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훈련소에서 제일 먼저 배워야 할것이 군가(軍歌)다.
그중에서도 훈련소에 왔으니 "훈련소가"(訓練所歌)를 먼저 배운다.
지금 이 악보는 나중에 가사(歌詞)가 조금 바뀐 것이다.
당시에는
"웅장한 황산벌에 연무대 높이섰고"는 전에는 "웅장한 호남무대 높이 우럴어 섰고"로 불렀다.
"육군 훈련소"(陸軍 訓練所)는 "제2 훈련소"(第二 訓練所)로 불렀다.
그나마 2절은 부른 기억이 없다.
제일 많이 부른 군가가 "진짜 사나이"라는 군가였다.
교장(敎場)에 나갈 때는 거의 대부분 이 군가에 맞춰 걷거나 뛰었다.
그리고 많이 부른 또 하나의 군가가 "북진가"(北進歌)다.
백두산까지 앞으로! 앞으로 무찔러 찔러 !
대한 남아의 총칼이 번쩍거린다.
원수야! 오랑캐야! 압록강 건너서
어서 빨리 물러가라. 두 손 들어라.
이 군가는 별 생각없이 불렀는데 훈련생활 중간 쯤에 2사관학교 장교후보생이 실습을 나왔다.
한 장교후보생이 모자를 눈이 안보이도록 질끈 내려쓰고 허리에 손을 얹고 좌우로 반동을 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
그때의 힘찬 노래소리에 감동과 충격이 무척 오래갔던 기억이 있다.
훈련을 얼마하지 않았는데 훈련소에서 "군가경연대회"(軍歌競演大會)를 한단다.
나는 원래 노래를 못했기 때문에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나보고 무조건 나가란다.
몇명이 차출되어 갔는데 그중 한명이 교회에서 성가대지휘를 했단다.
한사람씩 그 앞에서 노래를 했는데 나보고 웃으며 가까이 오란다.
그가 말하길 "너는 '큰소리'와 '높은 소리'를 구별을 못한단다".
듣고보니 정말 그랬다.
전에도 여러 사람앞에서 노래를 해야 할 때 그것을 구별하지 못해 악을 쓰다 말았다.
그 친구에게 노래하는 법을 배우면서 "군가경연대회"를 치뤘다.
그때 10명이 팀을 이뤄 부른 군가가 "행군의 아침"이였다.
동이트는 새벽꿈에 고향을 본 후
외투입고 투구쓰면 맘이 새로워.
거뜬히 총을 메고 나서는 아침
눈들어 눈을 들어 앞을 보면서,
물도 맑고 산도 고운 이 강산 위에
서광을 비추고자 행군이라네.
그래도 다행인 것은 10팀이 나온 중에 6등을 했다.
며칠 연습하고 잘했다고 칭찬을 들었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군가를 불렀지만 이 노래들밖에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소위 "건전군가"인지 "건전가요"인지 몇곡이 있었는데 나는 이런 식의 군가가 싫었다.
군가는 군가다워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런 군가는 훈련소에서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부른 기억이 없다.
당시에 "전석환"씨가 "건전가요"를 많이 만들어 보급하던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