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軒이 <서경별곡>을 말한 데 호응해 <<햔국문학통사>>의 <서경별곡> 대목을 옮깁니다.
<서경별곡>(西京別曲)은 <고려사> 악지에서 든 <서경>(西京)ㆍ<대동강>(大同江)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역해서 그 두 노래의 내용은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서경별곡> 또한 “西京셔경이”라고 시작되는 대목과 “大同江대동강” 하고 이어지는 대목으로 나눌 수 있다. 같은 노래의 사설이 경우에 따라 달라지고 전후가 나누어지기도 했는데, 장편으로 연결된 형태를 <악장가사>에 수록했다고 생각된다.
(원문 인용은 생략하고 현대역만 듭니다.)
서경이 서울이지만
닦은 곳 소성경 사랑하지만,
여의기보다는 길쌈 베 버리고
사랑하신다면 울면서 좇나이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즈믄 해를 외따로 살아간들
신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원문을 보면 “西京셔경이 아즐가 西京셔경이 셔울히 마르는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라 하고 그 다음에 한 장이 끝났다는 동그라미 표시가 있다. 첫마디를 되풀이하고 그 사이에 “아즐가”가 있는 것은 민요를 궁중에서 필요로 하는 악곡으로 개편할 때 음악적인 필요에 의해서 생긴 변화일 것으로 본다. “위 두어렁셩” 이하의 여음 또한 민요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악기의 구음이라고 하는 편이 타당하다.
여음을 제외하고 사설만 적으면 한 줄이 한 장인데, 현대역에서는 연속해서 적고 반복된 말은 생략했다. “구슬이”부터는 말이 달라져 한 줄 띄어 적어 인용한 대목이 두 연처럼 보이게 했다. 속악으로 채택되기 전의 민요를 되살리려고 한 것이 아니고 원문의 짜임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표기를 마련했다. 원문은 율격을 알기 어려운데, 고쳐 적고 보니 한 줄이 세 토막씩인 특징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뜸 서경부터 들먹이는 것은 많은 사연을 암시한다. 개경에 못지않게 자랑스러운 고장인 서경의 백성들이 거듭 고난을 겪어야만 하는 것이 원통하다. 갖가지 억울한 사유로 자기 고장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이어져서 대동강가에서 부르는 이별의 노래가 끊어지지 않는다. 정지상(鄭知常)의 한시와 상통하는 민간의 노래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 노래에서는 여인이 겪는 이별의 고난을 나타냈다. 자랑스러운 고장 서경에서 길쌈을 하고 있는 여인이 이별하고 떠나가는 님에게 계속 사랑해준다면 울면서라도 따르겠다고 했다. 자기 고장 서경, 길쌈으로 대표되는 일상생활이 소중하다고 전제하고, 그런 것들과 견주어도 사랑이 더욱 소중하다고 했다. 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을 버리고 이미 잃어버린 사랑을 따르겠다는 불가능한 결단을 했다.
“구스리” 이하의 대목에서는,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다면 깨어지는 아픔이 얼마나 크며 한 조각 한 조각 날카롭게 빛나는 모습이 얼마나 영롱할까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그 다음 말에서는 구슬을 꿴 끈은 끊어지지 않고 서로의 믿음도 지속된다고 하면서 파탄을 거부하는 믿음을 보여주었다. 천 년을 홀로 지내도 믿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목은 <정석가>에 삽입되어 있고, 이제현의 소악부에 한역되어 있다. 따로 부를 수도 있지만, <서경별곡>의 절정 부분을 이루어 특히 빛난다.
그 다음은 대동강 장면이다. 그렇게까지 노래해도 님은 떠나간다. 거듭되는 이별의 현장 대동강에서 떠나간다. 그 때 사공에게 한 말 “네가시 럼난디 몰라셔”는 무슷 뜻인지 분명하지 않아 논란이 거듭되지만, “네까짓 것이 주제넘은 줄 몰라서”라고 하면서 님을 배에 태우는 것을 원망한 말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님은 아직 강을 건너지 않았는데 그 다음 줄에서는 강 건너 편의 꽃을 님이 꺾으리라는 데까지 상상이 미쳤다. 꽃은 여자를 가리킨다면 님이 다른 여자를 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까지 겹쳐 애꿎은 사공을 나무랐다.
절박한 사정인데도 여유를 보인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런 능청스러움은 후대의 여러 시가를 두루 살펴보아도 민요에서만 발견된다. <서경별곡>은 고치거나 지어 보태지 않고 민요를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쓴 속악가사의 대표적인 예이다. 여러 가지로 교체되는 민요의 사설 가운데 적절한 것을 선택하고 앞뒤가 잘 연결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