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개봉한 영화 <페임>은 보지 못했어요. 그 당시 <페임>은 어찌나 인기가 있었는지 뮤지컬로 만들어져 전 세계 25개국에서 공연되었고, TV 시리즈로도 제작되었어요.
오늘 본 영화 <페임>은 그 대단했던 영화의 리메이크 작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 영화평을 훑어보니 장난이 아니더군요.
스토리가 없다느니, 지루하다느니, 정말 실망했다느니.....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마음 속으로 단언했지요.
"절대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라고....
사람들은 모든 것을- 영화든, 책이든, 또는 드라마든- 자신의 잣대로, 자신의 시선으로 평가하기 때문이지요.
5살 때부터 아들에게 음악을 시켜온 저...
그리고 십 대에 무지무지 반항하며 기존 궤도를 이탈한 아들 때문에 속앓이를 많이 한 저..
이 영화를 보면 뭔가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고, 또 아이를 기르는 부모이기 때문인지 등장하는 아이들 위주로 눈여겨 보게 되더라구요.
1) 앨리스- 저 위 포스터에 나오는 춤추는 아이입니다. 이 아이는 집안도 괜찮고 재능도 있는 아이라
별 고민이 없어 보였습니다. 졸업하자마자 유명한 댄스 팀에 선발돼 세계 일주 투어도 떠나게 되지요.
매력 없는 인물입니다. 싸가지도 좀 없고요. 유명해지니까 사귀던 남자아이를 뻥~ 차더군요.
2) 드니스(사진 왼쪽)
드니스는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만 쳤습니다. 그녀의 부모들은 드니스가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요. 하지만 드니스의 가슴 속에는 노래에 대한 열정이 불타 오르고 있었죠. 부모의 뜻을 어길 수 없었던 드니스가 드디어, 알을 깨고 나와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저는 눈물이 왈칵 나왔습니다.
아들도 어렸을 적부터 바이올린과 비올라만을 연주했습니다. 우리는 아들이 당연히 클래식 연주자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요. 그랬던 아들이 어느 날, 클래식을 버리겠다고 선언했을 때 받은 충격은 엄청 났었죠.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우리에게 이런 일이, 어떻게 아들이 우리에게 이럴 수가 있지?
하지만 영화를 보며... 펄펄 뜨거운 피를 가진 10대의 아이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아니 어쩌면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3) 말릭(사진 오른쪽)은 반항적인 DJ이자 래퍼입니다. 엄마 몰래 예술학교에 입학했고요. 그런 그에게는 아픈 상처가 있었으니, 그는 그것을 감추려고만 합니다. 그런 말릭에게 선생님은, 너의 과거, 너의 상처를 감추려고 하지 말아라, 그것 모두가 음악이 될 수 있단다, 하고 충고해 주죠.
말릭은 뒷골목에서 총을 들고 약을 먹던 비행청소년이었고, 어느 날 여동생은 누군가 휘두른 총에 맞아 죽고 말릭은 그 상처를 가슴에 꽁꽁 싸안고 살았던 것이에요.
상처 받은 아이들을 어떻게 보듬어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좀 했습니다.
4) 마르코(사진 왼쪽)는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는 재능도 있었고 감성도 가지고 있지요. 느긋한 마음으로 노래를 즐기는 천상 예술가라고나 할까. 이렇게 예술은 즐기면서 하는 게 가장 좋은 것이지요. 좋아한다고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5) 제니(사진 오른쪽)는 재능은 조금, 노력은 많이, 끼는 재능보다 조금 더 적게 갖고 있는 배우 지망생입니다. 자신이 너무 적게 갖고 있는 재능과 끼 때문에 고민하고 노력을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니는 깨닫습니다. 성공은 화려하게 무대에 서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제니는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 성공이란 돈,명예,권력이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할일에 대해 설레면서 즐겁게 집을 나서는 것. 최선을 다해 이루고자 하는 것. 성공은 우정, 그리고...사랑입니다."
* 저는 제니가 4년동안 예술학교에 다니면서 성공의 의미를 깨달았다는 것에 대해 큰 박수를 보냅니다.
6) 빅터- 피아노의 형식에 어긋난 연주로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지만 새로운 연주 기법으로 늘 창의적인
음악을 꿈꿉니다.
이런 아이들, 사실 교사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을 잘 보듬어 주어야겠지요?
교실에서도 튀는 아이들을 보면 사실 힘들고 귀찮을 때 참 많습니다. 꾹 참고 진심으로 보듬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7) 케빈- 시골, 어머니가 운영하는 무용학원에서 무용을 배우고 뉴욕으로 왔으나, 발레리노로서의 자질이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지하철에 뛰어들어 죽을 생각도 하지만....결국 어머니의 학원으로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겠다고 결심합니다.
2009년 영화 <페임>이 그전 명성만 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지만
저에게는 참말로 뜻깊은 영화였습니다.
10대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영화,
나 자신의 10대를 돌아보며, 그런 꿈과 열정이 있었나? 되돌아보게 했던 영화...
앞으로 아이들을 바라볼 때, 좀더 편안하게, 넉넉하게,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겠단 생각을 한 영화...
신나는 춤, 노래, 연기 등을 보며 한편 하염없이 눈물지었던 영화....
첫댓글 10대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께 적극 추천합니다!
저는 10대때 페임 영화를 봤어요. 그 때 노래와 춤이 얼마나 신나던지. 지금보면 느낌이 또 다르겠지요.
그때 페임이 훨씬 좋다는 평이에요. 하지만 오늘 페임은 또 오늘의 아이들에 맞춰 만들었겠지요?
며칠 전에 감명깊게 보고와서 만나는 사람들께 꼭 보라고 강력추천했어요.
그런데 젊은이들은 별로인 영화로 평했더군요. 나이에 따라 느낌이 다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