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三奇臺 愧松 二首 삼기대의 괴송 두 수(首)
三奇者 後石面隱有三奇 二字. 乃搜所以三奇者 老松, 怪石, 甘泉 是可備三數 故名之. 是歲之夏 余自紅把移寓杏村 村在古城之上 俯瞰長安 眺望淸絶 余所取者 此也.
所居之後 有怪石層疊 老松盤確 松下有甘泉 足供村人之飮. 石面有隱刻 有曰 性聞魴羽愛止山壑石上. 又有三奇 二字 其下有曰 雲閒水流鳥啼花落 等字.
松齡推定 可五六百年 屈伸欹斜欲臥 更起以數柱撑之. 或曰此是 栗谷先生手植 未詳確否. 余愛其松之老大. 長壽以其不材 而反爲材 人之所呵護 奇哉松也! 孰謂松之老大 無用哉?
삼기(三奇)라는 것은 뒷산의 돌 표면에 ‘삼기(三奇)’라는 두 글자가 숨겨져 있어서이다. 이에 가려낸 것이 세 가지 기묘한 것들이니 늙은 소나무, 괴상한 바위, 단 샘 이것들로 가히 세 가지 숫자를 구비하므로 그렇게 이름 하였다. 금년 여름에 내가 홍파동(紅把洞)에서 행촌동(杏村洞)으로 집을 이사했는데, 마을이 옛 성곽 위에 있어서 서울 장안(長安)을 내려다보면 깨끗한 경치를 조망(眺望)하게 되어서 내가 선택한 것이 이곳이다.
거주지 뒤에 괴석(怪石)이 층층이 쌓여있고, 노송(老松)이 바위에 굳건히 자리를 잡았으며, 소나무 아래에 좋은 샘이 있어서 족히 마을사람들에게 음료수를 제공할 만하다. 돌 표면에 은밀하게 새겨진 것이 있어 이르기를, ‘성(性)은 방우가 산골의 바위를 즐겨 멈추었다고 들었다’고 하였다. 또 ‘삼기(三奇)’라는 두 글자도 있고, 그 아래에 쓰기를, ‘구름은 한가롭고, 물은 흐르며, 새는 지저귀고 꽃은 떨어진다(雲閒水流鳥啼花落)’는 등의 글자가 있다.
소나무의 나이는 5, 6백년으로 추정하며 구부러지고 뻗치며 기울어져서 누우려 해서 다시 일으켜 몇 개의 기둥을 받쳐놓았다. 혹 말하기를 이 나무는 율곡 선생이 손수 심었다고 하나 확실한 여부는 자세하지 않다. 내가 이 소나무의 오래 묵은 것을 좋아한다. 소나무가 장수(長壽)하면 재목이 되지 못한다고 하나 오히려 재목이 되어서 사람들의 돌봄을 받으니 기이한 소나무가 아닌가! 솔은 너무 늙으면 소용이 없다고 누가 말했는가?
(1)
松怪千年欲化身
솔은 천년 동안 화신하기를 원했으니
雍從恰似佛通神
마치 부처와 영통한 듯이 온화하구나.
盤桓孤節寧爲普
여기서 정절 지킴은 세상을 위함이니 1)
榮達高官不願秦
진나라 고관의 영화를 원하지 않았네. 2)
有鶴翩𦒘頻入夢
학이 날아올라서 꿈에 자주 나타나고
如龍屈曲更無鱗
용과 같이 구부러졌으나 비늘은 없네.
曾爲栗谷忘形友
일찍이 율곡과 망형의 친구가 되었고 3)
高臥靑山麋鹿隣
높이 누워 청산의 사슴과 이웃이었네.
(2)
邨老相尋納脫凉
마을 노인들 더위 피하려 찾았는데
商讀松史說荒唐
소나무 역사 이야기는 서로 다르네.
風淸但聞笙簧奏
바람만 맑아서 생황연주를 듣는 듯
地老應藏琥珀光
땅이 오래돼 호박 광채를 지녔다네. 4)
殘膚累經斤或斧
남은 살결에 도끼자국 많이 겪었고
壽齡曾冒雪而霜
오랜 세월 눈서리도 많이 견뎠겠네.
寧爲彭祖尊師位
어찌 팽조가 됨이 존경의 자리인가, 5)
肯入華宮作棟樑
화려한 궁궐에 마룻대가 더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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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환고절령위보(盤桓孤節寧爲普): 반환(盤桓)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빙빙돌거나 배회한다는 말이고, 고절(孤節)은 외롭게 버티는 높은 정절이나 절의(節義), 영위보(寧爲普)는 오히려 온 세상이라는 보천(普天)을 위해서 또는 중생을 제도하기[普度衆生] 위하여 라는 뜻이다.
2) 영달고관불원진(榮達高官不願秦): 영달고관(榮達高官)은 높은 벼슬을 하여 큰 영화를 누림이고, 불원진(不願秦)은 물론 시문의 운(韻) 자를 맞추려는 것이면서도 옛날 진시황(秦始皇)의 막강한 권력의 나라와 같은 데를 나아가려고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3) 율곡망형우(栗谷忘形友): 율곡은 이이(李珥/ 1536-1584)의 호(號), 망형우는 망형지우(忘形之友)로 모습을 잊어버리고 사귀는 친구라는 뜻이니 자신을 잊어버리고 이 소나무와 깊은 교분을 가졌다는 뜻이다.
4) 호박광(琥珀光): 호박은 누른색의 투명한 보석이고 그런 빛이 난다는 뜻이다.
5) 팽조(彭祖): 전설상의 요(堯) 임금 신하 전갱(籛鏗)으로 전욱(顓頊)의 손자이며 우하(虞夏)와 상(商)나라에 이르기까지 7, 8백년을 살고 팽성(彭城)에 봉작(封爵)을 받은 팽조로 장수(長壽)에 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