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의 일과는 여느때와 비슷하게 돌아간다.
금암동 큰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정오경에 고창 처가로 넘어가 1박을 하는 것으로~
장모님께 새배를 드리고 잠시 쉬었다가 강아지 복실을 데리고 운동을 나서는데 막내처남의 4살짜리 딸내미가 따라온다.
애를 데리곤 제대로 달릴수도 없고 멀리 갈수도 없기 때문에 동내 일부와 논길 수로를 한바퀴 도는 것으로 맛뵈기 (떼쓰지 않게)
아영이를 집에 데려다 놓은 뒤엔 도망치듯 서둘러 농로길로~ 복실아 달려!
늘마다 한바퀴씩 돌아오던 앞산의 이름이 수산이라는데 이번에도 여기로 행선지를 잡는다.
이제까지는 신림저수지 쪽에서 농장을 거쳐 시작되는 능선길을 이용했는데, 처가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축사를 통해서도 능선길에 오를수 있을 것 같길래 길을 찾아보기로 한다.
축사에 이르니 개들이 짖어대는데 묵여있는 놈들이야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검정색 한마리는 목줄도 없이 막 돌아다니고 있다.
막대기를 하나 주워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며 길을 계속 올라가는데 요녀석이 복실이와 금방 친해지며 우호적인 입장으로 우리를 따라온다.
능선길은 어렵지 않게 찾았고 산의 정상(235m)까지 결코 만만치 않은 오르막길을 뛰어 오르는 동안에도 꾸준히 따라온다.
결국엔 왕림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도 도산제를 거쳐 708번 지방도에 내려설 때까지 녀석은 함께 한다.
요녀석이 정신이 딴데 팔려서 여기까지 따라왔지만 집으로 돌아가려면 2차선 지방도를 따라 2Km가량 가야되는데 찻길은 전혀 다녀본적이 없는지라 낭패네...
이미 해가 넘어가고 있는 판인데 다시 산으로 돌아가 정상부를 지나서 녀석의 집인 축사까지 데려다 주는건 엄두도 나질 않고 ... 그것참!
몇차례의 실랑이 끝에 도로를 포기하고 그냥 농로로 건너가 처가까지 고부천을 따라 달려 달려~
몸무게가 7~10Kg쯤 되어 보이는 중간크기의 검정색 진돗개인데 몸이 워낙 좋고 산자락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며 자란 녀석이지라 달리기 하나는 끝내주게 잘한다.
양쪽으로 검둥이와 복실이가 쌍두마차를 끌 듯 함께 달리니 속도가 팍팍 치솟아 이윽고 4분 안쪽까지 이르렀다고 느껴진다.
그러다가 사고가 발생하는데...
상대적으로 힘이 달리는 복실이 녀석이 대열에서 속도에 밀리며 내 오른발에 걸리더니 엇박자로 비틀거리는 상태에서 다시 한번 발에 걸리며 주인을 시멘트 노면에 나뒹굴게 만든다.
왼쪽 무릎이 심하게 까지고 손바닥엔 살짝 충격을 받았는데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기 때문에 잠시 고통을 참다가 다시 달리기 시작.
1시간20여분 만에 처가에 도착.
해찬을 데리고 검정개 데려다주기 작전을 시작해 708번 지방도를 건너 녀석의 집앞까지, 휴~힘들다!
개 한마리 데려다주느라 난리를 치고 힘들었지만 보람은 있었다.
하지만 정초부터 또다시 자빠링을 해서 부상을 입었으니...최근 몇개월 사이에 평생동안 넘어질 것을 다 몰아서 당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