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방법
인간 세포로 2㎜ 초소형 심장 만들어 신약 효과 시험해요
입력 : 2022.11.22 03:30 조선일보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방법
생물학적 차이·동물권 침해 이유로
줄기세포 배양해 미니 장기 만들고
장기 기능 재현하는 전자칩도 개발
▲ /그래픽=진봉기
우리나라에서 2017년부터 5년 동안 실험을 위해 이용한 동물 수는 총 1256만7325마리입니다. 동물 실험은 사람에게 사용할 약을 만들기 전 다양한 효과와 부작용 등을 확인하기 위해 주로 이뤄져요. 하지만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은 사람과 생물학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동물에게 약을 주입해서 나타난 반응이 사람과 같지 않을 수 있어요. 동물 실험에서 약이 안전하다고 나왔더라도 사람까지 안전할 거라 확신할 수는 없는 셈이죠.
또 최근에는 동물도 동물답게 살아갈 권리(동물권)가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과학계에서는 동물 실험을 줄이고 대체 실험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 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
동물 세포가 인간과 달라 약물에 대한 반응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면 인간 세포를 활용해 실험하면 될 일입니다. 인간 세포로 작은(미니) 장기를 만들어서 말이죠. 이런 목적으로 만든 장기를 '오가노이드(organoid)'라고 합니다. 'Organ'(장기)과 'Oid'(유사한) 두 단어가 합쳐진 말입니다. 2009년 한스 클레버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교수가 생쥐 줄기세포로 작은 내장을 만들어내며 가능성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오가노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줄기세포가 필요해요. 줄기세포는 모든 조직 세포로 분화할 능력을 지닌 세포인데요. 이 줄기세포는 특정 장기 세포로 진로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장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해요. 예를 들어 줄기세포가 피부 세포가 된다면 표피(表皮·피부 표면을 덮고 있는 조직)와 진피(眞皮·표피 아래 조직)로 나뉘면서 자연스럽게 피부 특유 구조를 만들면서 자라납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의 이런 특징을 이용해 만드는데요. 원리는 간단하지만 실제 장기처럼 크게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아요. 게다가 영양을 공급해줄 제대로 된 소화기관도 없이 장기를 키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이 때문에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는 크기가 매우 작아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심장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가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됐는데요. 이 심장 지름은 2㎜에 불과했어요. 작지만 분당 60~100회 뛰며 심장 역할을 했지요. 같은 해 만들어진 지름 0.2㎜ 크기 눈물샘 오가노이드에서는 실제 눈물이 만들어졌어요.
최근에는 오가노이드를 크게 키우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는데요. 사람의 줄기세포로 콩알만 한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이 뇌를 어린 쥐에게 이식해 크기를 키우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지난달 1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어요. 쥐가 자라면서 이식된 뇌도 함께 자라며 실제로 기능했고요. 연구팀에 따르면, 배양기에서만 키운 뇌세포(신경세포)보다 쥐 뇌에 이식한 뒤 자란 세포가 압도적으로 크다고 해요. 다만 이 방법은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 또다시 동물 실험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어요.
반도체처럼 '장기(臟器) 칩'도 실험
마치 반도체처럼 '장기 칩'을 만드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어요. '랩온어칩(Lab on a chip)'으로 불리는데요, 인간 장기와 동일하게 기능하는 부품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보면 됩니다. 작은 조각 위에 오가노이드 세포를 놓고 거기에 인공적으로 신체 대사가 이뤄지도록 해 반응을 보는 겁니다.
이 방법은 미국 하버드대 비스생체모방공학연구소가 2010년 폐 세포와 모세혈관 관계를 재현한 약 3㎝ 크기 '렁온어칩(Lung on a chip)'을 처음 만들면서 세상에 알려졌어요. 장기 전체 기능을 다 구현하기보다는 특정 현상을 재현하거나 특정 부위에서 약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춰요. 공학적으로 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세포나 오가노이드를 얹는 식으로요.
심장은 펌프질을 하면서 혈액이 온몸을 돌게 하고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혈액은 구석구석 돌면서 갖고 있는 산소를 모두 써버리면 새로운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폐로 갑니다. 폐는 바로 이 혈액에 새로운 산소를 공급합니다. 폐 세포 간 가늘고 길게 퍼진 모세혈관 사이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이 일어나는데요. 폐 세포는 모세혈관에 산소를 주고, 모세혈관은 폐 세포로 이산화탄소를 보내요. 모세혈관에 있던 혈액은 새로운 산소를 받아 다시 심장으로 향합니다.
렁온어칩은 폐 형태를 본떠 만든 칩 구조물이에요. 그 위에 폐 세포와 모세혈관 세포를 배양해 오가노이드를 만들죠. 이 폐·모세혈관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심장이 펌프질을 해 혈액을 돌게 해야 하는데 이 칩에는 실제 심장 대신 인공 진공펌프를 달았습니다. 이 진공펌프가 폐가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는 것처럼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도록 하면서 모세혈관 쪽에 혈액이 흐르게 합니다. 그러면 폐·모세혈관 세포가 인간 몸속처럼 정상 작동하는 거죠. 이 상황에서 특정 약물을 주입하면 폐·모세혈관 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볼 수 있게 되는 셈이죠.
렁온어칩을 시작으로 다양한 칩이 개발되고 있는데요. 실제 눈처럼 곡면의 각막으로 이뤄져 있고, 눈꺼풀이 깜빡거리도록 설계된 '블링킹 아이온어칩(blinking eye on a chip)'도 개발됐어요. 이 인공 눈꺼풀은 실제 눈꺼풀처럼 분당 12회씩 깜빡이는데, 깜빡임 횟수를 조절할 수 있어요. 눈꺼풀 상태를 안구건조증의 상태와 유사하게 만든 뒤 신약 효과를 검증하거나, 콘택트렌즈 실험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답니다.
엄격해지는 동물 실험
동물 실험은 점점 엄격해지고 있어요. 2016년부터는 동물 실험으로 개발한 화장품 판매가 금지됐어요. 연구를 위한 동물 실험도 더 까다로워졌어요. 연구자가 동물로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실험 계획서를 작성한 뒤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해요. 특히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소속 수의사가 동물의 상태를 계속 확인하는데요. 실험에 쓰인 동물이 지나치게 고통을 느끼거나 상태가 심각하게 좋지 않으면 실험을 중단하고 '인도적인 종료(안락사)'를 진행하도록 권고합니다.
신기술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아직은 동물 실험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신약 후보 물질을 최소한 안전 보장도 없이 실제 사람에게 투여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늘 그랬듯 새로운 답을 찾을 거예요.
기획·구성=조유미 기자 오가희 어린이조선일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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