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우 여러분,
산행후 맞는 4째 주 월요일, 사무실 출근 후 나의 첫째 과업은 산행기 집필자의 기억도 도울겸 사진을 정리해서 우선 산행 참여자에게 사진을 보내는 일이다. 그 동안 수도 없이 해온 작업인데...., 으악! 이 번에 사진이 날라가 버렸다.
사연인 즉, 내가 컴퓨터를 최근 바꿨고 새 컴퓨터에서는 처음 '사진작업'을 했는데 사진이 바탕에 뜨는 방식이 좀 다르긴 했어. 그래도 어떻게 해서 사진을 전송했고, 여지껏 해온대로 카메라에 있는 사진도 지우고 홀가분히 보낸 사진을 다시 음미하려고 바탕화면의 해당 아이콘을 클맄했는데, 사진이 도통 뜨지 않더란 말이시. 이상하다.... . ?????? 뭔가 수상쩍은 기분이 들어 종원회장과 승기편집인에게 사진을 열어봐 달라고 급히 전통했는데, 얼마후 돌아온 답은 두 사람 다 사진이 꺼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나! 카메라의 原畵는 이미 지워 버렸는데.... .
'박사'에서 '찍사'로 강등 당하는 것이야 벌어진 사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고, 나보고 이젠 사진기 잡지 말라는 얘기가 나와도 유구무언일 터이니 '짹死'올시다. 매 shot마다 박히지 않으려고 몸부림 치는 인사들을 압박과 회유해가며 '사진 나오면 내게 고마워 할껄?' 하고 얼르며 포즈를 잡게 했는데... . 특히 오랜만에 출현해서 기대에 차 있을 대용일 어케 보나. 귀찮다고 사진 박히기에 덜 협조하는 그를 독사진까지 찍어주며 꼬셨는데. 대용아, 4월에 꼭 다시 나와라, 독사진 여러 장 박아주마.
오랜 동안 칼라비젼에 길들여진 입맛인데 흑백 산행기가 웬말이냐, 흑백TV도 아니고 다시 라디오시대로의 빠꾸가 웬 말이냐!
미안합니다.
편집인이 사진의 기억을 떠올리라고 하시니(덕분에 이번엔 편집인의 작업이 매우 수월했을 것이니 승기는 내게 고마와 해라) 내 기억에 정리된 사진을 배열하면 ;
- 09:08 : 경복궁역 1번 출구 앞에서 출발 전 단체
- 社稷檀과 사직단을 왼쪽으로 보며 접어든 길,
- 국궁장 黃鶴亭
- 인왕산으로 본격 접어드는 계단에서
- 약수터
- 산길을 올라 능선의 넓적 바위에서
- 잘 정비된 산성길과, 정상의 바위위에서
- 표지석(?)을 찍었고,
- 성열이가 준비해 온 사과/육포/위스키 발렌타인, 그리고 용국의 캔디를 차려놓고, 찰카닥
- 하산, 소나무 길을 내려가는 일행을 찍었고,
- 안개가 걷혀 도심을 조망하는 우리 산우의 감개어린 모습들,
- 성벽의 이끼낀 石築의 문양을 찍었고
- Y의 방뇨 장면도 찰칵,
- 그리고, 버스타고 세종문회회관 에서 하차 후, 광화문 세종대왕 座像을 배경으로,
- 5호선 광화문驛 화장실에서 혼례식장 가기전의 '목욕재계'
- 그리고, 결혼식장에서, 혼주및 69賀客들
사진을 날려버린 죄는 죄고 ;
1. 本 산행기에 잠깐 언급이 있듯, 그날 낮에 해관의 두째가 장가를 간다는데 그래서 '집행부'의 고민이 만만치 않을 때 성열이가 도심의 인왕산 산행을 제안했다. 옳다구나, 기막힌 생각이다. 더구나, 그 산은 가까이 있으나 나 자신도 여지껏 한번도 올라보지 못한 산이다. 두어 시간 하고 내려오면 혼사시간 대는데도 문제없고, 안성맞춤. 단, 복장이 문제인데, 혼주는 이미 '간편복장'을 양해해주기로 했다.
성열은 산행안내를 자처했고, '산상간식 없음'의 공지로 전원 달랑 물 한병 휴대가 고작이었는데, 그는 과일과 육포와 산정酒 위스키까지 준비해 왔다. 게다가, 회장의 산행기 집필자로 지목받곤 군소리 없이 이를 수락했으니 公의 功은 대단히 크오. 그러니, 사진을 날려버린 이 몸의 죄가 그만큼 더 커지니, 내, 그 위스키 맛은 오래 잊지 않겠소이다.
2. 출발 전 경복궁역 1번 출구앞에서의 객담 : 대용이가 아침잠이 많다고 해서 이어진 얘기. 엄元師 왈, "음양의 이치에 따라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특히 우리 나이에 필요하다" . H가 근자 읽은 책에서 인용하는데, '일본의 어느 재산가는 아흔이 넘어서도 남녀상열지사를 거뜬히 유지한다는데 그의 비법은 음기를 흡입하는 것이라고. 어떻게? 자택 지하에 큰 목욕탕을 만들어 놓고 매일 아침 20명의 젊은 처자를 벌거 벗겨 탕속에 있게 한다음 여자들은 내보내고 그 탕에 들어가 목까지 몸을 담그고 물에 녹은 음기를 흡입한다'고. 종원이가 이어 받아, 일본엔 여탕 남탕을 오전 오후에 서로 바꾼다고(그걸 모르고 남탕이거니 하고 벗고 들어섰다가 혼비백산했다나?). 아하!
3. 하산 길, 종원이가 어느 산객의 모자를 보고 談하길, 중국에서 새마을 운동을 배우려고 여럿이 왔는데 우리나라 관계자가 쓴 모자 빛갈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새마을운동 모자는 녹색 아닌가베. 얘긴즉, 중국에서 녹색모자를 쓴다는 것은 '내 마누라 바람났다'라고 공표하는 것이라는데, 故事에, 한 바람난 마누라가 지 남편이 출타해서 오래 걸릴량이면 녹색모자를 씌워 내보냈다는군. 그러면, 情夫가 이를 보고 맘 놓고 들어와 실컷 분탕질을 했다지? 우리 회장님 (이 분야에) 모르시는게 없어.
4월, 16년차로 들어서는 산행입니다. 꽃피는 4월에 봅시다. 내 사진기 또 가지고 갈끼요.
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