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칼코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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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신으면 오른쪽이 좀 남는다 발이 언제부터 짝이 다른지 모른다 오른쪽 손등을 덮는 재킷은 어린 날 깁스를 자주 해서 그렇다 하고, 오른쪽 발등을 덮는 것은 꽈배기 다리 습관 때문에 골반이 틀어져서 그런 것이라고, 남편은 말한다 요즘 반대편 다리를 꼬고 앉으며 중심을 찾아보려고 몸부림치는데, 몸은 자꾸 이전의 방향을 기웃거린다 눈이 작은 왼쪽 눈커풀에 아이라인을 조금 더 두껍게 그리고 길이와 모양이 서로 다른 눈썹화장은 시간을 꽤 잡아먹는 편이다 오른쪽 턱을 괴는 좋잖은 버릇이 있어 얼굴 라인도 왼쪽으로 약간 쏠린 편이다 그나마 화장으로 커버할 수 있어 다행이나 가끔은 성형외과 문을 두드리고 싶을 때도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내 얼굴의 데칼코마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2
두 아들에게 한쪽 젖만 물려서 가슴도 짝이 다르다 언젠가 왼팔 수술을 하고 나서 어깨가 왼쪽으로 기울더니 가방이 자꾸만 흘러내린다 남의 눈에 잘 보이지 않아도 내 눈에는 선명하게 읽힌다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보다는 못해도 하찮은 버릇이 긴 시간 동안 만든 내 몸의 기울기는 10.5도 정도는 되잖을까 훨씬 못나고 부실하기 짝이 없지만 더 많이 부지런을 떨고 있는 내 몸의 오른쪽, 짝짝이가 된 사연도 핑계도 구구절절 많다 그래도 선산은 산목(散木)이 지킨다고 지금까지 제자리서 맡은 일보다 더 많은 몫을 감당하고 있는 내 오른쪽에게 박수를 보낸다
첫댓글 아마 어떤 누구도 그런 부분이 한 둘씩 있을 거에요.
가만히 서 있다가 첫걸음을 걸을 때, 우리는 학교에서 표현을 배운 세대임에도
왼발부터 나가야 하는데 자꾸만 오른발이 먼저 쏠리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뒤로 돌아가야 할 때 자기도 모르게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습관이 있는 것처럼
각자의 신체에 길들어진 그런 습관들이 있게 마련이지요.
시인님의 시를 읽으면서 처음에 ㅎㅎ 웃으며 시를 읽다가
나중에는 맞아맞아, 나도 그런 점이 있어...하면서 심각하게 읽게 되네요.
아, 이렇게 긴 글로 공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섬초롱님도 저와 같은어쩔수 없는 짝짝이 동지시네요. ㅎ 그래도 화이팅해보자구요!~
저도 옷을 입으면 왼쪽 소매가 더 긴 것처럼 느껴지지 뭐에요.
아무래도 제 왼쪽 팔이 오른쪽보다 더 짧은 것 같은데
사진을 찍어도 늘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 같더라구요.
이렇게 비뚤어진 몸을 이끌고 살아온
내 다른 몸에게도 박수를 보내야겠네요.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소화 시인님도 행복한 봄맞이 하세요.
파랑새님, 몸은 삐뚤어도 마음은 바로 세우는 짝짝이 동지님, 우리 오늘 하루도 잘 살아보자구요~ 공감의 멘트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