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국이 조선에 또 침입
노국이 만주에 전력할 때에는 조선에 간섭이 뜸해지고 비교적 근심이 적어졌으나 원래 정신들의 사상이 부패하고 국제도 기울어지는 판이다. 조정에 친노파니 친일파니 하고 제각기 알력 중이다.
노국은 만주의 설비가 점점 완비하여지매 또다시 조선에 손을 뻗어 이권을 취하려고 넘성거리는 중이다. 먼저 조선 가까운 만주 봉황성(鳳凰城) 안동현(安東縣)에 주둔하였던 노병 60명이 마적 40명을 데리고 용암포에 들어와 토지를 매수하고 병사를 건축하고 전기를 부설하는 등 오랫동안 주둔할 모양이 보이며 공사 파우로후는 외부에 교섭하여 조차하려고 운동하였다.
용암포는 용천군에 있는데 압록강이 서해로 들어가는 초구이다. 그 곳에 개항하고 남으로 대마해협을 지나 해삼위로 연락하는 계획이고 친근 하려는 뜻을 가진지라. 황제는 용암포 문제를 이용익에게 맡겨 종종 노국과 자주 교섭하여 거의 조약이 성립되려할 때 일영(日英) 이하 각국이 반대가 있어 성립되지 못하다가 그 후에 미국이 청국에 교섭하여 용암포 건너편 대동구 안동현을 개방하는 고로 영미일 삼국이 다시 용암포 개방을 청하는 고로 11월에 드디어 개항하였다.
그러나 노국이 만주철병을 실행치 않고 자꾸 연기하는 고로 일본은 여러 번 항의하여 철병을 재촉하여도 응치 않고 그 마수(魔手)는 점점 조선으로 뻗어 들어온다. 먼저 만주는 청국영토인 것을 밝히고 따라서 조선의 독립도 보증할 수 있음을 증언하였으나 노국은 부인하고 조선의 독립과 영토는 보전하되 이익을 보호함에는 출병할 것을 제의함에 독립과 영토 보전은 동의하되 일본의 군사행동은 노국이 부인하였다.
이렇게 교섭하는 중 노국의 관동 총독 아력사후는 다시 극동 총독으로 임명되어 더욱 해륙 군비를 충실케 하고 전쟁을 준비할 생각이 농후하다. 이때 정신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정신 차리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청일(淸日)이 서로 씨름하다가 청국은 넘어지고 이제는 일로(日露)가 서로 씨름하는 중 일본이 여러 번 노국에 항의를 제출하되 그것이 무슨 뜻인지 한사람도 근심하는 이가 없다.
이것을 근심하는 애국지사들은 다 용납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다만 친일파 친로파들이 서로 각축하여 행여나 벼슬이나 얻어 하고 재물이나 훔쳐 먹고 나라를 병들게 하는 부패물들만 조정에 충만하여 더러운 냄새를 피울 뿐이다. 이때 일로양국의 이해를 여러 번 담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