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나라 이야기
(지나국경 之裸國經)
개작 김기리
옛날 옛적 갓 날 갓 적 형제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이 형제는 나라궁궐에서 주는 각각의 돈으로 열심히 공부하며 모범된, 훌륭한 생활을 하며 일도 잘 하며 즐겁게 살고 있었다. 이때에 왕은 이 둘을 불러 많은 재물을 따로따로 주면서, 남쪽 끝에 있는 아주 작은 나체나라로 가서, 그 곳의 풍습과 법과 민심을 알아보고 장사도 해 보라고 하셨다. 왕의 부탁을 받은 형제는 곧 떠날 준비를 하였고, 떠나기 전에 동생이 형에게 조심스럽게 말 하였다. “형님, 대체로 복을 많이 받으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 되고 부지런해야 된다고 합니다. 저 나체의 나라에는 부처님도 안 계시고 법도 없고 수행하는 사문들도 없으니, 이를테면 보통사람들이 살수 없는 땅이랍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가서 허리를 구부리고 깍듯이 우러르고 겸손해 하면서 그들의 뜻을 따르자면 어찌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 곳의 풍습을 따라서 해야 되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말은 공손히 하면서 어리석은 체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생의 말을 듣고 있던 형이 얼른 대답을 하였다. “예절은 생략할 수 없고 덕은 물리칠 수 없거늘 어찌 벌거숭이 벗은 몸으로 나의 품위를 망가뜨려버리겠느냐?” 또 동생이 답을 하였다. “옛 성인의 가르침은 몸은 망가져도 마음은 똑바로 가져야 죽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속마음은 금이 되고 겉으로는 구리가 되어서 우리의 품위를 지키며 그곳의 풍속을 따르자면, 처음은 속이는 것이 되지만 뒤에는 감탄할 것이니, 이것은 아주 좋은 큰 생각 즉 방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서로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드디어 나체나라 국경에 도착하였습니다. 형이 다시 동생에게 말하기를
“네가 먼저 들어가서 그곳 형편을 살펴보고 심부름꾼을 보내어 상황을 알려다오.” 형의 말에 동생은 바로 응낙하고. 나체나라로 들어갔습니다. 한 열흘이나 되었을까요? 그때, 심부름꾼이 찾아와 형에게 자세하게 보고를 하였습니다.
보고를 마친 심부름꾼은 형에게 강한 말투로 당부까지 하더랍니다. “꼭 법과풍속을 따라야 합니다.” 이 말에 형은 화가 치밀어 발끈하며 “사람의 도리를 놓고 짐승의 행동을 따르는 짓을 어찌 군자라 하겠느냐? 동생은 그렇게 하더라도 나는 아니한다, 아니 못한다.” 라고 하면서 심부름꾼을 그 자리에서 돌려보내버렸습니다.
심부름꾼의 보고내용
이 곳에서는 어른아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매달 그믐과 보름날 밤을 항상 즐기는데, 검정말에서 짜낸 말의기름을 머리에 흠뻑 바르고, 새하얀 흙으로는 온몸에 그림을 그리고, 여러 가지 뼈로는 목거리영락을 만들어 목과 어깨와 팔과 두 다리에 주렁주렁 걸고는, 돌멩이 두 개로는 서로 딱딱 치면서, 사내와 계집이 손을 맞잡고 흥청거리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며 노는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동생의 말도 하였다. 동생이 열심히 풍습과 법을 따라서 하니 나체나라 모든 사람은 기뻐하며 좋아하였다. 임금님은 동생을 불러 칭찬하며 사랑하는 마음이 솟아나서 동생이 가지고온 물건을 모두 사고 값을 열배나 더 주었고. 또한 백성들도 동생을 존경하며 귀한손님으로 대접한다고 하며 신이 나서 큰 목청으로 이야기했다.
한편 형은 기다리다 못해 할 수없이 손수 수레를 타고 나체나라로 들어와 엄격한 태도로 법도를 가르치려 하고 이곳의 풍속을 비판하니 민심은 술렁술렁 떠나버리고 미움을 받게 되었다. 이 사실을 들은 나체나라임금님은 분노하고 백성들은 화가 치밀어 거만하게 형의 재물을 모두 빼앗고 심한매질을 하였다. 이것을 본 동생이 사정사정하니 백성들은 동생을 보고 형을 놓아주었다. 형이 풀려나자 동생은 얼른 형과 함께 본국으로 돌아오는데, 동생을 전송하는 백성들은 서운하다며 길을 가득 메웠고, 형에게는 빨리 가버리라며 큰 소리로 욕하는 백성들의 소리가 귀를 시끄럽게 하였다. 그때, 형이 부끄럽기도 하고 노엽기도 하여 말하기를 “저것들이 너와는 어찌하여 그렇게 친하게 대하고 나는 어찌하여 원수같이 대하며 너는 도와주는데 내게서는 모두 빼앗아가 버리니 아마도 네가 나를 모략한 것 아니냐?” 하면서 동생을 굵은 띠로 결박하고 계속 말하였다. “이 뒤로는 세상 다하도록 혹독하게 너를 절대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동생이 슬퍼서 눈물을 흘리며 형에게 맹세하였다. “형님, 저로 하여금 세상에서 부처님을 만나고, 법을 배우고, 수행자사문을 받들며, 사랑하고, 서로 나누며, 참고 견디며, 지혜롭게 널리 펴서 빛나고 부드럽게 모든 사람을 구제하며, 형님을 내 몸과 같이 받들겠습니다. 저는 이 맹세를 절대로 어기지 않겠나이다.”이런 뒤로는 형이 동생을 억눌러도 동생은 항상 형을 받들어 모셨다. 이야기를 마친 부처님은 모든 비구들에게 “그때의 동생은 나였고, 형은 조달이었다고 하셨다.”
생각 넓히기ㅡ참고, 나누고, 사랑하고, 남을 먼저 위한 희생은 행복이 가득한 언덕에 이르며 항상 행복이 찾아온다.
김기리
1937년 전남 구례군 광의면 출생
주소 : 광주광역시 남구 노대동 남양휴튼 105동 202호
메일 : kkr6168@hanmail.net
등단
2003년 아동문예 동시
2004년 불교문예 시 당선
상
제12회 광주전남 아동문학인상 수상
제34회 한국불교아동문학상 수상
시집 - 내안의 바람, 오래된 우물, 나무사원
동시집- 보름달 된 주머니, 웃음보 터진 구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