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무 그늘에서
성용환
껍질 벗기는 손끝이 떨린다.
천천히 속살이 드러난다
얼마나 참고 참았던가.
고운 살결 탐스런 구릿빛
전해지는 짜릿한 감촉
저절로 탄성이 터진다.
목젖이 꿈틀거린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움켜진 양손에 힘을 주며
덥석 한 입 베어 문다.
입가에 흘러내리는 꿀물
가벼워진 배나무 춤을 출 때
빨간 고추잠자리
파란 가을 하늘에 숨는다.
[시작 메모]
4년간 자식처럼 키운 배나무에서 첫 수확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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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성용환
유모차가 언덕길을 오른다.
가뿐 숨소리 따라 굽은 등 흔들거리고
희망이요. 꿈이요. 삶의 전부라며
온 동네 휘젓고 다니며 침 튀기던
그 찬란한 무지개는 어디로 가고
허접한 빈 박스 몇 장이
오뉴월 땡볕에 새우처럼 빨갛게 익는다.
굽 신 거리며 살아온 수많은 세월 속에
굳어 화석이 되어버린 허리는
이제는 펴고 싶어도 펼 수가 없다.
밀고 당기며 힘들게 올라선
언덕길 쓰레기 더미 속에서
소주병 하나 찾아들고
무슨 보물인양 좋아하는
할머니의 하얀 틀니가 서럽다.
.......................
잠든 당신 바라보며
성용환
드러렁 드러렁
탱크 지나가는 소리가 납니다.
지쳐 쓰러지듯 잠든
가여운 영혼 하나
꿈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고함 소리 들립니다.
몸부림치며 혼자 웁니다.
끙끙 앓는 소리. 웃음소리
밤은 깊어만 가는데
꿈속에서도 쉬지 못합니다.
나의 반쪽 자는 모습
차마 바로 보지 못해 옆 눈질합니다.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지나온 세월만큼 주름진 눈가에
진액 같은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후세에서 도 당신만을 사랑 하겠다 는
유행가 가사가 생각납니다.
나는 그런 노래 부를 수 없습니다.
사랑 한다 는 말도 할 수 없습니다.
바보처럼 그냥 그렇게 바라 볼 뿐입니다.
필자 약력
대구 광역시 달성군 출생
효성 간병인 협회 이사장
한정초등학교 총동창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대구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학인 협회 운영위원
누리문학 영남 지부장
아띠문학 초빙 작가
좋은문학 시부문 신인상 수상
한국문학상 수상
카페 게시글
詩文人 성용환
아띠 문학 원고
竹岩/성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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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
09.10.08 22:5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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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죽암 선생님! 이메일로 원고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