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무릉역 앞 중국의 면 요리를 전문하는 조그마한 식당에 갔다.
"燃儿面"은 "燃面"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주로 중국 쓰촨성 이빈지역의 대표적인 특색 면 요리로,
"燃"이라는 이름은 기름에 볶은 매콤하고 고소한 맛에서 유래했는데, 면이 불에 '타오르는' 듯한 강렬한 맛이 난다고 한다.
"绵阳米粉"은 쓰촨성 면양지역의 전통 쌀국수 요리로,
부드럽고 쫄깃한 쌀국수에 다양한 재료와 사골 육수를 기본으로 하고,
매콤하고 향긋한 고추기름, 마늘, 파, 고수 등이 첨가되어 깊은 맛과 풍미를 있는 면음식이다.
이번 여행에서 중국 음식은 변화하고는 것을 느꼈다.
전통의 강렬한 맛이 국제적인 흐름에 맞추어 점차 순화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까지 중국 여행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불편한 위생 상태와 낯선 환경 탓에 많은 여행자가 힘들어했던 기억이 많다.
그다음으로 여행 중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는 음식이었다.
강렬한 향과 자극적인 맛, 그리고 낯선 재료들은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많은 이들이 여행 전부터 음식에 대한 걱정을 하거나, 익숙한 음식을 찾아 헤매곤 했다.
그러나 이젠 화장실 환경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되었다.
주요 관광지와 도시에서는 깔끔하고 현대적인 화장실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심지어 작은 마을에서도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시설을 볼 수 있었다.
위생 상태나 접근성 면에서 더 이상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음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전에는 중국 음식 특유의 강렬함 때문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반면,
이젠 아무 식당이나 선택해도 크게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이 많았다.
물론, 사람마다 예민한 정도가 다르고, 여전히 이런 변화를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중국이 생활환경이 좋아지는 것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여행지로서의 호감도도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
더구나 이젠 무비자로 방문이 가능하다.
기차 시간이 넉넉히 남아 있어 무릉을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무릉의 거리와 풍경은 특별한 관광지를 둘러보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평범한 동네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기분을 들게 했다.
관광객으로서의 시선보다는, 마치 그곳에 사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마트를 오가고,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산책하는 느낌이랄까?
번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일상의 모습들이 오히려 편안함을 주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소박한 풍경, 골목길을 따라 이어진 작은 가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지역 사람들의 일상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이런 모습들은 여행 중 잠시 일상으로 돌아간 듯한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특별한 볼거리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그냥 그 동네의 공기를 마시고 사람들 속에 스며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시간이 된다.
마치 내 삶의 일부가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것 같은 여행 중에 가장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순간이었다.
거리 곳곳에서 많은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학교가 끝난 듯 가방을 메고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 부모의 손을 꼭 잡고 가게를 드나드는 어린아이들,
심지어 품에 안긴 젖먹이 유아들까지, 어디를 둘러보아도 어린이들의 웃음소리와 생동감이 가득했다.
동네 전체가 어린이들의 활기로 물든 듯, 이곳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의 한 조각 같았다.
마작방이 보여 슬그머니 들어가 보니 방 안에서는 사람들의 열띤 표정과 빠르게 움직이는 손놀림,
그리고 특유의 마작 소리가 어우러져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마작은 단순한 게임을 넘어, 친구나 가족, 이웃들이 모여 교류하고 시간을 보내는 중요한 매개체로 보였다.
벽에는 "당신에게 행운이 있으라."가 한자, 영문으로 쓰여 있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면서, 거리의 분위기는 부산해지고, 말린 고기를 다듬고 정리하는 손길이 바빠 보인다.
중국의 말린 고기는 중국 요리 문화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음식 재료 중 하나이다.
지역마다 다양한 스타일과 맛으로 말린 고기가 만들어지며, 주로 보존성과 독특한 풍미를 위해 사용된다.
저건 무슨 맛일까?
깨끗하고 현대화된 빵집들이 많아져서, 빵을 구매하는 경험 자체가 한층 더 즐거워졌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세련된 디스플레이, 다양한 빵들이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우리와는 다른 재료로 만들 빵도 있었는데, 특히 두리안을 재료로 한 빵은 맛도 독특하고 인상에 남았다.
무릉시는 무릉고원(武陵山) 산맥의 일부로, 이 지역은 숲과 산, 계곡이 어우러진 자연경관으로 유명하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적 배경도 가지고 있다.
특히, 무릉시는 고대 중국의 유교와 도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전통적인 건축물과 유적지들이 많다.
잠시 자투리 시간에 둘러본 무릉시의 한 부분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거리 곳곳에 평화로운 일상이 흐르고, 사람들은 편안한 얼굴로 여유가 있고,
조용한 거리엔 삶의 꿈틀거림이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 세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한편으로는 고요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살아 숨 쉬는 꿈들이 가득한 곳.
새로운 생동감을 충만시키고 다시 무릉역으로 돌아왔다.
다시 짐검사, 여권검사, 얼굴 검사. 그 일련의 절차는 변함없이 반복.
검색대에 근무하는 경찰들이 거의 여경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사실, 모든 검색대가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 변화가 확실히 느껴졌다.
험악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순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듯.
이런거 말고 입,출입 번거로움을 줄여주면 안되겠냐.
무릉역 내에 설치된 충전 스테이션. 위에 돼지코와 플러그를 형상화한 귀여운 그림이 눈에 띄고,
아래에는 다양한 타입의 콘센트와 USB 포트가 설치되어 있다.
어둠이 내린 무릉역에서 다시 충칭으로
기차에 몸을 실은 채 창밖으로 펼쳐진 어둠을 바라본다.
바깥세상은 온통 검은 그림자로 가득하지만, 기차의 움직임은 내 몸으로 고스란히 느껴진다.
기차가 달릴 때마다 리드미컬한 진동이 내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며, 이번 여행의 순간들을 차분히 되돌아보게 한다.
천생삼교와 무릉시내, 두 곳을 지나쳐 왔을 뿐인데 오늘 하루는 마치 긴 시간을 보낸 듯하다.
짧은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풍경을 마주했고, 얼마나 깊은 생각에 잠겼던가.
바쁜 발걸음과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이곳에서 느꼈던 모든 감정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이제 이번 여행도 실질적으로 하루를 남겨두었다.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감정 속에서, 지나온 날들을 곱씹어 본다.
기차는 계속 어둠 속을 가르고 앞으로 나아가고, 나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번 여행이 내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또 나는 이 여정을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
어둠 속에 흐르는 시간처럼 여행도 그렇게 흘러가겠지만,
그 안에서 내가 보고 느꼈던 모든 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마실정회동
첫댓글 번잡하지 않게 어슬렁 거렸던.....
우리네 일상을 보는듯한 무릉시의 정경이 편안합니다.
우리의 평안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