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치스코를 따르는 길, "오늘 만난 세상이 마지막인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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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뉴 지금여기- 교회와 세상. 정현진 기자 2021.12.13 18:35
재속프란치스코회 800주년, 서서울지구 권양 봉사자 인터뷰
재속프란치스코회가 설립 800주년을 맞았다. 지난 11월 17일, 재속프란치스코회 서울지구 (중서울, 서서울, 동서울)는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념 파견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서 회원들은 800주년 폐막이 아닌 ‘파견’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앞으로의 삶에서 어떻게 복음을 살고, 프란치스코 성인의 길을 함께 갈 것인지 결의했다.
재속프란치스코회는 프란치스코 가족 3회(율수3회, 수도3회, 재속프란치스코회)로 1회(작은형제회,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카푸친작은형제회), 2회(성 글라라 봉쇄수도원) 등과 함께 한 축을 담당하며, 성 프란치스코의 모범과 영성을 따르고 있다.
재속프란치스코회는 800년 전인 1221년(교황 호노리오 3세 시기), 성 프란치스코가 반포한 회칙 ‘생활지침’이 교회 인준을 받으면서 설립됐다. 1209년 성 프란치스코가 제자들과 1회 회칙을 구두 인준 받고 회개 설교를 할 때, 그들의 모범에 감명을 받은 평신도들이 회개 생활에 동참하고자 했다. 프란치스코는 이들에게 권고 형식의 생활규범을 써줬고재속프란치스코회의 교회법적 창설은 1221년에 이뤄졌다.
1289년 교황 니콜라오 4세의 회칙 개정, 1883년 교황 레오 13세의 개정에 이어 1978년 교황 바오로 6세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 권고에 따라 회칙을 개정했고 ‘재속프란치스코회’라는 명칭을 주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재속프란치스코회는 남녀 평신도는 물론 부제, 사제, 주교 등 성직자도 함께하며, 전 세계 112개국 국가형제회에서 회원 약 43만 명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 재속프란치스코회는 1937년 캐나다의 프란치스코회 신부가 조선에 들어오고 오기선, 이관재 신부가 입회하면서 시작됐고 1939년 서울형제회가 설립됐다. 한국의 첫 재속프란치스칸은 장면 전 총리(1922년 재속3회 입회)다. 그러나 한국 재속프란치스코회의 처음은 400년 전인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이었다. 일본의 천주교 박해로 순교한 이들 가운데 조선인 3명이 재속프란치스코회 형제들이었고, 이들은 1627년과 1862년에 각각 시복, 시성됐다.
1963년 한국연합회(현 '한국 국가형제회)- 바뀐 명칭을 써줘야 이해할것 같네요 참고해주세요. ^^
1963년 대전 목동 수도원에서 열린 제2차 전국대회에서 초대 ‘한국연합회’(현 한국 국가형제회)를 발족한 뒤 현재 한국국가형제회에는 서울, 경기, 의정부, 제주, 대구, 광주, 부산 15개 지역의 지구형제회가 있으며, 회원 1만 4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11월 17일 재속프란치스코회 중, 동, 서 서울지구 형제회는 800주년 기념과 파견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세상 안에서 세상과 더불어 세상과 함께 ‘사부’ 프란치스코 성인을 따라온 재속프란치스코회. 특별히 800주년을 맞은 “지금 이후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 그들은 어떤 길을 닦아내고 있을까. 800주년 기념과 파견 미사가 끝난 뒤, 서서울지역 봉사자(대표가 아니라 봉사자로 부른다)를 맡고 있는 권양 (알퐁소) 봉사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성령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사람, 교회와 하나 되어 복음을 사는 사람, 끊임없이 회개하는 사람, 정의와 평화를 북돋우는 사람, 모든 피조물을 형제자매로 사랑하는 사람, 완전한 기쁨과 희망을 전하는 사람, 형제회 안에서 서로를 도우며 성장하는 사람, 프란치스칸 가족과 더불어 친교로 일하는 사람”
성 프란치스코를 사부라 부르며 따르는 이들의 지향이자 궁극적으로 완성해야 할 모습이다. 그 길 위에서 오늘의 재속프란치스코회 회원들이 보다 더 만나고 도와야 할 이들, 회개로 돌아서야 할 방향, 전해야 할 복음은 무엇일까.
"가서, 내 집을 고쳐라"
교회를 넘어 온 세상, 모든 피조물 그리고 공동의 집인 지구를 위한 소명
권양 봉사자는 재속프란치스코회를 비롯한 프란치스칸이 지닌 이 시대의 사명은, “가서, 무너져가는 내 집을 고치라”는 하느님의 메시지를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처음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세속을 떠나 기도하며 살던 1205년 즈음, 허물어진 성 다미아노 성당에서 “프란치스코야, 가서 허물어져 가는 나의 집을 고쳐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다. 처음 프란치스코는 허물어진 교회를 수리하라는 메시지로 알아들어 세 개의 성당을 수리했다. 하지만 이후에 건물이 아닌 영적으로 무너진 교회를 고치라는 소명임을 깨닫는다.
권 봉사자는 “그 당시 프란치스코가 받은 메시지는 중세 시대 영적으로 본질을 잃은 교회(하느님의 집)를 일으키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오늘 프란치스칸의 소명이란, 교회뿐 아니라 허물어지고 파괴된 하느님이 지으신 공동의 집 지구, 온 인류의 삶을 고치고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800년 전 성 프란치스코가 받은 소명은 교회를 넘어 온 세상, 온 피조물로 확장된 것이다. 마땅히 그러한 이유에 대해 권 봉사자는 “프란치스코 성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복음을 따라 사는 것이었다. 그 복음의 핵심은 인간으로 내려올 만큼의 큰 사랑이다. 또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이 만들었고 아버지가 같으니 우리는 같은 형제자매”라면서, 사랑이라는 복음을 실천하는 대상은 결국 온 세상이라고 설명했다.
“‘찬미받으소서’와 7년 여정은 특히 프란치스칸이 오랫동안 듣고 따르고자 애썼던 내용들입니다. ‘작은형제회’라는 이름에서 작다는 것은 그냥 작다는 것이 아니라 피조물인 형제자매들 앞에 내가 더 작다, 작아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형제자매(피조물)는 하느님 모상대로 지어졌고, 하느님이 주신 ‘은총의’ 선물입니다. 그러니 모든 것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해야 합니다.”
권양 봉사자는 기후위기, 빈부격차와 권력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 불의한 상황 등을 언급하며, “하느님 은총의 선물인 피조물인 우리 중 부유한 이들이 저지른 대가를 가장 가난한 이들이 혹독하게 치르는 현실에서 우리는 더욱 낮아지며 은총을 은총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 사는가?”에 대한 믿는 이들에 답은 “완덕에 이르는 것”
영성이란 완덕에 이르는 방법.... 재속프란치스코회 영성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길
권양 봉사자는 재속프란치스코회 영성과 회칙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영성이란 쉽게 생각하면 그리스도인 각자가 하느님 공경을 통해 구원받는 완덕에 이르는 방법이라면서, “그러므로 영성, 완덕에 이르는 길은 하나일 수 없다. 그중에 재속회의 영성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길, 회칙에 따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재속프란치스코회 회칙(1209년) 첫머리에서 “회개하는 이들”을 부른다.
“회개하는 이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마르 12,30) 주님을 사랑하고, 자기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며(참조: 마태 22,39), 자신들의 육신을 그 악습과 죄와 더불어 미워하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며, “회개의 합당한 열매를 맺는"(루카 3,8) 모든 사람. 오, 그런 일을 실천하고 그런 일에 항구하는 남녀들은 얼마나 복되고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들인지!” (회칙 머리말)
재속프란치스코회 서서울 봉사자 권양 씨(알퐁소). ⓒ정현진 기자
권양 봉사자는 회칙은 성과 속, 신분 질서가 분명한 중세 시대 상황에서 아무 구분 없이 “회개하는 이들”을 불렀으며, ‘세상 속에서 세상을 넘어’ 사랑의 완성을 위해 복음을 살라고 이른다며, “프란치스코 성인이 산속에서도 세상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기도했듯, 삶의 자리는 온 세상이며, 그 안에서 만나는 모든 피조물이 형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피조물이라는 입장에서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 다르지 않다. 인간과 피조물 사이의 관계는 다스림이 아니라 서로 돌봄”이라면서, 특히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길은 프란치스칸이 앞장서야 하고, JPIC(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의 길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권 봉사자는 이런 맥락에서 이번 800주년 기념으로 서울3개 자구가 낸 ‘실천 결의문’은 회칙의 처음으로 돌아가고, 형제애를 확인하는 것 외에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보다 중요하게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800주년 기념을 위한 한 해의 행사가 아니라 이후의 삶을 위한 출발점으로서 더 큰 자리라는 뜻이다.
그는 지금 우리의 소명이 “가서, 무너져 가는 공동의 집, 이 세상을 고치라”는 것이라면, 해야 할 모든 일들이 절박하고 다급하다면서, “가난에 대한 우선적 선택, 인권, 피조물의 권리를 살펴야 하고 살아가는 모든 것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종의 소멸, 탄소배출 등의 문제를 모르면 용감할 수 있지만, 알면 너무 두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결의문에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행동에 적극 동참, 느리고 작고 불편한 생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생태적 정의 실현 참여, 기후위기 해결을 방해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모든 정책 반대 활동에 연대, '찬미받으소서' 교육 확대 그리고 이를 위한 서울지역 공동 위원회 신설 및 협력"이 명시됐다.
그는 “복음에서 삶으로, 삶에서 복음으로 이어지는 길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며, “한 처음 보시니 좋았다던 세상을 지켜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환경뿐 아니라 관계의 회복도 마찬가지다. 복음을 따라 산다는 것은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의 삶이나 활동이 어느 한 분야에만 머물 수는 없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봉사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회원으로서 권양 씨 개인의 삶은 어떤 변화를 맞이했을까 궁금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성인을 만나면서 내 인생이 흑백에서 천연색으로 물든 것 같다”며, 지니고 사는 성구 “주님, 제 잔이 넘칩니다”처럼, 작은 것에 대한 감사가 큰 감사로 이어지는 삶을 살고자 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성인을 알면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부터 어떻게 사느냐”라면서, “관계의 측면에서도 그 전에 사람을 분석과 평가를 통해 봤다면, 형제회 생활을 하면서 그 사람에게서 좋은 점을 먼저 보려고 노력하고 이를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장점’으로 받아들인다. 그 사람보다 작아지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 사람과의 만남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 오늘 보는 하늘이 마지막 하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프란치스칸의 길을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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