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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발언 또한 문제적이다. 권리 담론을 단순 효율의 문제로 접근하는 사고, 즉 다수의 편익을 위해서는 소수의 권리가 침해되어도 괜찮다는 논리가 바탕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을 섭취할 권리,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노동할 권리, 차별받지 않는 공동체에 속할 권리는 효율에 앞선다. 또한 차별과 혐오가 없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특정 몇 명이 아닌 구성원 모두를 위한 일이다.
학내 차별과 혐오를 방치하는 것은 학생 대표의 책무 유기다.
선본의 인권과 차별에 대한 해석 역시 편협했으며 이는 적극적으로 소수자를 배제하는 정책적 흐름으로 이어졌다. 학내에 어떠한 소수자들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소수자는 어떤 집단에도 속해 있지 않은 학생 개개인’이라는 답변이, 인권 침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법률과 학칙에 의해 정의되는 범죄에 대해서 학내 징계위/경찰 고발조치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사회적 소수자는 그저 학생 개개인이라는 말로 뭉뚱그릴 수 없는, 구조적인 차별의 피해자이다. 또한 차별을 ‘법률이 정한 범죄 행위’에만 국한시키는 것은 학내 구성원의 권리 보호와 차별 예방에 대한 총학생회의 책임을 외면하는 행위이다. 학내에서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보호와 권리 증진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보호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면 학내에 있는 인권센터에 피해 신고를 해야 한다’고 답변하였으며, 서면 질문에는 학생들의 활동을 일일이 감시해서는 안 되니 예방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식의 상식 이하의 답변을 내놓았다. 학내 차별과 혐오를 방치하고 인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학생회가 아닌 별개의 기관에 신고하라는 것은 학생들의 권익을 지켜야 할 학생 대표의 책무를 유기하는 것이다. ‘복지’에 집중하겠다는 선본의 기조에 따르면 학생회는 더더욱 이화인 속의 소수자를 고려해야 한다.
학생회가 학생들을 보호하기를, 함께 목소리 내기를 바라며.
자단위는 1997년, 학우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총학생회와 분권하며 탄생했다. 이는 학내 권리 활동이 총학생회의 필요와 연관이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체는 단순히 개개인 의견의 합이 아닌 그 이상을 위해 존재해야 하기에, 총학과 자단위는 ‘공동체’로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잊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학생 자치는 다수결로 사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학내 구성원과 함께하는 방식, 학내외 소수자와 약자를 포용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아가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제55대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 New:ha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소수자를 배제하고 다수의 논리만을 답습했다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
앞으로 이화에서 수많은 선거가 이뤄질 것이고 수많은 선본이 출마할 것이다. 학생들은 학생대표에게 그저 보편적인 복지만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연대하는 사람으로서, 소수자 당사자로서 적극적으로 이화라는 공동체의 변화를 원한다. 학생 대표자가 될 모두에게 고한다. 우리는 ‘다수’의 이화인을 위한 학생회가 아닌, ‘모든 이화인’의 권익, 즉 ‘우리’의 권리와 연대를 말하는 학생회를 원한다.
2022. 12. 02.
이화여대 자치단위 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