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달샘은 간디캠프를 맡기 전에는 교육기관에서 위기청소년을 케어하는 일을 했습니다.
오랜동안 그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상담하는 일을 했다보니 눈빛만 봐도 심리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우울증을 앓거나 발달이 조금 늦은 아이들은 당장 보기엔 많이 힘들어보이지만 감당할 수 있는 자연스런 성장과정을 지나고 있는 것일 수 있는 반면,
겉으로는 밝고 명랑해 보이지만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막막해하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문득 제가 중학교를 다닐 때 생각이 납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는 전교 1등부터 20등까지와 꼴찌에서 1등부터 20까지는 방과 후 학교에 남아야 했습니다.
등수별로 짝을 지어 전교 1등인 아이가 전교 꼴찌인 아이의 부족한 학업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나머지공부를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맡았던 친구는 도무지 영어와 수학에 흥미가 전혀 없던 친구였습니다.
답답한 나머지 저는 그 친구에게 "너 도대체 커서 뭐가 될려고 그러냐?"고 묻자 그는 자동차를 고치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그의 해박한 자동차 지식에 오히려 제가 빠져들었고, 되려 제가 그에게 자동차에 대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실업계 고등학교 자동차과를 진학한 그는 졸업하자마자 정비공장에 취직을 하였고, 지금은 고향에서 제법 큰 정비공장에 사장이 되었습니다.
집안 형편도 넉넉치 않았던 그가 어떻게 자동차공장에 사장이 될 수 있는지를 물었더니, 말단 종업원 시절부터 늘 남들보다 10분 먼저 나와 일 할 준비를 하고, 모든 정리를 마치고 남들보다 10분 늦게 퇴근했다는 겁니다.
쉬는 날에도 정비소에 나와 자동차를 뜯고 조립하며 일이 아니라 취미로 실력을 키워나갔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했고, 잇속을 챙기기보단 고객에게 신뢰를 쌓는 것을 중요시했습니다.
결국 그를 신뢰하던 정비소사장님이 은퇴하시면서, 그에게 공장을 맡겼다고 합니다.
"공부를 저렇게나 못해서야 커서 제 밥벌이는 할 수 있을까?" 걱정됐던 그는 지금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나 저에 비할 수 없이 성공하였고, 무엇보다 제 일과 삶에 만족하며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저는 고향에 들르면 늘 이 친구를 찾습니다.
벌써 삼십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선생님" 오셨다고 반기며, 네가 아니였으면 자동차정비자격증을 따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마워합니다.
"이거 하면 안정적이다. 이게 전망 좋다"가 아니라 "그거 하면 좋아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는 것"을 찾아서 직업과 연결시키는 것이 진짜 행복한 진로교육임을 이 친구의 사례를 통해 배웠습니다.
이 친구 뿐 아니라 여러 사례를 연구하면서 오직 공부를 잘해야만 꿈을 이루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잘해야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 무한 경쟁사회인 대한민국에서 내 아이가 도태될까 걱정하시고, 나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신다는 걸..
그러나 공부에 대한 치열한 경쟁에 무기력과 좌절을 경험하고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은 아이는 제가 원하는 목표지점에 도달한다 해도 건강한 정신을 가질 수 없습니다.
당장은 학업성과가 낮아지더라도 아이가 지쳐하는 공부는 잠시 줄여주시고
루틴을 지키고 살 수 있도록 성실함을 가르쳐주십시요,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인성을 키워주십시요.
그 것이 내 아이가 행복하게 이 세상을 살게 하는 방법입니다.
유독 이번 캠프 학업에 대한 고민과 압박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았기에 조심스럽게 한 말씀 드려보았습니다.
매년 5월에 열리던 소나기캠프였는데 일정이 밀려 6월에 진행하였답니다.
죄송스럽게도 다음 캠프는 바로 다음달인 7월 여름정규캠프입니다.
최선을 다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캠프로 꾸며보겠습니다.
늘 저희를 믿고 아이들을 보내주시는 부모님들이 계셔 캠프를 지속 할 수 있음을 알기에 감사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첫댓글 선생님의 마지막 후기에서 아이들을 생각하는 깊은 마음이 오롯이 느껴집니다. 그거하면 좋아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는.. 그것을 아이가 찾아갈수 있기를 기대하며 부모로서 그 길을 아이가 잘 찾을수 있도록 같이해 보겠습니다. 여름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중학교 시절은 아이에게 무엇을 채우는 시기가 아니라, 아이의 그릇을 다듬고 키우는 시기라는 생각에 간디학교를 찾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진심이신 선생님들을 만나며 더욱 안심이 됩니다. 여름에도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