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창문을 열어 젖히자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곳(고한)은 수도권과 달리, 사우나 문을 열고 들어 설 때의 그 습한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차창을 열면 외려 바람이 춥게 느껴진다. 아마 고도가 높아서일 것이다.
네비에 단양 '숙소'를 입력하니, 40여 km가 나온다. 중간에 들르지 않고 단양으로 직행. 네비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곁길로 나와 단양 직행로를 가리킨다. 문자 그대로 강원도의 속살을 누비는 코스다. 그런데 이런 촌 구석까지 이렇게 정비를 해 놓다니 놀랍다.
주유 게이지는 한칸만 남았다. 그런데 도대체 주유소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구인사. 온달산성' 이정표가 보이는데 들를 수가 없다. 일단 기름부터 채워야 한다. 단양을 12km 쯤 남겨두고 앞에 폐허(?)의 주유소가 나타났다. 도저히 주유소라 보긴 어려운 모습이다. 사무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허술한 곳을 찾아가 주인을 부르니 장년의 사내가 나타난다. 기름을 만땅 채우고 나니 살거 같다. "사람이나 기계나 똑같군~!" ...
주유 후, 예전에 지나치며 보았을 때 너무나 목가적인 느낌을 줬던 강 건너 동네를 들렀다. 이곳은 펜션으로 이뤄진 동네. 그런데 고즈녁하다. 그 흔한 자가용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평일이라도 지금은 휴가철인데 ...
멋진 기와의 한옥집. 가연당. 다음엔 이곳도 휴가의 후보지로 두기로. 이곳 지명이 '가대리'다. 강가는 예전과 다르게 풀이 무성해서 야영을 하기엔 거시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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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산성 주차장. 차에서 내리자 열기가 후끈 느껴진다. 주차장 끝자락에 드라마 세트장으로 지은 성이 있고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가 커다란 그림으로 붙여져 있다. 온달산성은 바로 뒷산에 있다. 얼마의 사람들이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우리는 이 뜨거운 날씨에 고생하지 않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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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사. 예전에 누구랑 와서 보면서 놀랐던 곳. 골짜기를 오르며 연이어 지어진 웅장한 사찰이 마음을 압도했다. 그러나 지금은 주차장 입구에서 박물관 건물을 바라보곤 발길을 돌리기로. 지금은 놀러온 게 아닌 휴식을 위한 시간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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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구경시장. 강가 주차장에 주차 후 시장엘 들렀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수도권과 가까워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때문에 늘 북적이는 명소다.
우리의 목적은 맛집을 찾는 것. 이곳 저곳을 찾아 다녔지만 이미 음식점은 대한민국 어딜가나 비슷할 뿐임을 깨닫는다. 막국수와 갈비 만두로 점심을 먹자니 좀 억울하단 생각이 든다. 이번 휴가는 그래도 넉넉히(?) 챙겨 왔는데 겨우 막국수라니 ...
밖은 이미 달아 오른 화로처럼 뜨겁다. 이럴 땐 느긋하게 쉬는 게 최고. 운 좋게도 바로 윗층에 설빙집. 실내도 수도권 못지않은 인테리어와 메뉴도 다양하다. 팥과 망고 이중으로 된 메뉴를 골랐다. 최고다. 이 망고 설빙이 서울의 특급 호텔에선 10만 단위랬지? 난 망고보단 팥빙수가 훨 맛있게 느껴진다. 역시 익숙한 입맛은 변하지 않음을 느낀다.
한참을 지나니 너무 추워 못견디겠다. 젠장, 밖은 불볕인데 난 추위로 떨고 있다니^^
이제 어디로 가지? 숙소는 5시나 돼야 '체크인'인데 ... 그래 시원하면서 시간도 때울 수 있는 곳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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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동굴. 앗 이게 뭐지. 온통 철제 계단을 만들어 놓아 줄서서 걸어가는 곳이 됐다. 앞줄이 막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누군가 석순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양.
누군가는 자연의 신비 운운하지만, 신비는 개뿔. 땅속에 어쩌다 동굴이 생기고 물이 스며들어 석회암을 거치며 석순이 생긴 것 뿐인데 뭔 자연의 신비까지? ㅎㅎ
내륙 여행에서 땅 속의 속살까지 보니 이번 휴가는 절묘하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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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돌아 다니지 말자. 시원한 계곡에서 발을 담구고 더위를 식히자! 검색을 하니 가장 가까운 곳에 '다리안 계곡'이 있다. 8km. 개인이 개발한 관광지. 나무 데크로 텐트를 치게 해 놓았고 정자도 있다. 개울에 접이식 의자를 펼치고 발을 담그니 최고였다.
6시 즈음에 일어나 호텔에 짐을 풀고 오늘의 정찬을 위해 맛집을 가야한다. 쥔장에게 맛집을 문의하니 바로 옆의 매운탕집을 추천한다. 근데 문제는 마눌이 매운탕을 싫어 한다는 것. 비린내가 나서 싫다나!
"아유 비린내가 왜 나? 전혀 안그래!"
이렇게 꼬드겨 매운탕집에 앉았다. 쏘가리는 시세가. 빠가사리는 5만냥(소). 쏘가리를 먹어야 하지만, 넘 비싸서 빠가사리로 ...
국물이 끝내준다. 이 입맛을 사로잡는 감칠 맛은 바로 핵산. 인간과 동물에게 한시적으로 육식이 가능케 한 것은 바로 감칠 맛 때문. 마눌도 맛을 보곤
"비린내가 하나도 안나네!"
그런데 빠가사리는 뼈가 넘많아 다음엔 메기 매운탕을 먹기로.
식후 강가 도로를 거닐며 소화를 시켰다. 지금은 지자체들이 꾸미기에 올인해 어딜가나 깔끔하고 멋진 풍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점점 자연과 멀어지고 있어 아쉽다. 언덕배기의 '달빛 한마당'을 잠시 들러 구경 후 숙소로. (2024. 08. 09)
첫댓글 😀🙂😃 단양은 충북의 부자 도시다. 활기가 넘쳐난다. 정선과 영월 등 강원도의 군 단위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곳엔 봄과 가을에 여행을 해야 제격이다. 여름은 휴가지로서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