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거미줄에 얽힌 분리수거

[청한]

어느 아파트경비원의 애로 (거미줄에 얽힌 분리수거)
知音남성대

오늘은 분리수거하는 날
집집마다
온갖 잡동사니 들고 나와
어지럽게 뒤섞여 놓고 간
뒷자리
종류별로 정리하며 비지땀을 흘린다

휴식시간도 잊은 채,
동분서주 하다가
잠시
초소에 들러
더운바람 내뿜는
선풍기 앞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바로 그 때
초소문을 두드리며
''아저씨!
거미줄이 안보여요?''하는
냉랭한 음성에 오싹 한기를 느낀다
겉으로는
후덕하게 보이는 대감댁마님 같은
동대표회장님의
냉담한 그 말 한마디에
아연실색
나는 그만, 대꾸하지 않을 수 없었다네

''아니, 거미줄만 바라보고 있나요?
분리수거하느라 정신없는 마당에......''
''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네요.''
이 말 한마디면
''금상첨화'' 더 할 나위 없으련만......

아파트 현관 앞 모서리에
외 줄 한가닥 설치해 놓고
그네를 타고 있는 거미 한 마리

다혈질로 인해
거미줄에 매달린 거미처럼
언제나 위태로운
현실 앞에서
마음은
벌써
흔들흔들
외 줄을 타며
미지의 허공을 향해
또다시 여행을 떠나려하네

''거미줄만 보이고
사람은 보이지 않나요?''
못내 하지 못한 이 말은 가슴속에 안고 가려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