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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배낭여행은 대부분의 배낭여행자들이 꿈꾸는 마지막 여행지라고 합니다. 그만큼 힘든 여정이고, 큰맘을 먹어야만 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베트남, 캄보디아를 3주 배낭여행을 한 경험밖에 없었는데 운좋게 이번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방학마다 배낭여행을 가시는 김진숙선생님의 제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큰 아들이 이번 방학에는 ROTC훈련이 없다고 하여 셋이 함께 하였습니다.
어떻게 여행을 정리할까 고민하였습니다. 한 달 동안 일기를 꼬박꼬박 썼지만 그것을 모두 옮길 수는 없고, 큰 여행지 순서대로 느낌과 설명을 쓰고, 여행 중 있었던 에피소드, 여행 중 만났던 고마운 분들 이야기 등을 써 보려고 합니다.
( 페루 -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 인근의 수많은 유적들과 그 하이라이트인 마추피추 )
그 옛날 화려했던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는 해발 3400m에 위치해 있어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고산증을 호소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시간이 지날 무렵 기내방송을 하였습니다. 창밖에 아름다운 안데스 산맥을 보라고,,,설산들이 우뚝우뚝 솟아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한참보고 있으니 어느 순간 온통 빨간색 지붕을 한 커다란 도시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쿠스코!! 아름다운 아르마스 광장주변에는 그 옛날의 대성당을 비롯한 오래된 건물과 바위의 생긴 모양대로 각을 맞추어 쌓은 아름다운 돌담과 태양신전 등이 있으며 시내를 조금 벗어나면 요새로 사용했던 푸카푸카라, 신께 제사를 지내던 거대 바위인 켄코, 거대 예수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삭사이와만, 차타고 가는 내내 아름다운 풍경으로 넋을 잃게 만드는 성스러운 계곡, 마추픽추의 축소판인 피삭유적지 등을 비롯해 수많은 유적지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차를 타고 이동하며 여유있게 돌아보았습니다. 전망 좋은 곳에서는 한없이 앉아 있기도 하고,,
특히 기억에 남는 일정은 살리네라스라는 산속의 염전이었습니다. 가는 길이 여의치 않아 2시간을 거꾸로 트레킹하여 갔더니 입장료도 내지않고 들어갈 수 있었지요. 계단식으로 만들어 놓은 소금밭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인상적이었습니다. 돌아 나오는 길에 동심원 계단모양의 밭인 모라이 유적지는 잉카인들이 얼마나 지혜로웠는지 알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추피추,,,1911년 미국인 하이렘빙엄이 발견했을 당시 원형 가까이 보존되어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그곳 원주민들은 산위에 뭔가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태양의 신에 의해 저주를 받을까봐 감히 접근을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빙엄 혼자 절벽을 타고 올라가 발견했다고 합니다. 버스를 타고 지그재그로 30분 정도 올라가니 그 장엄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높은 산중에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를 건설했는지 도저히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변 산세였습니다. 우뚝우뚝 솟은 높은 봉우리들이 수없이 많고 저 아래 계곡물이 이 공중도시를 휘감고 흐르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계단식 논과 빈틈없이 지어진 건물들,,,
( 마추피추 )
그런데 그토록 화려하고 훌륭했던 잉카제국이 무슨 이유로 멸망했는지는 설만 무성하다고 합니다. 지금의 그 후손들은 전통복장을 한 채 야마새끼를 안고 여행객들과 사진을 찍으며 용돈을 버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였습니다.
쿠스코에서 2012년도 마지막 날을 보내고 2013년도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전통시장에는 끝없이 폭죽을 터뜨리며 가는 한해를 아쉬워하였으며, 가장 행렬 등 다채로운 행사도 구경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 볼리비아 - 코파카바나의 티티카카 호수와 우유니 소금사막 )
남미5개국에서 유일하게 비자발급이 필요한 나라가 볼리비아입니다. 페루 리마에 도착하자마자 볼리비아 대사관을 찾아 비자발급을 받아야 했습니다. 쿠스코에서 하는 것이 빠르고 쉽다고 했지만 1월 초에 며칠간 휴무라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쿠스코 대사관에서도 비자발급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쿠스코에서 밤 10시 반에 출발한 버스는 국경선을 넘어 다음날 11시가 다 되어서야 코파카바나에 도착을 하였고, 바로 다음날 티티카카 호수 안에 있는 태양의 섬으로 배를 타고 들어갔습니다. 티티카카호수는 해발 3800m로 세계에서 가장 놓은 곳에 위치한 바다 같은 아주 커다란 호수입니다. 그리고 잉카제국의 신화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지요. 맑디맑은 호수도 아름답지만 우리는 태양의 섬을 하루 종일 트레킹하기로 했지요. 경치 좋은 호수를 바라보며 북쪽 끝에서 남쪽까지 6시간 정도를 걷는데 전혀 지겨움 없이 신나게 걸었습니다. 고도가 높아 빨리 걸을 수도 없어 천천히 걸어가며 아름다운 풍경을 즐겼습니다.
( 티티카카 호수 )
볼리비아 수도인 라파즈에서 1박한 후 또다시 밤 버스를 타고 12시간을 이동하여 우유니에 도착하였습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소금사막을 보기 위해서였지요. 볼리비아를 찾는 거의 모든 여행자들은 바로 이 우유니 소금사막을 보기위해 온다고 합니다. 이 역시 해발 3600m에 위치해 있으며 우리나라 충청남도 크기의 커다란 소금사막이 끝없이 펼쳐진 곳입니다. 차를 타고 2시간을 달려도 멀리 보이는 산이 가까이 다가오지 않을 정도로 그 크기는 대단하였습니다. 해질 무렵 물이 고여 있는 소금사막에서 여러 포즈로 사진을 찍으면 소금물에 비친 모습이 데칼코마니처럼 찍혔습니다. 우리는 소금으로 지어진 호텔에서 1박을 하고 바로 뒤에 있는 화산트레킹을 오전에 하였는데 가까이에 다가가 보니 온통 붉은 빛의 화산이 햇빛을 받아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화산아래에는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담들이 수없이 쌓여져 있어 꼭 제주 올레 길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오래전 태양의 존재를 몰랐던 조상들이 태양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그 후손들이 무서움을 달래기 위해 돌담을 쌓았다고 합니다. 오후에는 온천지가 선인장으로 이루어진 선인장 섬을 구경하고 우유니시내로 돌아왔습니다.
( 우유니 소금사막 )
( 칠레 - 아타카마의 달의 계곡, 나탈레스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투어 )
원래는 우유니 소금사막을 2박3일 투어를 하면 마지막 날 칠레의 국경선을 넘어 바로 아타카마의 달의 계곡으로 연결이 된다고 하였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국경선에서 데모가 있어 2박3일 투어가 불가능하여 다시 우유니시내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칠레 칼라마로 가야했습니다. 새벽 4시에 버스를 타고 칠레 국경에 도착한 시간이 8시 30분, 그런데 그 국경을 넘는데 무려 6시간 반이 걸려야 했습니다. 검색이 심하여 어떤 먹거리도 가져갈 수 없다고 하여 다 먹었더니 검색이 허술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칼라마에서 1박을 한 후 달의 계곡이 있는 아타카마로 향했습니다.
달의 계곡은 일 년 내내 비가 오지 않는 메마르고 황량한 대지가 해발 2400m에 펼쳐져 있는데 달 표면과 같이 울퉁불퉁하며 희귀한 자연의 모습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오후 4시에 투어를 시작해 엄청난 광풍이 몰아치는 좁은 계곡-죽음의 계곡-을 지나고 하얀 소금이 내려앉은 소금 계곡, 기도하는 세 성녀의 모습이 있는 바위들, 사막의 파노라마 극장처럼 펼쳐진 안피테아트로를 지나 오후 8시쯤에는 사막위로 석양이 떨어지는 모습을 구경하는 마지막 일정이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래언덕에서 일몰을 보려고 몰려있는 모습도 장관이었습니다. 특히 투어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시종일관 유쾌했던 가이드의 부탁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서 온 여행객들과 각 나라의 국가를 부르며 박수를 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나눈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도 애국가를 목청껏 불렀답니다.
( 달의 계곡 )
칼라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산티아고를 거쳐 칠레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푼타아레나스를 거쳐 다시 버스로 3시간 정도 거슬러 올라가면 아르헨티나와 국경을 마주한 나탈레스가 있습니다. 바로 그곳은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트레킹이 유명한 곳입니다. 설산을 보며 짧게는 하루, 2박3일, 3박4일, 일주일 등 다양한 코스로 트레킹을 하는 곳입니다. 물론 자기가 먹을 음식과 텐트 등 모든 물건을 배낭으로 짊어진채,,,,난 3박4일 트레킹을 강력히 원했지만 우리의 진숙샘께서 무거운 배낭 메고 다니는 것이 무리라고 하여 그냥 버스를 타고 1일 투어를 했습니다. 온천지가 그냥 꽃밭입니다. 멀리 보면 우뚝 솟은 설산이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오고,,,어디에 사진기를 갖다 대도 그냥 달력이 되는 아름다운 풍경의 연속입니다. 설산이 녹아 만들어진 계곡과 호수, 폭포, 아름다운 숲속을 두 시간 정도 걷기도 하고 버스로도 이동을 하며 하루 종일 투어를 하는데 가는 시간을 잡아두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
( 아르헨티나 - 칼라파테의 수많은 빙하와 엘찰텐의 피츠로이 트레킹, 이구아수폭포 )
한 달의 여행일정중 약 10일을 아르헨티나에서 보내게 됩니다. 그만큼 볼거리도 풍부하고 돈도 한꺼번에 많이 들어가지요. 볼리비아에서 만난 아르헨티나 커플이 말하길, 아르헨티나 물가가 미쳤다고 해서 긴장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2012년도 6월 기준의 가이드책에 있는 물가에 비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6배로 입장료, 버스비가 올라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만큼의 감동으로 우리를 맞이하였습니다.
나탈레스에서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6시간 만에 아르헨티나의 칼라파테에 도착하였습니다. 바로 빙하의 도시랍니다. 다음날 모레노 빙하를 보러 갔습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빙하의 일부분이 떨어지는 모습(붕락)을 구경할 수 있는 빙하랍니다. 버스에서 내려 전망대쪽으로 향하는데 계속해서 총 쏘는 소리, 또는 대포 같은 소리가 엄청 큰소리로 울려 뛰어갔더니 그것이 바로 빙하의 일부가 떨어져 물에 부딪히는 소리였습니다. 작은 덩어리가 떨어져도 그렇게 큰 소리가 났습니다. 모레노 빙하는 폭이 5km, 길이가 35km로 여름에는 붕락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 하루 종일 바라보고 있어도 지겹지가 않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잊을 수 없는 광경은 갑자기 물기둥이 솟구쳐 오르더니 사파이어 빛깔의 얼음덩어리가 솟아올라 얼마나 놀라고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 자꾸만 빙하가 녹아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크고 작은 빙하덩어리가 쉴 새 없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다음날도 세계에서 가장 큰 빙하인 웁살라 빙하를 비롯해, 최고 높이의 스페가찌니 빙하를 보기위해 배를 타고 투어를 하였습니다. 2시간 정도를 배를 타고 이동하는데 호수에는 여기저기 크고 작은 유빙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녹으면서 여러 모양을 하고 있어 인상적이었으며, 그 많은 유빙들을 피해 배를 운전한다는 것도 쉽지 않을 듯 했습니다.
( 모레노 빙하 )
다음날은 버스를 타고 2시간 반을 이동하여 엘찰텐으로 갔습니다. 엘찰텐은 작은 마을에 불과한데 여름에 피츠로이 설산 트레킹을 하려는 여행객들이 붐비는 곳입니다. 그리고 내가 가장 기다린 일정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 이루지 못한 트레킹을 이곳에서 드디어 2박3일 할 수 있었으니까요.
첫날은 가까운 곳의 폭포를 향해 걸었습니다. 그런데 비포장도로를 걸어야하는데 간간히 지나가는 차들이 먼지를 일으켜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마침 유치원생들의 소풍가는 길이 너무나 아름다워 우리도 따라 갔는데 정말 아름다운 오솔길이었습니다. 그 길을 길게 돌아 나와 조금만 걸어가니 폭포가 나왔습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폭포를 감상하였습니다.
이튿날은 드디어 피츠로이 설산 트레킹, 왕복 7시간이 걸린다고 하여 서둘러 나왔습니다. 정말이지 길이 얼마나 좋고 아름다운지...수많은 꽃들과 빙하계곡, 아기자기한 나무다리를 건너는 숲길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오르막도 없는 평탄한 길과 완만한 오르막,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걸었습니다. 마지막 설산을 앞두고 1시간 정도의 가파른 길을 올라가니 눈앞에 설산이 우뚝 솟아있고 아름다운 빙하호수가 두 개가 위, 아래로 있는데 정말 절경이었습니다. 그곳에도 빙하는 계속해서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시원한 빙하 계곡물을 마시며 맘껏 즐겼습니다. 무려 11시간을 산속에서 지냈답니다. 그곳은 해가 아침 6시에 떠서 저녁 9시가 지나야 넘어가니 하루해가 얼마나 긴지 모릅니다.
마지막날도 라구나 빙하호수를 트레킹하였는데 피츠로이 가는 길과 비슷한 길을 7시간 정도 트레킹 하였습니다. 2박3일을 그렇게 걸었는데도 피곤한줄 모를 정도로 감동이었습니다. 아들 수빈이는 지금도 그곳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 피츠로이 트레킹 )
이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 이구아수폭포입니다.
칼라파테에서 비행기를 타고 4시간을 날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여 3일을 머문 뒤 다시 버스를 타고 18시간을 달려 이구아수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구아수폭포는 이구아수 강을 경계로 브라질과 국경을 마주하는 곳이고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라고 합니다. ‘이구아수’는 원주민의 말로 ‘큰물’을 뜻한다고 합니다. 아르헨티나쪽이 구경거리가 많다고 하여 첫날은 11시에 도착했으니 오후에 바로 브라질쪽으로 넘어가 폭포구경을 하였습니다. 정말이지 어마어마하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폭포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강 위에 긴 다리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내 몸이 빨려들어 갈 것만 같아 두려움까지 일었습니다. 폭포로 떨어지는 강폭이 4km나 된다고 합니다. 제주도의 정방폭포 수 백 개가 동시에 떨어진다고 하면 맞는 표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브라질쪽 폭포가 이렇게 아름답고 웅장한데 아르헨티나쪽이 더 좋다고 하니 다음날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다음날 드디어 아르헨티나쪽 이구아수폭포를 보러 갔습니다.
시간도 많고 하니 우선 밀림 오솔길 왕복 7km를 걸었습니다. 왕개미를 비롯해 손톱만한 개구리 등 수많은 동식물들이 우리를 반겼습니다. 다음은 기차를 타고 가서 이구아수폭포의 핵심인 ‘악마의 목구멍’으로 향했습니다. 기차에서 내려 강 위에 놓인 다리를 한참을 걸어가니 드디어 악마의 목구멍이 나타났습니다. 악마의 목구멍은 폭포 중에서 가장 많은 수량이 한꺼번에 떨어지는 곳입니다. 아득한 높이로 떨어지는 물줄기,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습니다. 브라질쪽은 전체적인 폭포를 감상한다면 아르헨티나쪽은 부분적인 폭포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폭포 바로 아래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온몸으로 맞아보기도 하고,,,, 가 볼 수 있는 곳은 모두 다니며 시간을 보내다 마지막 기차를 타고 돌아나왔습니다. 정말이지 감동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미국의 어느 대통령부인이 이구아수폭포를 보고 무심코 말했답니다.
'아! 불쌍한 나이아가라여!!'
( 이구아수 폭포 )
( 도시 여행 - 리마, 라파즈, 부에노스아이레스 )
진숙샘과 여행을 추진하면서 도시보다는 자연쪽으로 많이 보자고 하였기에 도시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첫날 보았던 페루의 수도 리마는 아르마스 광장쪽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유럽풍의 건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스페인의 침략자 피사로가 직접 설계한 대통령궁과 산토도밍고 교회 등이 있고, 나무 한그루 없는 산 아래까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리요광장을 중심으로 대통령궁과 국회의사당이 바로 옆에 있었으며, 조금은 한가로워 보였습니다. 볼리비아 사람들은 잘 웃지도 않고 퉁명스러웠습니다. 심지어 가게주인도 애써 팔려고 하지도 않고 그저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생기도 없어 보이고, 그만큼 살기가 힘들어서 그런가봅니다.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고 하니...
산티아고는 그냥 지나쳤는데 나중에 만난 한국 배낭여행객들이 물가도 싸고 인정스러운 곳이라고 하여 아쉬움이 조금 남았습니다.
우리가 기대했던 곳은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였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유럽에 온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백인이고 활기차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대했던 거리문화는 많이 사라진 듯하였습니다. 밤 9시가 넘었을 뿐인데 시내 중심가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아 썰렁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주말에 맞춰 가면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주중에 머물러 그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도레고 광장에서 남녀가 추는 탱고춤이 그나마 위안을 주었습니다. 탱고춤을 가까이에서 보니 ‘남여가 다리와 발로 나누는 무수한 대화’로 보였습니다.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여유있게 남녀가 어우러져 춤을 추었습니다. 그 옛날 유럽에서 이민 와 낮에는 항구에서 힘들게 일을 하고 밤이면 멋진 옷으로 갈아입고 춤을 추며 향수를 달랬다고 합니다.
( 탱고춤 )
( 에피소드 or 사건사고^^ )
한 달 동안 여행하며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있었습니다.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입국허가서 갈기갈기 찢다
나라마다 입국할 때는 입국허가서를 받고 그 나라를 떠날 때 그 허가서를 제출해야합니다. 그런데 페루 쿠스코에서의 마지막 날 여유가 있어 갑자기 가방정리가 하고 싶었습니다. 혼자 생각에 별로 필요 없는 종이라 생각하고 빡빡 찢어 버리고 깨끗이 정리했다는 뿌듯함까지 있었지요. 그런데 볼리비아와의 국경에서 그 입국허가서를 내라고 합니다. 없다고 하니 거금 8달러 벌금을 물고 다시 써야했습니다. 정말이지 아들 앞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지요.
- 산에서는 날고뛰는 산녀도 고산병 앞에서는 하염없이 나약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간의 배낭여행이라 나름 긴장하여 방학 3주전부터 체력관리 한다고 집에서 학교까지 거의 뛰다시피하며 출퇴근을 하였습니다. 걸어서는 1시간거리, 뛰고 걸으면 40분 정도 걸립니다. 그러면 고산병도 이겨낼 줄 알았습니다. 리마에서 쿠스코까지 버스를 타면 24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면서 적응을 하기에 고산병이 덜하지만 우리처럼 비행기로 바로 이동하는 경우에 고산병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저처럼 차멀미에 약한 사람한테 온다고 합니다. 차멀미는 어릴 때는 많이 했지만 운전을 하고부터는 거의 하지 않아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쿠스코에 도착한 그날 밤 잠을 잘 수 가 없었습니다. 속이 안 좋고 머리가 아파서,,,다음날 피삭 유적지 투어 할 때는 거의 기어다니다시피 하였습니다. 물만 먹어도 다 토해버리고,,,코카차를 마시면 괜찮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다 토해버렸습니다. 결국은 마을에 있는 병원에 갔고, 제일 큰 주사바늘로 혈관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나서야 괜찮아졌답니다. 계속해서 고도가 높은 티티카카호수, 라파즈, 우유니 소금사막을 가야하는 우리는 결국 고산병약인 소로체를 사먹었는데 진숙샘은 약이 독했던지 며칠 동안 배탈을 앓아야 했답니다.
- 수빈이 독개미한테 물리다.
마추피추를 구경하고 내려올 때는 걸어서 내려왔습니다. 마추피추여행은 경비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온 여행객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고 합니다. 그곳까지 가는 짧은 기차표도 10만원이 넘고, 입장료, 버스비가 엄청 비싸 내려올 때는 그냥 걸어서 내려왔지요. 1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라 걸을 만 합니다. 그런데 급한 경사라 무릎이 안 좋은 진숙샘이 조금 늦게 내려와 기다리다가 갑자기 독개미가 수빈이 발목을 물어버린 겁니다. 가져온 약을 발랐지만 무려 1주일동안 따끔거리며 퉁퉁 부어 있었지요.
- 내 입에서 무심코 튀어나오게 하는 욕
쿠스코에서 잘 때 하루는 밤새 개들이 짖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무심코 ‘저 개!!놈의 새끼들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네’라고 했더니 진숙샘이 엄청 재미있어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욕을 사람한테도 할 일이 생겼답니다.
티티카카호수의 태양의 섬 트레킹을 하고 마지막 배를 타야하는데 화장실가신 진숙샘이 조금 늦게 오시는 바람에 그 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배를 타려고 가격을 알아보니 터무니없는 돈을 내라고 하였습니다. 보스한명이 눈치를 주면서 가격을 흥정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날 오후 6시30분 라파즈 버스표를 예매를 했기에 얼른 가야하는데 5시가 되어서야 겨우 다른 사람들과 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조금 깎기는 했지만 갈때보다는 비싼 가격이었지요. 그 배를 타고 나오며 그 뚱땡이 보스를 향해 크게 외쳤습니다.
‘야! 개놈의 새끼야, 잘 먹고 잘 살아라’
원래는 순박한 사람들이 여행객들이 몰리면서 저렇게 변한 것이 아닌가 싶어 씁쓸하였습니다. 다행히 배 뒤쪽에서 바람이 불어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여 무사히 라파즈행 버스를 탈 수 있었답니다.
- 노숙을 하다.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를 하고 칠레로 넘어가는 버스가 새벽 4시, 새벽 3시까지 버스타는 곳으로 가야했습니다. 1박하기는 좀 아깝고 어떻게 하지? 함께 소금사막 투어 했던 우리나라 젊은이들한테 물어보니 기차역이 있으니 그곳에 있으면 될 거라고 하여 호스텔을 잡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셋과 강원도 청년 상훈이와 기차역에 가서 자리를 잡고 있는데 11시쯤 문을 닫아야한다고 나가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린 다시 투어사무실에 가서 몸짓발짓하며 잠시 머물렀는데 그곳도 1시쯤 문닫아야한다며 나가라 하였지요. 결국 거리로 나앉은 우리는 쉴 곳을 찾아야했습니다. 그 시간에 호스텔에 가기도 그렇고,,다행히 바로 옆에 불을 켜고 영업하는 구멍가게에 들어가 또다시 손짓발짓을 하며 2시간만 있게 해 달라고 하니 수더분한 새댁은 그렇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어찌나 고마운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 공항에서 길을 잃다.
산티아고에서 출발시간이 2시간이 늦어지면서 생긴 일입니다. 2시간동안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다가 탑승하라는 방송이 나왔고,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들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수빈이한테 화장실 갔다오겠다하고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우리 일행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 겁니다. 곧 출발할 시간인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지 않아 여기저기 짧은 영어로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고개를 흔들어 당황했는데 한 직원이 24번 게이트로 가라고 하였죠. 다시 정신을 차리고 게이트를 찾으니 수빈이와 진숙샘이 나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화장실이 들어가는 방향이 두 군데였는데 내가 반대방향으로 나와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우리 아들은 또 얼마나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 여행기간 중 로또 맞은 날!! 하지만~~~
칼라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산티아고를 거쳐 칠레의 가장 남쪽 푼타아레나스로 가는 날, 산티아고에 도착한 비행기는 2시간 동안 이륙하지 않고 기다리게 하고는 결국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라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2시간 늦게 푼타아레나스에 도착을 하여 나탈레스로 가는 막차를 탈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원래부터 나탈레스는 다음날 이동하기로 하고 푼타아레나스에서 자기로 했었기에 별생각이 없었는데, 같이 비행기를 탔던 충북 제천에서 온 영아샘이 sky에어라인측에 막차를 놓쳤다고 항의하니 호텔을 제공한다고 했다며 우리도 그렇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같은 입장이라고 했더니, 우리 모두에게 4성급 호텔을 제공하고 다음날 나탈레스까지도 비행기로 태워주겠다고 하니 이것이 ‘로또’가 아니겠습니까??
처음으로 욕조가 있는 4성급호텔에서 반신욕까지 하고 호텔에서 저녁만찬과 아침식사까지 제공하여 기분은 하늘을 날 것 같았습니다. 그 호텔에서 남극 세종기지에 근무하신다는 두 분을 만나 너무 수고 많으시다고 인사도 하였습니다. 다음날 12시까지 호텔에서 푹 쉰 우리는 오후 3시 비행기를 타고 나탈레스로 향했습니다. 버스로 3시간 걸리는 거리니 비행기로는 20분밖에 안 걸린다고 하여 실제로 시간을 확인해봤습니다. 이륙하여 10분이 지났을 뿐인데 곧 착륙하겠다는 방송을 듣고 웃었습니다. 내 생애 최고로 짧은 비행일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총 비행시간은 실제로 20분밖에 걸리지 않았지요. 그런데 로또는 여기까지였습니다.ㅠㅠㅠ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향긋한 냄새가 진동을 하였습니다. 아카시아꽃 향기 같기도 했지만 주위에 나무라고는 없어 둘러보았습니다. 그것은 온통 피어있는 토끼풀꽃(크로버)향기였습니다. 그 공항은 웬만한 버스터미널보다 작았고, 비행기에서 내린 짐도 일일이 사람이 들어 올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있어야할 내 캐리어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직원한테 말하니 다시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 찾아보더니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행기는 산티아고를 향해 날아가 버리고,,,, 결국 내 캐리어는 아르헨티나의 칼라파테에서 3박4일만에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답니다. 사실 이 케리어도 윤진샘한테 빌린 것이라 더욱 걱정이 되었답니다.
( 여행 중 만난 기억에 남는 사람들 )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 중에는 고마워서 생각나는 사람도 있고, 나쁜 기억 때문에 생각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 리마에서 처음 만난 호스텔 주인 아줌마
실제로 몇 년 전에 남미여행을 하기위해 페루 리마에 도착해 택시를 타려다가 배낭만 싣고 도망가 버린 택시기사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고 그대로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첫날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첫 숙소에서 만난 푸근한 주인아줌마는 너무나 친절하신 분이었습니다. 시종일관 우리 수빈이를 ‘수깅!’이라 부르며 따뜻하게 대해 주시고 하룻밤을 잤을 뿐인데 헤어지는 아침에 우리를 꼭 끌어안고 얼마나 아쉬워하던지....
- 우리와 자주 만난 충북 제천에서 온 이영아 선생님
언니와 배낭여행을 다니기도 했고, 친구와도 다녔지만 지금은 다들 시집을 가버리고 혼자 당차게 남미여행을 온 선생님, 어찌나 동작이 민첩하고 빠른지... 내 캐리어를 잃어버렸을 때도 같이 걱정하며 도와주었고, 4성급 호텔에서 잘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답니다.
- 혼자 여행 온 서울 연세대 대학원생 정요한
첫날 리마 숙소에서 만난 인연이 중간 중간 만나다가 아르헨티나의 엘찬텐 피츠로이 트레킹길에서 만나 얼마나 반갑고 놀랐는지...산티아고에서 바로 버스로 아르헨티나로 왔다는데 그 산길에서 만날 줄이야!! 불행히도 돌아가는 버스시간 때문에 피츠로이 트레킹을 끝까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오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엘찰텐 트레킹을 마치고 칼라파테로 돌아와 버스터미널에서 또 만났는데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40여시간을 또 버스로 갈려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호스텔 주인께 양해를 구하고 따뜻한 밥을 해서 주었더니 얼마 만에 먹는 밥인지 모르겠다며 고마워하였습니다.
- 브라질에서 만난 이방수 교민 아저씨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 중에 우리에게 한없는 은혜를 베푸신 너무나 고마우신 분입니다. 여행의 마지막 일정인 이구아수에서 상파울루로 가는 버스에서 만난 분입니다. 상파울루까지는 버스로 16시간이 걸립니다. 우리는 아르헨티나 돈 50페소(만원)을 탁 털어 샌드위치를 만들 재료를 사서 맛있는 샌드위치를 세끼 분을 만들었습니다. 계란후라이, 치즈, 베이컨, 토마토로 만든 샌드위치는 생각보다 맛이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돈은 브라질돈 30헤알(만오천원) 상파울루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할 때 쓸 돈이었습니다.
버스를 탔는데 우리 바로 옆에 교민으로 보이는 아저씨 두 분이 타셨고, 내가 무심코 인사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저녁시간이 되어 우리가 만든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하는데 방수아저씨께서 먹을 것 좀 있냐며 물으셔서 샌드위치를 드렸습니다. 그것이 고마우셨는지 다음날 아침 휴게소에서 빵과 커피를 사주시더니, 상파울루에 도착하여 우리가 알아서 공항에 가겠다고 하였지만 배고플 때 맛있게 먹은 샌드위치가 너무 고마웠다며 기어이 집에서 차를 가지고 와서는 우리를 태우고 한인교회로 가셨습니다. 마침 일요일 점심시간이라 식사시간이었고, 우리를 자상하게 소개하시며 점심을 챙겨 주셨습니다. 김치, 불고기, 멸치조림, 배추된장국으로 맛있는 식사를 한 우리를 상파울루 시내로 데려가 열대과일주스도 사주시고(우리가 사 드리려고 했지만 공항에 가서 맛난 것 사먹으라며 안된다고 하셨지요) 대성당 구경도 시켜 주셨습니다. 그리고 기어이 공항까지 데려다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가는 중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였는데 이민 온지 35년이 되었다며 브라질은 치안이 불안정하고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이 은행, 변호사, 경찰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 모를 거라며 ‘대한민국만세!!’라고 하셨습니다. 지금도 은행과 소송중이라는 말에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단지 샌드위치 하나 드렸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 칠레 푼타아레나스의 신라면 가게 아저씨
잠시 잊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결코 좋은 기억이 아닌, 그런데 오늘(2013.2.5) 중앙일보 '사람사람'면에 한 페이지를 차지하며 실려 있어 깜짝 놀랐고, 잠시 잊었던 기억이 모두 떠올랐습니다.
로또 맞은 칠레의 최남단 푼타아레나스 4성급호텔에서 기분좋게 숙박을 하고 점심을 먹어야했습니다.
(2시에 sky에어라인에서 데리러 온다고 했기에) 호텔은 12시에 체크아웃을 해야해서 일단 짐을 챙겨 로비로 내려왔고, 아침을 잘못 먹었는지 속이 안좋은 수빈이를 대신해 영아샘과 함께 아레나스 시내에 있는 신라면 가게를 찾아 나섰지요. 같이 가려다가 일요일은 쉰다는 정보가 있어 일단 우리가 가서 보고 영업을 하면 카톡으로(둘다 로밍이 안되어) 연락을 하기로 했습니다. 10분정도 걸어가니 신라면 가게가 있었고 영업중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니 호텔에서 만났던 세종기지연구원 두 분이 맛있게 라면을 드시고 계셨고, 사장님 혼자였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수빈이한테 카톡으로 진숙샘과 함께 오라 날리고, 잠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그렇게 퉁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를 여행할거냐고 물어서 생각나는대로 얘기를 하고 남미대륙의 땅끝인 우수아이아를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거기를 왜 가냐면서 한국 사람들 참 이상하다'며 쏘아 붙였습니다. 물어본 내가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몸이 안좋은 수빈이가 카톡을 안보는지 계속 연락이 없어 가까운 호텔의 로비에 두 사람이 있으니 라면 먹으러 오라고 호텔로 전화 좀 해주시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일언지하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어찌나 서운한지....돌아가 데려올 시간은 안되고, 기분도 나빠진 우리는 오랜만에 먹을 수 있었던 라면의 유혹을 뒤로하고 나와버렸습니다. 그리고 대형마트를 찾아 현지 컵라면을 사와 호텔식당에 가서 먹어야했습니다. 서비스업을 하시는 분이 어떻게 그렇게 불친절할 수 있는지...브라질의 이방수 아저씨와 너무나 다른.....
( 생각나는 현지음식 )
우선 티티카카호수에서 잡은 송어로 만든 음식 '투르체'입니다. 송어 한마리를 통째로 튀겨 밥과 함께 나오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남미 전체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만두형태의 '앰빠나다'가 있는데 나라마다 약간씩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안에 야채와 고기가 좀 마른상태로 있어 물없이는 먹을 수가 없는데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에서 파는 것은 정말 촉촉하니 우리 입맛에 잘 맞았지요. 그리고 '소의 나라' 아르헨티나는 '아사도'가 유명합니다. 스테이크형태로 나오는 것도 있는데 우리는 종합세트를 주문했습니다. 옆테이블에서 숯불에 지글지글 익고 있는 모습이 군침이 돌았거든요. 소내장을 비롯해 여러 부위들이 숯불위에 맛있게 익는 소리를 내면서 나옵니다. 우리 수빈이가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2인분을 시켰는데도 양이 많아 조금 남기고 나왔는데 수빈이는 두고두고 아까워했습니다.^^그리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에 있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뷔페에 갔는데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 가득하여 얼마나 행복해하며 먹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다음날 저녁에 또 갔지만 점심때만 하는지 저녁엔 영업을 하지 않아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 남미의 날씨와 옷차림 )
우리나라의 겨울이 남미는 여름입니다. 그런데 페루와 볼리비아는 여행지가 해발 3000m가 넘는 지역이 대부분이라 낮엔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인데 밤이면 기온이 내려가 다소 춥습니다. 대부분의 호스텔이 난방시설이 따로 없기 때문에 침낭을 가져가면 좋습니다. 우기라고 하지만 다니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고 페루, 볼리비아에서만 하루에 한 두 차례 짧게 비가 내리곤 하였습니다. 여름이지만 습도가 높지 않아 별로 덥다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칠레의 남쪽과 아르헨티나의 빙하, 트레킹 투어 할 때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분 좋은 날씨였습니다. 배낭이 가벼워야하니 저는 여름 등산티셔츠2개와 등산바지2개, 반바지1개, 긴소매남방1개, 그리고 입고 간 위아래 겨울등산복이 전부였습니다.
( 남미에서 느낀 한국인의 자부심 )
어디를 가나 강남스타일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마트에서도, pc방에서도, 그리고 길에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차들이 쌩쌩 달리고, 칠레의 어느 아저씨는 현대차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투어사무실에는 대부분 삼성과 LG 컴퓨터가 있었으며 벽에는 삼성TV도 많이 걸려 있었습니다.
( 남미여행 경비 )
팩키지 여행을 갈 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배낭여행을 가면 자동으로 짠돌이가 됩니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경비가 많이 들지 않았습니다. 왕복 비행기표가 220만원, 남미 내에서 3번 비행기를 탔는데 120만원, 마추피추 기차예매 11만원, 한달간 쓴 경비(숙식, 입장료, 버스비)가 160만원 = 1인당 약51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경비 절감을 위해 누룽지를 만들어 갔던 것도 괜찮았습니다. 물만 끓여서 부어 먹으면 한끼 식사로 그만이었습니다. 물론 김가루, 멸치, 씻은 김치 같은 밑반찬도 준비하구요. 그리고 미니 커피포트와 차를 가져가 물은 끓여서 가지고 다니며 마셨습니다. 생수 사는 비용도 만만치 않거든요. 그리고 칠레 남쪽과 아르헨티나쪽 호스텔은 밥을 해먹을 수 있는 곳이 많아 마트에서 쌀과 식재료를 사서 해먹었습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소고기가 무척 싼 편이라 5천원에 한팩을 살 수 있습니다. 얼마나 소가 많은지 인구1인당 소 두 마리라고 합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 길 양쪽 더 넓은 초원에 소떼들이 풀 뜯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면서 갑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애당초 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소들의 주인은 자기소유의 소가 정확히 몇 마리가 되는지도 잘 모른다고 합니다.
( 환전은 어떻게?? )
대부분은 일부분만 달러로 환전하고, 가서 필요할때마다 그 나라 돈으로 환전해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황교감님께서 만들어주신 목에 걸 수 있는 작은 지갑백이 있어 든든한 마음에 그래도 두 사람이 써야하니 5백만원을 환전(4630달러)해서 갔습니다. 혹시 모자라면 찾아 쓸려고 외환통장에 입금후 카드도 가져 갔지요. 그런데 생각보다 적은 돈을 썼고, 1500달러 정도는 남겨서 왔습니다.
페루, 볼리비아, 칠레에서는 어디서 환전하나 환율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일 돈지출이 많은 아르헨티나는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칼라파테나 엘찰텐에서는 숙소에서 환전해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은행이나 환전소보다 환율이 좋았습니다. 제일 환율이 좋은 곳은 부에노스아이레스였습니다. 길에서 "깜비오-환전'라고 외치는 사람이 많으니 환율을 비교해 보고 하면 됩니다. 그런데 제일 환율이 안좋은 곳이 이구아수입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1달러에 7페소인데 이구아수는 4.9페소밖에 안돼 놀랐습니다. 그러니 이구아수에서 쓸 돈을 잘 계산해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모두 환전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브라질쪽 이구아수를 볼 때도 브라질이 물가가 더 비싸니 폭포 구경만하고 아르헨티나쪽 이구아수에서 자고 상파울루로 이동하는 것이 좋으니 그것까지 계산해야 합니다.
( 국경통과시 유의점 )
다른 곳은 별로 힘든 것이 없었습니다. 다만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는 것 외에는,,,볼리비아에서 칠레 넘어가는 국경에서 돈을 내야한다, 안내도 된다 의견이 분분했는데,,볼리비아의 투어회사에 물어보니 안내도 된다해서 볼리비아돈을 다 털어서 써버렸는데 국경에 가니 15볼을 내라고 하여 즉석에서 다른 여행객과 환전을 하여 내야했습니다. 그리고 칠레로 넘어갈때 가방검색이 철저해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먹거리를 다 빼앗긴다고 하였는데 그렇게 꼼꼼히 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 외 나라는 아예 가방검색도 하지 않았구요.
( 문화의 차이 )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은 화장실 사용할때 입구에서 돈을 받지만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항세를 내듯이 버스터미널도 일정한 세금을 받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식당종업원들이 일을 효율적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손님이 오면 바로 주문을 받지만 그곳은 한테이블의 주문을 받아 음식을 갖다주고 난 뒤에야 다른 테이블 주문을 받아 시간이 많이 걸리지요.
그리고 칠레와 아르헨티나 여인들은 노출이 얼마나 심한지 모릅니다. 거의 다 보입니다. 그런데 브라질에서는 그렇게 노출이 심하지 않아 놀랐지요. 특히 할머니들의 패션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뒤에서 보면 도저히 나이를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커다란 귀걸이를 하고, 긴파마머리도 하고,,,
그리고 젊은이들의 스킨십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옆에 있는 우리가 어디에 시선을 둬야할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리고 스페인어의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프랑스와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할까요? 호스텔에도 영어가 안되는 곳이 많이 있었습니다. 왜 스페인어를 못하냐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지하철을 탄 적이 있는데 정말 놀랬습니다. 첫날, 들어갈때 표를 사기 위해 입구에 있는 경찰한테 어디에서 표를 끊으면 되냐고 물으니 그냥 들어가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표 끊는 곳이 아래에 있는가보다 생각하고 내려갔더니 표 끊는 곳이 보이지 않아 다시 올라와 그 경찰한테 물으니 또 그냥 들어가라고 하는 것입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냥 들어갔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경찰이 우리한테 공짜로 들어가라고 한 것을 우리는 모르고 오르락내리락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한참을 웃었고, 다음날 시내투어를 할때에도 혹시나 그 경찰이 있으면 좋겠다하고 갔는데 다른 여경이 있어 실망했지요^^ 그리고 기차외벽엔 꼭 어린아이들이 낙서를 한 것 같은 초딩수준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냉방기가 없는 대신 온통 창문이 열려져 있었습니다. 시커먼 지하를 달리는데 바람이 들어와 덥지는 않았지만 창문 열린 지하철을 타는 것은 정말 생소한 경험이었습니다.
남미여행은 위험하다고들 합니다. 여행하는 동안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얘기를 가끔 듣기는 했지만 우리가 실제로 느끼기에 위험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가방을 앞으로 메고, 늦은 밤에는 다니지 않는 등 조금만 주의를 한다면 즐겁고 유익한 여행의 추억만 가져 올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티티카카호수, 제일 큰 이구아수폭포, 남쪽 파타고니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가장 큰 규모의 우유니소금사막과 웅장한 빙하, 그리고 불가사의한 마추피추, 달을 닮은 달의 계곡 등 어마어마한 볼거리가 풍성한 남미를 언젠가는 꼭 가서 보고 느끼고 오시길 바랍니다.
시간과 여건이 되어 개별배낭여행으로 가면 좋겠지만, 이번에 가서 만난 여행객들을 보니 대부분 '오지투어', '인도로 가는 길'등의 여행사에서 추진하는 단체 배낭여행으로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숙소와 교통수단만 제공하고 음식은 개별로 사먹는다고 하는데 경비도 저렴하고 괜찮아 보였습니다.
특히 수많은 유럽의 노년층 여행객들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그들은 몇시간의 트레킹도 거뜬히 해내고 커다란 배낭도 짊어지고 다녔습니다. '건강관리만 잘 한다면 나이들어서도 여행은 일상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해봤습니다.
( 이구아스폭포 동영상입니다. )
( 브라질쪽에서 본 이구아수 )
( 아르헨티나- 수량이 제일 많은 '악마의 목구멍' )
첫댓글 언제 여행기가 올라오나 하며 자주 들렀는데 아침에 드디어 TV로만 즐겨보던 그 광경들을 대장님과 아들 그리고 김진숙 선생님이 직접 체험하고 온 걸 보고 너무 감동했어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난 언제 한 번 가 볼까싶네요. 정말 장하십니다. 대장님 짱짱!!
와와~~~정말 무슨 말로 표현이 안되네요~ 정말 의미있고 행복한 겨울방학 여행 부러울 뿐입니다. 샘이 쓴 글이랑 사진을 보면서 오늘 오후 진한 영화를 한 편 본 느낌보다 더 감동입니다~ 방학을 정말 잘 사용하셨네요*^^*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 살면서 더욱 새록새록 가슴에 남을 감동의 이야기들~~ 한 마디로 멋져부러유^^
이만하면 별사고없이 잘 다녀온거지요?
다음 방학때는 또 어디 갈건가요?
보기만해도 좋고, 부럽고, 배도 살짝 아프고(?).....
언니는 형부한테 진짜로 잘 해야 된대이.
작은 체구에서 한달이나 여행하는 깡이 있다는 걸 수빈이가 보고 느꼈을 걸 생각하니 부럽네요.그 긴 여행을 마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여행기며 사진을 보니 많이 반성이 됩니다.울신랑이 봤으면 날 여행시켜준 것 돈 아깝다 했겠네요.여름에 발칸반도 갔다온 사진도 이제야 일부 현상했으니...이제부터 전문여행가로 나서도 되겠어요. 잘 봤습니다.
글도 멋지고..사진도 멋지고..동영상도 멋지고.......
무엇보다 세상을 경험하는 그 열정이 더욱 멋집니다..
젤로 멋지고 부러운 건 아들과 함께 한 시간이라는 겁니다..
아들에게도 평생에 길이 남을 멋진 도전과 추억거리가 되었겠지요~^^
한달의 여행이 평생에 잊지못할 추억으로 되뇌어 지겠네요. 정말 부럽습니당. 게다가 아들과 함께한 여행은 더더욱 소중하겠어요. 삶에서 여행처럼 화려한 선물이 어디있을까 생각하면서도 선뜻 떠나지 못하는 마음이 이 여행기를 보니 잠시 용기가 솟네요.. 산대장의 아름다운 추억이 생에 늘 활력소가 되시길 바랍니다.
나는 읽어 보기도 힘든 말들이네요. 참 대단하신 산대장님~~박수 짜짜작 보내 드립니다. 마냥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나고~~~나는 이런 기회가 올가 시기도 하네요. 더 늙기 전에 함 다라 붙어야겠지요? 산대장님, 나 데리고 가 줘요. 언젠가는~~~
남미여행을 계획하다 좋은 글 올리신 것 보고 왔어요.
1. 교통은 현지에서 예약하셨나요?
2. 현지 비행기 3번은 어느 구간이었는지요?
3. 국가내 이동은 버스로 하셨나요?
4. 숙소도 현지에서 예약하셨나요?
저는 40대 후반 여성인데 님이 하신 것처럼 개별 배낭을 하고 싶어서요. 패키지는 조금씩 조건이 맘에 안드네요. 숙소와 교통이 제일 걱정이되는데 님이 하신 방식을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1.리마에서 쿠스코 비행기표와 쿠스코-마추피추기차표만 예매했고, 나머지는 직접 가서 부딪치며 했어요.
2.비행기는 리마-쿠스코, 칠레의 칼라마-푼타아레나스, 아르헨티나의 칼라파테-부에노스아이레스 구간입니다.미리 예매해서 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어요.
3.나머지 국가내 이동은 모두 버스로 했어요. 버스노선이 잘 발달해 있답니다.
4.리마 첫 숙박지만 예약을 했고, 나머지는 직접 가서 구했어요. 스마트폰이 있는 사람은 바로바로 예약을 하면서 다니더라구요. 패키지보다는 배낭으로 가시면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 오실겁니다.
친절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많은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