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성령론
1. 구약의 성령론 서론
1) 하나님의 신(영, “루아흐” רוּחַ)
구약에서 성령을 나타내는 대표적 단어인 하나님의 신(영, 창 1:2, 히 “루아흐 엘로힘”רוּחַ,אֱלֹהִים , Rûach Elohim)의 교리는 오직 성경에만 나타나는 교리이다. 즉 이 같은 용어는 헬라적 요소가 전혀 없으며 비이교적(非異敎的)이다.
2) 이 단어(Spirit, 헬라어 프뉴마)는 사본에 따라 히브리어로 378~389회 나오고 아람어로는 다니엘서에만 11회 나온다. 영혼(Soul, נֶפֶש, [nephesh], 헬라어 프쉬케)이 755회 나오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Gustav Friedrich Oehler
3) 19-20세기 초에는 구약학자들의 구약신학 주제 가운데 “하나님의 영”이 중요한 주제(Gustav Friedrich Oehler, 1812-1872, 튀빙겐, Theology of Old Testament, New York, 1883/ Andrew B. Davidson, 스코틀랜드 자유 교회 목사, 에든버러 대학의 뉴 칼리지에서 히브리어 및 동양 언어 교수, 1929/Norman Henry Snaith, 1898–1982, British Old Testament scholar and a Professor at Wesley College, 1944)로 등장하였다.
Andrew B. Davidson
4) 하지만 20 세기 중반 이후 주요 구약신학자들은 “성령”을 독자적 신학 주제로 잘 다루지 않았다(즉 방치된 주제가 됨).
5) 주로 구약신학자들의 문법적, 문예적, 역사적(전승사적, 계시사적, 역사비평적) 영역에 대한 관심과 접근에 따른 구약의 성령에 대한 학자들의 외면 때문이었다(신약신학과 대조).
6) 이때 구약학자들은 성령론이 담긴 구약신학을 오히려 이상하게 보는 풍조가 발생한다.
7)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김정우 교수(전 총신, 구약신학)는 대부분의 비평학자들이 구약의 성령을 인격적 존재로 보기보다, 비인격적 “힘”(바람과 힘은 통함)으로 보려는 경향 때문으로 해석한다(정통 조직신학과 배치).
8) 즉 성령에 대한 이 같은 구약학자들의 삼위일체에 관한 입장은 삼위일체 교리가 구약이 아닌 후대 교회의 산물이라는 입장에서 비롯된다(정통 신학과 배치).
9) 그리고 구약의 “루아흐”가 반드시 하나님의 "영(신)”만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라 하나님과 사람과 자연과 관련하여 다양하게 사용되는 단어라는 데서 그 같은 고민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좀 더 살펴보려고 한다.
2. 성령에 대한 구약 용어 “루아흐”(“영”, רוּחַ, [rûach])에 대해
1) “루아흐”는 먼저 하나님(엘로힘)과 다른 여성 명사임
창세기 1장 1절의 “하나님”(엘로힘, אֱלֹהִים)이 남성, 복수 명사인 반면 영(루아흐, רוּחַ, rûach)는 여성형 명사이다(사 40:13, 사 63:11, 12, 민 27:18, 호 9:7): 갑바도기아 교부들의 전유(專有appropriate) 개념(영원: 성부, 로고스:성자, 은사:성령) 참조.
2) “루아흐”의 세 가지 주요한 의미
이 단어는 바람(117회)이나 인간·동물을 지칭하기도 하나(129회) 하나님을 지칭하는 데 사용(107회, W. Hildebrandt/ 혹은 136회, W. Dyrness) 되고 있다. 보통 이 단어의 의미는 세분하면 수십 가지(상징적으로 생명, 미풍, 외양, 모양, 풍채, 태도, 싸움, 분규, 동물의 삶, 영, 유령, 정신, 기상, 영혼, 마음, 심령, 기억, 이성, 지력, 열정, 공기, 돌풍, 숨, 용기, 마음, 태풍 등)로 번역되는데 크게 구분하면 주로 다음의 세 가지 주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1) "바람"의 이미지로서의 “루아흐”(117회, C. A. Briggs. 호흡, 공기의 흐름, 미풍, 기운, 생기 등):
“하나님의 낯”(창 3:8), 하나님이 바람으로(창 8:1), 여호와의 기운(사 40: 7), 생기~~사망한 자를 살게(겔 37:9).
(2) 사람의 “루아흐”(숨, 영, 생명력):
하나님의 신이 사람과 함께(“루히 바아담”, 창 6:3), 생명의 기식(“루아흐 하임”, 창 6:17).
(3) 하나님의 “루아흐”(영):
*하나님의 영(The Spirit of God, 창 41:38, 요셉 총리 임명시 바로가 한 말).
*누가 여호와의 신(“루아흐 야웨”)을 지도하고 가르칠 수 있나?(사 40:13).
*그 신(루아흐)으로 나를 골짜기로(겔 37:1, 14)
*내 신을 만민에게, 남종과 여종에게 부어준다(욜 2:28, 29)
(4) 기타:
*심지어 악한 영의 의미로서의 “루아흐”(신)도 있다.
*내가 신(루아흐)을 그의(앗수르의 랍사게) 속에 두리니(사 37:7)
3. 구약에서의 성령(하나님의 신)의 사역
1) 성령의 창조 사역(창 1:2)
(1) 창세기 1장 "하나님의 신"(창 1:2, “루아흐 엘로힘"ּ,רוּחַ,אֱלֹהִים
[rûach Elohim])의 창조 사역: 헬라어 프뉴마(πνεῦμα, 영 Spirit)에 대응
(2) 하나님의 바람으로 번역(NRS, New Revised Standard Version1989, JPS, RSV개역표준역본, 아람어 탈굼): 번역의 문제(Gottessturm, "공포의 대풍", Von Rad/ "바람" Claus Westermann)
(3) "하나님의 신"(한글개역성경), "하나님의 영"(KJV흠정역, NIV1984, NAS새미국표준, 한글개역개정판)
(4) "하나님의 호흡"(?): 비인격적인 힘과 능력의 뉘앙스로 이해될 수 있는 오해가 있다.
(5) 하느님의 기운(공동 번역의 문제점)
*창세기 1장 2절의 “루아흐”에 대해 한 공동번역은 하나님의 "기운"으로 번역하여 인격적인 하나님(성령)을 오해하게 만들어버렸다.
*입김(창 6:3), 신통력(창 41:38), 생각(출 28:3), 마음(스 1:5), 기운(겔 11:1, 5; 36:26; 37:1, 14; 39:29) 등으로 번역하여 "성령"에 대해 그릇된 해석으로 오독될 가능성 이 생김.
* 읽기 쉬운 번역이 반드시 옳은 번역은 아님(오히려 현대인의 성경은 "하나님의 영"으로 번역).
(6)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신”이 창조 사역(창 1:2)에 분명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창세기 1장 2절의 “하나님의 영”은 분명 창조의 영이시다. 그리고 그 분은 어미 독수리가 새끼를 염려하듯 사랑의 모습으로 창조를 진행하셨다.
(7) 따라서 논란의 여지는 여전하나, “루아흐”를 비인격적 명사로 번역하는 것은 특별계시로서의 신구약 성경이 주는 삼위일체 교리를 손상할 위험을 지닌다.
2) 성령의 계속 창조(Creatio Continua) 사역
(1) 호흡(루아흐)을 거두시면 죽어 먼지로 돌아가고 지면을 새롭게 하시는 “루아흐”(의역, 시 104: 29-30): 창조주에 대한 피조물들의 완전한 의존
(2) 영(루아흐)을 우리에게 부어주시리니 광야가 아름다운 밭이 되며 아름다운 밭을 숲으로 여기게 되리라(사 32:15)
(3) 나의 영(루아흐)을 네 자손에게 나의 복을 네 후손에게 부어 주리니(사 44:3)
(4) 너희 속에 생기(루아흐)를 넣으리니 너희가 살아나리라(겔 37: 6)
(5) 즉 창조는 창세기 1장에서 멈춘 사역이 아니라 “루아흐”를 통해 계속적 창조의 사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3) 성령의 구원 사역
(1) 구약에서의 성령(“루아흐”)의 구원 사역은 주로 이스라엘과 관련하여 나타난다.
(2) 홍해는 강한 “루아흐”(동풍)으로 뒤로 물러나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비로소 애굽의 속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출 14:21절).
(3)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은 유명한 구속의 노래(15장)에서 주의 콧김(“루아흐”)으로 물이 갈라져 자신들이 애굽에서 나올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4) 다윗도 여호와의 콧김(“루아흐”)가 자신을 건져내었다고 모세와 동일한 고백을 하고 있다(삼하 22:16-17).
(5) 이사야 선지자도 여호와의 “루아흐”가 구원자가 되심을 분명히 한다(사 63:7-14).
(6) 하나님은 이 백성에게 끊임없이 임재하시며 섭리하시고 보호하시며 구속하시기에 다윗은 주의 성신이 늘 함께하여 주의 구원의 즐거움을 회복사켜 주시기를 간구한다(시 51:11-12; 시 18:15-19; 시 33:4-9; 139:7; 143:10).
4) 성령의 통치 사역
1) 애굽의 바로와 그 신하들은 요셉의 명철과 지혜가 “루아흐”가 감동한 사람(창 41:38)이기 때문이라 인정하고 요셉을 총리로 임명한다(창 41:38-43). 비록 애굽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기는 하나 바로는 요셉 리더십의 은사를 “하나님의 루아흐”에게 돌리고 그를 애굽 전국 총리로 임명하고 있다.
2) 여호와 하나님은 모세뿐 아니라 70인의 장로들에게도 “루아흐”를 주셔서 모세의 통치 부담을 분담하게 하신다(민 11: 16-17).
3) 심지어 하나님께서는 명단에는 올랐으나 회막에 나아오지 않고 진중에 머물렀던 엘닷과 메닷에게도 “루아흐”를 허락하신다(민 11: 24-30).
4) 심지어 능력과 지식과 지혜도 “루아흐”와 관련된다(출 28:3). 브살렐(유다 지파)과 오홀리압(단지파)은 손재주 좋고 지도력이 있는 성막 디자인과 건축 관련 지도자로 이들은 지혜의 영(루아흐 호크마)으로 충만하였다(출 31:3; 35: 31, 34; 36장 1-2). 하나님과 관련된 사역에 있어 “루아흐”께서 주신 특별한 지도력과 달란트를 예비한 인물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5) 이 지혜의 영(루아흐 호크마)은 모세에게 안수 받는 여호수아에게도 임하였다(신 34:9).
6) 또한 이 여호와의 “루아흐”는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었던 옷니엘(삿 3:10)을 비롯한 기드온(삿 6:34), 입다(삿 11:29), 삼손(삿 13:25; 14:6, 19; 15:14, 19) 같은 사사들에게도 임하였다.
5) 성령의 선지자적 사역
1) 에스라와 선지자 이사야는 고레스가 기름 부어 세움 받고 하나님의 감동을 받은 인물이라 했다(스 1:1-2; 사 45:1-6).
2) 하나님은 아닥사스다 1세를 사용하여 포로들 사이에서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신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루아흐”(기운)으로 하시는 일이다(사 59:19).
3) 이 “루아흐”의 사역은 새언약의 은혜 시대가 열릴 것임을 묵시적으로 계시하고 있기에 놀랍다(사 59:21).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음이 강퍅하여 하나님께서 “루아흐”에 의해 선지자를 통해 주시는 말씀을 듣지 아니하였다(슥 7:12). 하나님은 크게 노하였다. 땅이 황무해지고 재앙이 임한 것은 모두 선지자를 통해 주신 이 말씀에 반응하지 않은 백성들의 자업자득이었다.
5) 아합의 측근 관리였던 오바댜는 자신은 어려서부터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임을 고백하고 여호와의 신(루아흐)가 엘리야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를 묻는다(왕상 18:12). 오바댜는 선지자들이 성령(루아흐)의 사람들임을 알고 있었다.
조덕영 교수(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 Th.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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