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시인의 참회록과
김형식 시인의 광화문 솟대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1942.1.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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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즐거운 날에
윤동주 시인이 쓴 한 줄의 참회록을 보지 못함이 참으로 안타깝다.
만 24세의 윤동주 시인은,
비록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나라 잃은 슬픔과
그 암울한 시대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 참회하는 모습이..
그 어느 즐거운 날에,
하루하루를 별 볼일 없이 보내고 있는,
40대의 나를 부끄럽게 한다.
무슨 인생을 바라 살아왔던가.
나는 소망한다.
내일이나 모레나 어느 더 즐거운 날에,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가...
라고 말할 수 있기를...
윤동주 시인의 시에는
시대의 아픔이 잔뜩 묻어있으면서도,
뜻대로 되지않는 삶에 대한
나약한 인간의 고뇌도 사무치게 느껴지는 것 같아, 참으로 좋다...
<네이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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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솟대
인묵/김형식
세워 세워
너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
저 솟대 끝에
새 한마리 앉아 있는것 보이는가
볍씨주머니
솟대높이 달아매 놓은 것도 보이는가
새여
이땅의 기운을 하늘에 전하라
씨알이여
인류의 생명을 살찌게 하라
9천년
민족의 역사를 품어 안고
비상을 꿈꾸고 있는 솟대
세워 세워
너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
경거망동 하지 말라
대마도는 우리땅
독도는 대한민국의 땅
세워 세워
너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
경거망동 하지 말라
솟대가 서있은 곳은
모두 다 우리땅 대한민국의 땅
세워 세워
너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
광화문에 솟대를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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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솟대는 김형식 시인의 제3시집 표제시다. 이 시집을 접하고 필자는 염통에서 찬바람이 빠져나가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 민족사를 돌아보면
우리 민족은 931회나 타민족의 침략을 받았다. 그중에 200여 회의 무력충돌이 있었으며, 전국토가 전화에 휩싸였던 때도 20여 회나
된다. 시인들이여,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부끄럽다. 김형식 시인은 뚜렷한 민족시인이다. 자랑스럽다. 민족시인 윤동주 님의
시 <참회록>은 저항(抗)의 시다. 님이 거울이라는 시적 대상으로 민족사를 조명하는 성찰의 시를 썼다면 김형식의 시 <광화문 솟대는 자존의 시다. 우리 심장의 피를 뜨겁게 달구는 시다. 솟대라는 시적 대상으로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워 나가는 희망의 시를 쓴 것이다. 민족
의 시인 김형식은 마침내 우리들의 민족광장 광화문에 드높게 솟대를
우뚝 세워 주었다. 고맙다, 詩人이여. "천년 민족의 역사를 품어 안고 비상을 꿈꾸고 있는 솟대/ 세워 세워 너 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것. 그렇다. 일제에게 짓밟히고 빼앗기고 잃어버린 한민족사를 다시 찾자고 김형식은 우리들 가슴마다 광화문 솟대'를 세워 주었다. 그러면서 “세워 세워 너 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고 목청껏 외친다. 암 세워야지, 광화문 한복판에 우리 저마다 솟대를 우뚝우뚝 세워야지. - <문학평론가 홍윤기 교수의 작품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