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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계간 제주작가 스크랩 제주작가 가을호의 시와 갈대
김창집 추천 0 조회 88 13.11.16 21:16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계간 제주작가 가을호가 배달되었다.

통권 42호로 특집은 ‘제주문단 이면사’를 다루었다.

 

시 : 김수열 나기철 양영길 문무병 김경훈 김성주

      김문택 김순선 현택훈 강봉수 현경희

시조 : 오영호 이애자 홍경희 한희정 김영숙 김진숙 김영란

공감과 연대 : 전북작가회의 이영종 김성철 김다연 안성덕 오창렬

특집 : 나기철 오영호 강덕환 현택훈

수필 : 문영택

동화 : 부복정 김진철(연작)

단편 : 고시홍 김상신

창작 오페라 : 한진오

故 정군칠 시인 1주기 추모 : 유고시 정군칠, 추모시 홍경희

연속기획 - 제주어 산문 : 김성주

우리 함께 여기에 : 김완하 고경숙 서동인 문봉순 이지연

서평 : 이애자 현택훈

 

제주작가회의에서는 2013 신인상 공모도 하고 있으며

226면에 값은 1만원이다.

늦가을을 맞은 갈대와 같이 올린다. 

 

 

♧ 삼복을 지나며 - 김수열

 

비 한 방울 오시지 않는

계사년 여름 삼복

여든 넘은 어머니 덕에 날 수 있었지

 

마른 살 발라 자리가 되고

여윈 팔다리 발라

한치가 되고 오징어가 되고

듬성듬성 머리칼 베어

된장 버무려 톳장국 되고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어미니

비 한 방울 오시지 않는 여름 삼복

여든 넘은 어머니 덕에 날 수 있었지  

 

 

♧ 포트루이스港의 양산 - 나기철

    -모리셔스 시 1

 

부둣가

화단 옆에 앉아

양산 들고

햇빛을 가린

청년과

그의 여자 친구

꼭 붙어 있다

 

그들의 조상이 타고

동남풍 몰아치는

인도양 건너온

범선의 돛이

 

이제는

양산이 되어

그들의 부끄러움을

살짝

가리고 있다  

 

 

♧ 치과 가는 날 - 양영길

 

씹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낙엽 지는 계절에

일교차 심한 초저녁 같은 고독을 씹다가

이빨에 금이 갔다

찬바람이 불 때마다

속 쓰릴 일 생기듯 이가 시렸다

 

치과에 간다는 게

구린 내 나는 입 ‘아’ 벌린다는 게

 

썩고 썩어서 더 이상 방법이 없다

너무 늦게 왔다

볼멘소리 들으며

뿌리 깊은 욕심 썩고 썩어 솎아내듯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뒤로 듣는다

 

첫눈이 좀 많이 퍼붓던 날

추억의 앨범을 뒤적이는데

옆구리가 시려오듯

또 다른 이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나비 돼 술집에 온 너에게 우린 막걸리를 따랐다 - 문무병

 

오늘은, 공철이가 왔다.

단옷날 죽어 어제 5월 여드레, 화장하고,

저녁엔 놀이패 한라산 연습실에서 <귀양풀이>해 잘 보낸 정공철이가

오늘, 하얀 나비 한 마리 술집 ‘영자포차’에 날아왔다.

할 말 이신 듯 펠롱펠롱하는,

말이라도 함직한 작은 팥나비 한 마리

흰나비 한 마리는 술집을 하올하올 날아다녔다.

나비는 하올락하올락 흔들렸다.

무게 없어도 슬픈 만큼 흔들렸다.

자세히 보니 가지 않고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내가 말했는가, 수열이가 외쳤는가.

공철이여, 공철이 온 것 닮다. 무슨 말이 경 하고팠을까.

주위를 맴돌며 떠나지 않는 공철이는

밤늦어도 가지 않았다. 애달픈 게 이신 거 닮아.

술집 ‘영자포차’가 미여지뱅뒨게.

죽은 우리 공철이를 만나서 할 말들 하라고

이 나비 우리한테 말이라도 함직 하지 않으냐?

술이라도 한 잔 따라 주어라. 정말 공철이 살아온 것 닮아.

모두들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그날 하얀 나비를 보며

공철이가 무슨 할 말이 있어 ‘미여지뱅뒤’로 가다 돌아왔다 하였다.

<귀양풀이>를 해 보냈는데, 뒷날 술자리에 왔으니,

섭섭한 게 있으면 다 풀고 가라고,

핑계에 술만 더 마셨다.  

 

 

♧ 공철이형 - 김경훈

 

“경훈아, 술 하영 먹지말고

담배도 하영 핍지 말고

밥 잘 먹곡, 잘 살암시라.”

 

귀양풀이에서

이정자 심방이 전한 공철이형의 말이다

마음 미어져 줄줄 눈물만 넘쳐났다

 

마지막 원미*를 드릴 때

목이 아파 먹도 못하고 야위던 모습 생각나

꺽꺽 마음이 목에 걸려 쇳소리가 났다

 

“씨발놈아, 이 술 먹엉 가라

이 담배도 핍곡,

마지막 이 밥, 하영 먹엉 잘 가라.”

 

---

* 원미 : 쌀을 굵게 갈아 쑨 죽. 제주 굿에서 조상이나 망자에게 드리는 음식.

    

 

♧ 쇠죽은못 - 김성주

 

소남모루에서 밭을 간다

갈옷의 청상과부

누렁이 밭갈쇠

 

채찍바람이 진종일 북을 친다

둥 둥 둥

턱, 턱, 턱,

 

쇠눈 속으로 붉은 해가 진다

채찍바람을 잠재운 저녁 어스름

북을 궁굴리며 연못 속 비밀의 문으로 사라진다

 

내 고향 하가리 쇠죽은못에 가면

아직도 밭은 숨소리 들린다는

소식, 질근질근 씹으며 소주를 마신다

저녁 어스름에 한 잔

욱신거리는 몸뚱아리에 한 잔

쇠죽은못에게도 한 잔  

 

 

♧ 들국화 - 김문택

 

풀잎도 시들은 돌 틈에

저무는

한줌 햇살을 붙들고

해맑게 웃고 있는 들국화야

 

반들반들 꽃잎은

동그란 사발에 촘촘히 밝힌

햅쌀밥 같고

어느 집 늦둥이 토끼의 귀염 같구나

 

소박하고 가여운 네 삶이

언제는 내 것이더니

너만 그리 밝게 울고 있느냐

 

인고의 설움일랑

갈바람에 실어 보내고

우리 함께 크게 웃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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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12.01 16:15

    첫댓글 귀양풀이의 의미,..... 귀양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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