원한 전세가격은 보유비용이 차감된 잔여 임대소득에 실질 이자율(시장이자율-성장률)로 평가되는 매매가격보다 높게 된다{주35}.
{주35} 주택시장의 매매가격 P = R/(i-g)이면, 전세가격 J = R(1+c)/i라고 할 수 있다(P: 주택가격, J:전세가격, i: 이자율 g: 임대료 성장률, c: 보유비용율). 여기서 R, P, J에 미치는 g와 c의 비율에 따라 P와 J는 크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서 보유비용 c가 없는 상태에서 잔여 임대료 R이 600만원, i는 5%, g는 2%이면, P는 2억원{600만/(0.05-0.02)}, J는 1.2억원(600만/0.05)으로 ‘P>J’이다. 그러나 보유비용(감가상각비, 재산세, 임대소득세, 보험료, 수선비 등)이 600만원(P의 3%) 전액이 임대비용 R에 추가되면, P는 같은 2억원에 J는 2.4억원{600만(1+1)/0.05}으로 부등호가 ‘P<J’로 뒤바뀌게 된다. 여기서 전자가 한국형 전세시장이고, 후자가 외국의 월세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보유비용율이 높은 외국은 담보가치인 소유가격보다 전세가격이 높아서 전세시장이 성립하지 않는다. 주거비에 대한 국제 비교를 보면, 2005년 기준으로 한국은 PIR(소득 대비 집값 비율)가 외국보다 1.5배~2.5배 높고, 대신에 RIR(소득대비 임대료 비율)는 외국보다 40%~60% 정도로 낮다{주36}). 이 차이는 지금까지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소유가격(P) > 전세가격(J)’ 현상이었고, 보유비용이 높은 외국은 반대로 ‘P<J’ 현상임을 보여주고 있다.
{주36} 2005년 기준으로 한국은 PIR가 전국 6.0(서울 7.7, 지방 대도시 3.8, 중소도시가 2.6)이지만, 미국은 2.7, 영국은 4.1이다. 반면에 RIR는 한국 24.1%(서울 21%, 지방 15.5%)이지만, 미국은 33.3%, 영국은 53%이다(윤주현,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원, “주거 서비스와 주거지표에 관한 국제세미나” 자료, 2005년, 12월, 한국주택학회). 소득을 기준한 양 지표에서 집값 대비 임대료 부담률을 RIR/PIR로 계산하면, 서울 2.72%(0.21/7.7)로 시장이자율보다 낮고, 미국 12.2%(0.33/2.7), 영국 12.9%(0.53/4.1)로 시장이자율보다 높다.
이것이 한국 전세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이런 장점은 전세금이 목돈 거래로 금융기능을 하는 이유도 있지만, 전세는 소득세가 없는 반면에 월세는 한국과 외국이 모두 소득세를 징수하는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에서 부동산 소유에는 보유세율이 높고, 임대소득에 또한 소득세가 붙기 때문에 월세가 이렇게 높은 것이다.
우리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과거에 이자율과 땅값 성장률이 매우 높고, 그 대신 보유비용율은 상대적으로 낮아서 하나의 시장이자율에 두 개의 복수가격 곧 ‘매매가격 > 전세가격’의 구조가 성립하는 특이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렇게 시장에서 성립된 전세가격은 전세시장을 형성하여 오랜 기간 사회적 관행이 되어 왔다. 그래서 임대가격만으로 본 세계의 부동산시장은 월세시장이 매매시장보다 가격이 높지만, 우리의 전세시장은 시장가능이면서 임대가격은 월세보다 낮고 저렴하며, 자본거래이면서도 가격은 투기가 없고 안정적인 장점이 있었다. 곧 우리는 부동산시장에서 세계에서 없는 제도이자 좋은(낮고 안정적인 시장가격) 제도 하나를 덤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동산시장도 최근 세금과 각종 규제의 증대로 인하여 보유비용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임대가격이 소유가격을 따라가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곧 외국의 경우처럼 주택의 임대는 월세나 사글세로 바뀌고, 전세시장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앞으로 주택의 임대 거주자는 지금보다 더 높은 임대료를 물어야 하고, 심지어 매매가격 이자보다 높은 임대료를 내어야 하는 서구 사회를 서서히 닮아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자율은 낮아지고, 보유세와 임대소득세, 감가상각비 등의 비중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임대주택에 주거비를 올리는 정책이므로 부동산시장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주택시장의 가격 안정과 정상적 시장운영을 위해서는 재산세와 같은 비용의 증대가 아니라 전세제도를 비롯한 임대제도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며, 이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이런 사실은 부동산에서 높은 세금을 주장하는 계층과 세금과 규제를 풀려고 하는 계층이 모두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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