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4.25(월) 이외수씨가 별세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많은 시인과 소설가들이 돌아가셨는데, 그때는 그저 "어. 그래?"하며 무심하게 넘어가던 것이 이번만은 그리 빨리 지나가지지 않는다.
굳이 내가 춘천 출신이라는것 때문일까?하고 생각해 본다.
아니다.
그를 생각하면 지독히 암울했던 내 청춘이 떠오르기 때문일꺼다.
난 10대의 중반서부터 춘천에서 살았다.
정선이라는 두메산골에서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마치고, 엄마를 따라 조그만 보따리 하나씩을 들고 5남매(언니는 한일합섬에 있었음)가 밤열차를 타고, 춘천에 내린 것은 깜깜한 밤이었다.
낯선 곳에 내렸고, 외삼촌을 따라 외가에 며칠 묵었으며, 살 곳을 찾아 엄마와 다녔다.(내 기억은 그런대 엄마 혼자 다니신 것도 같음)
암튼 그렇게 시작된 춘천 생활...
곧 엄마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새벽에 나가시면 밤 12시가 되어서 들어오셨고, 난 전적으로 집안 살림에 동생들 4명을 보살피느라 눈코뜰새없이 바빠서 중학교에 가지도 못했다.
한 2년쯤 지내다보니 막내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나는 돈을 벌겠다고 식당 서빙도 하고, 공장(잠깐동안이지만)도 가보고, 학교 사환(이것도 잠깐 함)을 하는등 이것저것을 해 보았다.
그때 난 너무 절망적이었고, 늘 내 머릿속에서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그때 만난 분이 이외수씨였다.(엄밀히 말하면 그의 소설이었다.)
난 그의 감성적이고, 센치한 글에 매료되었고, 그 이후 닥치는대로 그의 글을 무조건 구해서 읽었다.
그때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은 오직 그의 글뿐이었다.
읽다보니 그를 만나고 싶어졌고, 다른 소녀들처럼 그를 그리워했고, 그의 집앞에서 먼 발치나마 그를 보기위해 밤을 새워 기다리기도 했다.
그렇게 10대가 지나고, 20대초반까지 대학(강원대)을 다니며 그의 신작을 구해 읽었고, 춘천에 있는 명동의 서점에 가끔 부인과 나타나는 이외수씨를 만나 얘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그의 죽음이라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 37~8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내가 마치 10대~20대 초반으로 돌아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가슴이 저리다.
그의 죽음으로 인한 것인지, 나의 암울했던 청춘이 떠올라서인지 잘 모르겠다.
아니 그와 함께 내 가슴에 살아있던 추억이 역사의 뒤안길로 멀어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화창한 4월의 어느 봄날.
난 그를 그리워하며 글을 쓴다.
저 세상에서는 평안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