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발랄한 자동차. 자동차에 발랄하다는 수식이 어울릴까? 그나마 경차를 수식할 때 쓴다. 그러니까 칭찬보다는 에둘러 수습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 진짜 발랄하더라도 주행 성질 정도다. 안팎으로 발랄하기에 자동차가 짊어져야 할 대중성이 무겁다. 특정 취향을 좇으면 다른 쪽에선 외면하니까. 두루두루 호의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게 정석이다. 발랄한 차는 그 기준을 벗어난다. 무모하면서도 용기 있다. 분명한 건 이런 차가 도로 빛깔을 바꾼다. 발랄하게.
시트로엥 C4 칵투스(이하 칵투스)를 처음 봤을 때 눈을 의심했다. 발상이 발랄했다. 에어범프(Airbump)라니. 아이가 그려놓은 자동차 그림 같았다. 아이는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원하는 걸 그려넣지 않나. 기존 통념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차 흠집 방지용 보호대를 범퍼와 차체에, 그냥 붙였다. 외관에 이런 걸 붙이면 왜 안 돼? 하듯이.
처음엔 콘셉트카로 나왔다. 보면서도 그냥 재미있는 콘셉트구나, 하며 넘겼다. 이렇게 나올 일 없으니까. 그래도 일상생활에 겪는 문제를 반영한 점이 신선했다. 알고 보니 양산을 염두에 둔 콘셉트카였다. 양산 모델 역시 콘셉트카처럼 에어범프를 뽐냈다. 만화 캐릭터처럼 직선만 찍, 그은 주간주행등 형태도 그대로 살렸다. 시트로엥 디자인팀이 달리 보였다. 아니, 그걸 수용한 경영진이 달리 보였다. 프랑스의 예술적 감수성이 폭발한 걸까.
원래 칵투스는 유럽에서 내수용으로 개발한 차다. 외국에서만 볼 줄 알았는데 출시했다. 발랄한 발상을 실물로 접할 수 있다니. 에어범프는 실용성을 떠나 장식 요소로도 손색없었다. 매끄럽게 잘 깎은 둥근 차체 형태와 맞물려 미래적 느낌도 풍겼다. 기존에 통용되던 차의 개념에 가볍게 잽을 서너 방 적중시켰다. 어리둥절한 채로 바라보게 했다.
외관만 발랄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칵투스는 안팎으로 발랄함이라는 콘셉트를 적용했다. 패밀리카라는 장르를 발랄한 발상으로 하나씩 채워나간 셈이다. 우선 수납공간이 눈에 띈다. 동승석 앞 대시보드엔 위로 열리는 글로브박스를 만들었다. 글로브박스는 보통 밑으로 열린다. 용량도 그리 넓지 않다. 동승석 에어백 자리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칵투스 글로브박스는 큰 상자 수준이다. 위로 열리니 넣기도 빼기도 쉽다.
발랄한 발상은 신선한 기술로 구현했다. 위로 열리는, 용량 큰 글로브박스는 ‘루프 에어백’ 덕분에 존재할 수 있었다. 지붕에서 길게 에어백이 내려온다. 역시 발상을 전환한 셈이다. 에어백이 위에서 내려오면 왜 안 돼? 하면서. 덕분에 넉넉한 실내 수납공간을 챙겼다. 또한 덮개를 대시보드와 평평하게 만들었다. 보기에도 깔끔하고, 물건 올려놓기에도 좋다. 협탁처럼.
좌석 또한 소파시트라고 명명한 새로운 형태를 넣었다. 거실 소파에 앉은 것처럼 편안하다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대신 그런 형태인 건 맞다. 소파처럼 평평해 아늑한 느낌을 준다. 협탁처럼 유용한 글로브박스를 만들었으니 그에 어울리는 소파시트를 붙였달까. 구성은 같지만, 그 형태가 자아내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쓸모 있으면서 편안하다.
보다 보면 실내 역시 아이가 그린 그림이 연상된다. 편한 소파를 가져다놓으면 안 돼? 소파 앞 협탁처럼 대시보드가 가구 형태면 안 돼? 도어레버를 가죽 끈으로 만들면 안 돼? 이런 발상을 하나씩 자동차 실내에 그려냈다. 하나씩 바꿔나가자 독특한 패밀리카 형태가 완성됐다. 패밀리카의 덕목인 실용성을 살리면서, 단점인 지루함을 날려버렸다.
이런 반론도 있다. 굳이 소파 형태로 좌석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대시보드 수납공간을 굳이 여행 가방 형태로 만들어야 해? 차에 덕지덕지 붙은 에어범프가 흉물스럽지 않아? 오래 되면 변색돼 보기 더 안 좋을 텐데? 물론 자동차는 오래 쓸 물건이기에 무난한 게 좋다. 안다. 하지만 오래 써봤자 얼마나 오래 쓴다고?
독특하면 호불호가 분명하다. 그게 꼭 나쁠까? 그만큼 열렬히 환호하는 층이 생긴다. 세상 모든 자동차는, 모든 사람에게 팔 수 없다. 그 차가 매력적인 일부에게 팔린다. 그 매력은 예산이나 용도일 수도, 취향일 수도 있다. 칵투스는 모두 좋아할 차는 아니다. 대신 누군가에겐 일상을 들뜨게 할 차다. 발랄한 콘셉트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듬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