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요리집 제 7요일
제 1요일
어릴 적 토요일이면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가끔 짜장면을 시켜주곤
하셨다. 그리고 당신은 느끼해서 짜장면을 싫어하신다며 한사코
드시질 않았다.
아.. 난 그때 왜 청요리 집엔 우동도 있고 짬뽕도 있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어머니가 왜 짜장면을 안시켜 드셨는지를 정말 한동안 몰랐었다..
그냥 내 입으로 들어가는 짜장면만이 너무 맛있을 뿐...
그리고 어쩌면 나의 얄팍한 뇌는
'어머닌 짜장면을 싫어하시니까'라고만 여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철없던 넘인지 4가지가 없는 넘인지....
- 일반짜장 -
우리가 흔히 짜장면이라고 시키는 것.
양파, 양배추, 특히 감자를 큼직큼직하게 썰어넣고
물과 전분을 잔뜩 넣어 춘장의 맛을 연하게 만든 자장면.
하지만 현재 짜장면은 감자보단 돼지고기가 들어가고
옛날 짜장보단 카라멜 영향으로 단맛이 더 납니다..
제 2요일
중학교 삼 학년 때
아이들은 교실에서 웅성웅성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황금사자기
결승 군산상고와 부산고간의 대결 당시 전력이
부산고가 셌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거의 부산상고에 걸다보니
군산상고에 걸 사람이 적어 내기가 잘 성립이 안되고 있었다.
야구를 잘 모르던 나는 그냥 높은 배당을 노리고 군산상고에 걸었다..
그리고 동대문 야구장으로 우린 향했다..
결과는 4:1로 지던 군상은 9회 말 역전을 했다..
역전의 명수라는 닉네임을 낳게 한 전설의 경기.. 내가 야구장을
처음 찾은 경기가 바로 그 경기였드랬다..
난 8:2 배팅인지라
고배당을 받아 우린 중국집으로 향했다.. 짜장면 파티가 있었고.
(물론 이긴 두명이 쐈다..)
그리고 돈이 좀 남기에 망설이다가 소주를 시켜 묵었다..
그렇게 나의 음주는 시작되었다. 중국집에서부터 ...
그리고 그당시 군상 선수들은 기억이 안나는데 9회말 그렇게 흔들렸던
부산고 투수 이름은 또렷이 기억난다 .. 편기철...
아 ~~ 난 휴머니티한 넘이야 ㅎㅎ
- 간짜장 -
간짜장의 간은 물기가 없다는 뜻으로
춘장에 물과 전분을 넣지 않고
그냥 기름에 볶기만 하면 간짜장이 됩니다..
옛날짜장보다 조금 더 기름지고
가장 중요한 점은 짜장과 면이 따로 나오죠..
제 3요일
고등학교 때
학교 옆 중국 집 한 골방엔 우리의 아지트가 있었다..
수업 끝나고 보충수업 도망치고는 중국집 골방에 모여 짜장면
몇 그릇에 군만두 하나 그리고 국물 달래서 소주를 마시곤 했다..
첨엔 두 세명이 모이던 것이 나중엔 대여섯이 아주 아지트를 만들어
거기 가면 늘 친구들이 있곤했다..
그 중국집 이름은 '신승반점'이라고 했다... 주인이 어째서 고딩
들 술 마시는데 그대로 뒀을꼬 하였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골방은 선배시절부터 대대로 우리학교 학생들의 아지트였었다고
한다... 술 마시고 모모 피는... (말 안듣는 넘들...)
- 삼선짜장 -
삼선의 의미는 "세가지 신선한 것"이라는 것으로
하늘에서 나는 귀한 것 한가지(주로 꿩고기),
땅에서 나는 귀한 것 한가지(주로 송이버섯),
바다에서 나는 귀한 것 한가지(주로 해삼)를 넣는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의미가 전이 되서 해산물 삼종세트로 주로
새우, 갑오징어, 해삼 등의 재료가 들어가는 삼선으로 바뀐 집들도 많다..
제 4요일
친구들과 셋이 가는데 옆의 과 예쁜이 여학생들이 셋이 가고 있었다..
그녀들 삼총사와 우리들 삼총사와 서로 평소 눈치는 있었던 터라
(고런 것은 직관으로 안다 ㅎ)
친구들이 나를 부추겼다..
니가 함 셋씩 여섯이 나들이하자고 데이트 신청해보라구..
총대를 멘 나는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살짝 웃음을 지으면서) "잠시만 시간 내 주실래요?'
'저희 지금 바쁜데요 어디 가기로 되어 있거든요?"
"그래요? 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시간부담 안드릴께요'
멀리가면 맘 흐트러질까봐 옆을 보니 청요리집이었다..
그때 멀리 가면 맘 변한다.. 바로 밀어 붙여야지..
일단 그리 들어가 버렸다. 그녀들도 차마 내 등을 외면 하기
어려웠는지 쭈삣 쭈삣...
헉 헌데 주머니엔 돈이 짜장면 값 한그릇 밖에 없는 것이었다..
허나 어쩌랴 쏘아 놓은 화살인 것을 그녀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
미팅 약속을 받아내고 .. 결국 나의 시티즌 손목시계는
그날 주인을 버리고 중국집에서 본의 아닌 외박을하게 되었다...
(그게 어디 한 두 번인가 주인 잘못 만나서 그 당시 대학가
식당엔 학생증과 시계가 수북했던 시절.. 그 당시는 전당포에
맡기면 오리엔트보다 시티즌을 천 원을 더 쳐줬다 모 흐흐..)
그렇게 내 손목시계는 중국집에서 외박하는 일이 다반사였던
시절이었다..
- 사천짜장 -
사천짜장은 매운 요리로 유명한 중국의 사천성에서 묵었던 짜장면으로,
고추기름이 더해져서 매운맛이 강한 짜장면입니다.
제 5요일
학창시절 어느 날..
난 중국집에서 술내기를 하게 되었다..
냉면 스텐 그릇 고량주 두 병을 부으면 한가득 되었다.
몇 그릇을 그렇게 마셨을까?
내가 눈 뜬 곳은 병원이었다..
마침 좀 아는 병원이었고 담당하는 선생님도 낯이 익었다
내가 깨자 들어오더니 하시는 말
"야 이녀석아 죽으려면 곱게 죽을것이지 부모님 뒤집어지게
술 쳐먹고 죽으려했냐?"
그리고 난 옆으 친구를 눈 가늘게 뜨고 흘겨 보면서
이렇게 말했었다..
"내가 이긴거지?"
헌데 70년대 말 정치도 싱숭하고
정말 그때는 별로 살고 싶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 유니짜장 -
유니는 한자로 '肉泥'입니다.
육(肉)은 돼지고기라는 뜻이고, 니(泥)는 '갈다'는 뜻으로,
돼지고기를 갈아서 만든 짜장을 말합니다.
중국집에 따라 유미,유모 짜장이라고도 불리죠..
제 6요일
학상시절 말년 .. 당시 나는 신학대학 도강을 하면서
금식명상을 하느라 기도원으로 산으로 돌아다니던 시절이있었다
사흘 ..오일 일주일금식 등등
헌데..
정말 재미있는 현상은 인간이 먹는것에 대한 생존본능이 얼마나
강한지...
첫날은 배고파도 그냥 저냥 보낼수 있다...
헌데 가장 힘든것이 두번째 날 오후이다..
그때는 명상이나 기도를 한답시고 눈을 감으면 그저 아무것도 안떠오른다
눈 앞에 흰 쌀밥이 담긴 밥그릇이 왔다 갔다 한다..
그럼 얼른 눈을 뜬다.. 물론 아무것도 없다 그저 먼 산 자락 밖엔
또 마음을 다잡고 눈을 감으면 ..
짜장면 냄새가 그렇게 날 수가 없다...
너무 강렬해서 눈을 팍 뜨면 물론 암것도 없다...
당시 주로 짬뽕만 먹고 짜장은 안묵던 시절인데 희한하게 눈을 감으면
꼭 짜장면 냄새가 그렇게 코를 찔렀다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짜장면 중국집은 그렇게 우리 식생활과 친밀했나 보다
하긴..
군대 가서 첫 외출이나 휴가 나올때 제일 먼저 뭐 묵고 싶냐고 하면
거의 다 짜장면이라고 했으니..
헌데 요즘은 피짜라고 하는 애들이 더 많을 것이다...
- 유슬짜장 -
장채소와 각종 재료를 면발과 같이 길쭉길쭉하게 썰어넣어 소스를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알뜰 자장. 납작한 접시에 나오는 것이 특징
제 7요일
수년 전 그때 남도기행을 갔드랬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마지막 코스가 해남에서 배를 타고 보길도를
가는 여정이었다..
배편을 끊고 보니 시간이 남아 아예 식사를 하고 가자 하고
그만 역전 앞 식당은 맛없다는 진리를 방심하고 중국집엘 들어
가고 말았다..'
시간이 만만치 않아 시킨 짜장면
헌데 난 그때까지 아니 그 이후로도 그렇게 맛없는 짜장면은 처음이었다..
그 공포의 서울역앞(옛날엔 정말 맛없었다)짜장면도 그것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얼마나 오래된 돼지비계를 넣었는지.. 그리고 무슨
기름으로 튀겼는지 나오는 순간 비위가 팍 틀리는 것이었다..
어릴적 일본에서 교육받은 아부지 탓으로 음식은 절대 남기면 안된
다는 교육에도 불구하고(지금은 그것도 흐지부지 되었다..)
결국 두 어 젓가락 만에 오바이트가 나오려 하기에 그만 튀어 나와
버리고 애꿎은 자판기 커피만 두 세 잔을 거푸 마셔버렸다....'
그리고 또 한동안 짜장면을 멀리하게 되었다..
아 공포의 해남여객 터미널 앞 짜장면집은 아직도 그대로일까?
- 중국식 짜장 -
중국식 짜장면은 칼국수 같은 면발에
중국식 된장 소스를 부은 자작면 이라고 한다 헌데..
먹어 본 사람은 한국 짜장면을 그리워 한다는..
(최초의 짜장면집 공화춘)
원래 우리나라에서 짜장면이 시작 된것은 인천 부둣가 중국 항구노동자들
용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허나 중국음식이되 우리식으로 개량되어
카라멜을 넣고 달달하게 하여 이젠 무늬만 청요리지 우리 음식이라고
해야 맞을 짜장면..
한때는 중국식으로 자작면으로 불러야 한다고 정부에서 되지 않는 정책을
했다가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항의 해서 몇해 안가 도로 짜장면을 공식표기화 하였다..
사실 돌이켜 보면 나의 짜장면에 대한 추억들은 좋은 것 보다는 이상스레..
씁스레한 것들이 제법 많았다..
그리고 그 짜장면의 추억과 함께 나의 삶도 한 해 한 해 흘러갔을 것이다..
여러분들은 짜장면집의 어떤 기억들이 있으신가요?
첫댓글 헐~ 짜장면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니 ㅋ 옛날의 모습이 아련히 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유니짜장만 빼고 다 묵어 본듯 ㅎㅎ
짜장면하니,예전 직장 상사가 생각나는군요.이양반이 짜장면을 겁나게 좋아하고 빨리 먹는데 점심때 회식을 해도 짜장,해외출장가기전 항상 짜장.밑에 직원들은"부장은 어렸을때 짜장면 훔쳐먹다가 뒤지게 쳐맞아서 짜장면을 좋아 할거야"라고 얘기할정도인데,압권은 어느날 점심에 짜장면을 먹으로 가서 갑자기 부장이 유니 짜장곱빼기를 시키더니 다른 직원들 두세젓가락 들었을때 다먹고 입닦는 모습에 눈 튀어나올뻔. .그이후로 한3년은 짜장면을 안먹었 습니다.
ㅎㅎㅎㅎㅎ 암튼 .. 짜장면은 묘하게 애증이
이런 설도 있네요
짜장면을 묵고 나서 그릇에 물기가 흥건한 사람들은 딸 낳을 사람들이고
물기가 없는 사람들은 아들 낳을 타입이라고 ..
물론 근거는 전혀 없슴 ㅎㅎㅎㅎ
@산수재 윤덕 그래서 내가 아들을 낳았나??
@큰눈[찌은] ㅎㅎㅎㅎㅎ 으이구...
ㅎ 짜장면만큼이나 형님 인생도 다채로우십니다~~ 한편 부럽습니다^^
다채로운게 아니라 파란만장? ㅎㅎㅎ
와... 유니 짜장은 처음 보네요... 유슬짜장과 중국식 짜장도요... 셋다 안먹어본 짜장인데...
언젠간 먹고 말거야............. 유니~~~(치토스 버전)
우리 애랑 오랜만에 간짜장시켜먹었는데,대박! 물기가 거의없고..거의 면이 한덩어리로다가 붙어서리 온거임, 완전 짜증.ᆢ이걸 어떻게 먹으라고ᆢ걍 짜장면 시킬걸 후회했던 기억이나네요..아~짜장면먹고싶당
ㅎㅎ 겨울엔 간짜장 잘못 시키면 ㅎㅎㅎ 덩어리지는 경우 많다니 ㅎㅎ
근데 왜 짜파게티 등은 짜장면 맛을 못내는 걸까요? 그 오랜 세월이 흘러도...
불가능한건가?
아 이런 또 쓸데없는 생각을 난 문제야 문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