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는 형 이야기(세대 차이편)
요즘은 나이 드신 부모님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
형 부모님과 내 부모님과는 나이 격차가 좀 있어서 그런지 아직 우리 부모님보면 그런 느낌은 없어.
차이가 많이 나지. 6.25를 겪은 세대와 아닌 세대는 천양지차지. 내가 우리 부모님의 보수성향을 이해하는 것도 사실 아버지만 해도 공산당이 사람 죽이는 것을 그것도 감수성 예민한 어린 시절에 겪고 보아서 아직도 빨갱이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계시지. 나는 그 상황을 너무나 잘 이해해.
물론 그런걸 교묘하게 이용해서 특정인물에 끊임없이 빨갱이 이미지를 부여하는 일부언론을 이제는 더 이상 받아들이기는 힘들어.
그러나 그보다 더 이해안되는 것은 부모님 세대보다 훨씬 어린 정치인 및 언론인들이 마치 겪지도 않은 6.25를 다 겪은 양 반공투사로 이름 날리는 것을 보면 반공교육을 누구한테 받았는지 묻고 싶어.
형네 어머님도 형 초등학교 때 반에서 6.25 겪은 이야기 하셨다며.
응 그 때만해도 군사독재 시절이라 그런 이야기 하면 학교에서 좋아라 했지. 근데 그 당시 반장이었는데 어찌나 쑥스러웠는지. 어머님도 더듬거리시면서 말씀하시는데 무안하고 숨고 싶은 심정이었어. 1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똘이장군이라고 그당시 날리던 반공만화에는 김일성을 돼지로 묘사했는데 그 당시 아이들은 몇번씩 보곤 했었어.티비에서 때되면 크리스마스때 나홀로 집에 방영하듯 틀어줬으니까. 박정희 죽은 날도 생생히 기억나. 부모님은 라디오를 조용히 틀어놓고 나지막히 이야기 하시더라고. 토요일날 학교에 갔는데 분위기가 매우 가라앉아 있었던 기억이 나.
와 세대차이 어마무시하게 나는구나. 박정희때 초등학생이었다니.
내가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부모님께서 조금이라도 젊으실 때 잘하라는 거야. 나도 그렇고 나와 친한 내친구들 보면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예전같지 않으면 말을 해도 전달도 안되고 어쩌다 치매까지 걸리면 그 다음부터는 아무리 잘해도 의미가 많이 반감돼.
형, 나도 가끔 어머니가 깜빡깜빡하실 때 놀라긴 해.
그리고 때로는 네가 잘 살아왔다면 직감을 믿어야 할 때가 있어. 내 경우는 10여년전 크레도스 차 브레이크가 밀려서 숭실대 근처 자동차 정비소에서 브레이크 검사를 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뭔가 미심쩍더라고. 아니나 달라 그 후에 부모님께서 크레도스 차량 타고 가시다가 갑자기 브레이크가 아예 안들어 서울대 근처에서 핸들을 완전히 꺾고 나무근처로 돌진해서 쿠션 역할을 나무가 해줘서 어찌 운이 좋아서 별 다친 곳없이 넘어 갔지만.. 만약 그때 조금이라도 운이 없었으면 부모님 다 이 세상 분 아닐 수도 있었어.
그런 일이 있었구나. 형 성격에 만약 형으로 인해서 부모님 돌아가셨으면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았겠지.
그랬으면 얼마나 땅을 치고 통곡을 했겠니.. 생각만 해도 참 하나님께서 도우셨지. 요즘도 심지어 새로 산 차가 핸들 조작등이 안되서 정비소에 가봐서 이상 없다고 해서 차 몰다가 크게 다친 사람이 뉴스에 나오는데 몇 달이 지났는데 제대로 일상생활을 못하는 것 같더라고… 예나 지금이나 아니다 싶으면 여러 곳에 문의해봐야돼. 남의 말이 아니라 자기의 느낌을 믿어야 할 때가 있어.
요즘 말하는 느낌적인 느낌 이야기 하는건가?
농담아니고 자동차 조작이나 건강검진 등 생명과 달린 것은 차분히 되짚어 보아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어. 우리 어머니 암 검진도 1차 검진기관에서 발견 못한 것을 1년 후에 발견해서 키운 암을 잡느라 애썼어. 그런 미세한 차이가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되니까.
형 말 무슨 뜻인지 알아. 가성비 따질 게 있고 안전하게 가야 할게 있으니 잘 가려해야 한다는 말 아니야.
그렇지. 굳이 말하자면 나는 의식주 중에 식주의자야. 먹는 것은 좀 생각해서 먹자 주의지. 굳이 비싼 것을 먹는다보다 나이 들면서 지방간 등이 생기니까 탄산음료 정도는 줄이자 그리고 복날에는 삼계탕 먹자 이런 생각이지.
의사가 그렇게 탄산음료가 간에 독이 된다고 하더라고..
형은 술도 안 먹는 사람이 무슨 지방간이야. 코믹하다.
간에 지방이 끼면 지방간이야. 이 사람아. 틈만 되면 형을 놀려먹는 재미가 쏠쏠하냐? 꼭 그랬어야 했냐? 이제 속이 후련하냐?(해바라기김래원 버전)
요즘은 장모님이 암으로 대수술을 하시고 나니 더 아쉬워. 좀 더 주변분들을 챙겨드릴걸. 물론 수술이 잘됐다 하니까 다행이긴 하지만…근데 확실히 기도가 큰 힘이 돼. 우리어머니 당뇨, 이모님 중풍, 이번에는 장모님 암까지 놀라운 일의 연속이지.
기도하면 해야할 일은 확실히 줄어.
형 말 들으니 우리 부모님 건강검진부터 챙겨야겠다.
응 부모님들 보니까 옛 향수를 느끼는 것에 약하시더라고, 주변 나이드신 부모님 특히 북쪽 분들은 아주 불어라 미풍아를 눈이 빠지라고 보시더라고, 그분들에게는 그 드라마가 발암드라마가 아니라 바람 드라마야, 옛 추억의 바람이 부는거지 미풍으로….그리고 바람(바램)이 바람직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기대하시는 것이고, 즉, 권선징악이 제대로 되는 것에 대한 바람을 갖고 계신거지.
핏,성령의 바람은 아니고? 형이 사실 그런 북쪽실향민들에 맞는 드라마를 만들면 정말 잘 만들 것 같은데.
이미 내친구가 북쪽 실향민과 조선족관련 영화를 만들고 있어. 이번에는 잘 되야 할텐데 이제 블랙리스트 없으니 내 친구 영화가 도중에 자빠지는 그런 불상사는 더 이상 없으리라 믿어.
형 친구는 블랙리스트와의 연관성을 극구 부인했다며.
내 친구야 워낙 낙천적인 사람이고…
이명박 때 민노당 지지한다고 언론에 밝힌 그 때부터 생긴 낙인이 아직까지 지워질리는 만무해. 변호인 트집 잡고 CJ 부회장까지 날릴 위력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냐?
이상한게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나하고 절친은 대부분 아버지께서 북쪽 실향민이셨어. 신기해.
지금도 그 분들 보면 마음이 아려와. 내가 보안사에서 북쪽음악 들을때도 일부 음악들은 정말 묘한 향수를 일으키더라고. 이 와중에 김정남을 죽이라고 명령한게 누구인지는 안봐도 비디오지. 백두혈통이라고 자랑하던 김일성 가계도가 완전히 핏빛으로 물들었으니 죄값을 언젠가는 치루겠지.
형, 아직 수사초반이니까 나는 김정은이 죽이지 않았을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한다고 봐 .너무 비정해. 2인자도 아니고 배다른 형제도 형제일텐데 굳이 외국에 있는 사람을 죽일 필요까지야 있었겠나 하는 보편적인 생각도 들고.
그래도 꼭 그렇게 다가져 가야만 속이후련했냐!!"라는 김래원의 해바라기 대사가 다시 한 번 생각나네
흐르는 노래:시인과 촌장 사랑일기,Bette Middler "Wind Beneath My Wings"
배경그림:최북(崔北) 풍설야귀도(風雪夜歸圖)